[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24) 은퇴자 주변의 하이에나들] 금융사기 ‘한방’에 노후 삶 망친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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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24) 은퇴자 주변의 하이에나들] 금융사기 ‘한방’에 노후 삶 망친다

[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24) 은퇴자 주변의 하이에나들] 금융사기 ‘한방’에 노후 삶 망친다

저금리에 조급해진 심리 파고 들며 재산 노려...‘10~20% 고수익 준다’ 무조건 경계
▎사진:ⓒ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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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은퇴는 두려움·불안함·외로움 등으로 다가온다. 은퇴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자유·행복·만족이라는 선진국 국민들과 한참 다르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가 생기는 원인은 두말할 필요없이 노후준비가 제대로 안 된 탓이다. 그래서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막 퇴직한 경우 대개 조급증이 밀려든다. 인생 2모작을 위해 뭐라도 하겠다고 서두르는 맘이 생긴다. 퇴직 후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영업이나 투자로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으면서도 고수익을 추구하며 ‘한방’을 노린다. 그러나 조급함에 밀려 시작한 일이 잘 될 리 없다. 돈이란 불안정한 삶 속에선 싹을 틔우지 않는다. 오히려 자칫하다간 퇴직금은 물론 안 쓰고 한푼 두푼 모은 쌈짓돈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
 사기 당한 원통함으로 속병까지
금융회사에서 퇴직한 이모(61)씨는 3년 전 가까운 친척으로부터 한 가지 제의를 받았다. 자신이 짓고 있는 경기도 안산의 쇼핑몰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쇼핑몰이 완공되면 한 개 동을 지분으로 준다는 조건이 파격적이었다. 이거면 충분히 노후 보장이 된다는 미끼도 흘렸다. 이씨는 결국 퇴직금과 함께 거주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모두 11억원을 투자했다. 부인과 친구 등 주위에선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쇼핑몰은 분양이 제대로 안 됐다. 돈줄에 쫓긴 친척은 사채를 얻어 써야 했고, 빚 독촉에 시달린 끝에 쇼핑몰 전체 지분을 사채업자에게 넘겨야 했다. 이씨가 임대료 수입을 꿈꾸던 쇼핑 몰 한 개 동도 사채업자의 소유가 됐음은 물론이다. 그는 친척을 원망하면서 소송까지 벌였지만 허사였다. 결국 서울 개포동의 아파트를 처분해 빚을 갚고 수도권의 부모님 집에서 가족들과 얹혀사는 신세가 됐다.

이씨 말고도 한순간에 알토란 같은 재산을 날려 원통함으로 속병까지 얻어 눈물과 한숨에 찬 나날을 보내는 은퇴자가 많다. 특히 나이 든 퇴직자가 금융사기를 당하면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총 사기범죄 중 60세 이상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한 비율이 9.5% 수준이었다. 지난 2011년 4.6%에서 2012년 8.2%, 2013년 8.3%로 계속 늘고 있다. 전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사기 범죄가 약 17% 늘어난 반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29% 늘었다.

정모(62)씨는 요즘 세상살이가 힘들 정도로 우울증에 빠져 있다. 얼마 전 고수익이란 말에 속아 퇴직금 1억원을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정씨가 투자한 곳은 FX마진(해외 통화선물)에 투자하는 유사수신업체였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정씨 외에도 워낙 피해자가 많아 원금을 돌려받기는 힘들 것같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유사수신은 정부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미끼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돈을 끌어오는 행위를 말한다. 정씨는 유사수신업체에 근무하는 대학 후배가 여러 차례 접근해 “은행 금리가 너무 낮으니 1년에 12%의 고수익을 주는 확실한 곳이니 안심하라”고 해 “금융과 재무 분야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투자하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

저금리 기조가 오래 지속되면서 유사수신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사수신행위 피해 신고는 249건으로 6개월 전 216건보다 15.2%(33건) 늘었다.유사수신행위 피해 신고는 지난해 상반기 298건이던 것이 하반기 216건으로 줄었으나 올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피해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서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IDS홀딩스 사기 사건이다. 최근 경찰이 해외에 이 업체 자금이 은닉된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IDS홀딩스 사기는 이 회사 대표가 해외통화선물(FX 마진) 거래로 고수익을 올려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약 1조 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가로챈 사건이다.
 은퇴자 주변을 서성거리는 하이에나들
유사수신업체는 주로 은퇴자들을 노린다. 은행 예적금에 넣자니 이자가 너무 낮아 노후가 불안한 은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것이다. 표적을 잡으면 친근하게 다가가 자신이 추천한 회사에 투자하면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하고 퇴직 후에도 노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식의 달콤한 말로 유혹한다. 정씨처럼 금융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첨단 금융기법을 청산유수처럼 설명하는 유사수신업체 직원에게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FX 마진 외에 대출을 알선해주는 사례도 있다. 이들은 연간 10~20%의 수익을 보장할테니 제1 금융권에서 연 4~5%대의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하면 앉아서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꼬득인다. 현금 없이 투자할 수 있고 매달 쏠쏠한 이자까지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대출을 받으면 한두 달만 약속한 금액의 60~70% 정도를 수익금인것 마냥 피해자 통장에 입금해주고 수 개월이 지나면 자취를 감춘다. 뒤늦게 경찰에 신고해도 원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다. 요즘은 가상화 폐인 비트코인이나 식용 귀뚜라미 같은 기상천외한 사기 수단도 등장하고 있다.

은퇴자 주변엔 늘 하이에나들이 서성거린다. 은퇴자금과 노후대비를 위해 현금을 많이 보유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60대 이후부터는 인지 능력이 젊은 사람보다 떨어져 비교적 손쉽게 사기를 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한국금융투자자 보호재단에 따르면 은퇴자가 표적이 되는 이유로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노후자금 걱정, 노화로 인한 인지 능력 저하,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건강 약화와 심리적 취약 등이 꼽혔다. 비단 사기꾼들만 아니다. 은퇴 조급증이 만들어 낸 내부의 하이에나도 있다. 나이 들수록 의심하는 마음이 약해지면서 팔랑귀가 된다. 외로움도 많이 탄다. 누군가가 살갑게 접근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여기에 좋게 이야기 해서 자기확신까지 강해져 어지간해선 주의의 충고나 만류가 먹혀 들지 않는다. 이런 심리적 하이에나를 품은 퇴직자는 남의 말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단 하이에나에 걸려들어 재산을 털리고 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건 순식간이다.

그럼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 10~20 % 이상 수익을 올려주겠다는 말은 대대수 거짓일 가능성이 크니 조심해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의 투자 권유를 받는 경우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나 하라”며 단호하게 관심이 없음을 표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투자 결정 단계에서는 금융당국이나 금융회사의 관련 자료나 정보를 통해 투자의 합법성을 확인하고 모든 계약 내용은 반드시 문서화해 놓는 게 필요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들쑤셔대는 말도 조심해야 한다. 이런 식의 충동질을 해대며 정신을 쏙 빼놓으려 한다면 그건 ‘마감효과’를 노린 하이에나로 보면 된다, 만약 하이에나의 유혹에 판단이 흐려진다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친구나 식구, 재무상담사와 의논한 후 결정을 내리도록 하자. 은퇴자에겐 하이에나의 집요한 공세를 여하히 물리치느냐가 안정된 노후생활로 넘어가는 첫 관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면서 “만약 투자를 권한 회사가 궁금하다면 금감원에 먼저 문의하라”고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투자사기 피해를 봤다면 즉시 경찰서에 신고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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