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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 나를 만드는 힘(1)] 재능은 주어지지만 선택은 자신의 몫

[경제·경영 대가가 건네는 ‘인생 나침반’ | 나를 만드는 힘(1)] 재능은 주어지지만 선택은 자신의 몫

제프 베저스 “시도하지 않는 게 괴롭다”...선택은 자아에 기반한 자기애의 발로



저성장·양극화·고령화로 대별되는 뉴노멀의 시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변혁으로 생산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삶이 축복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종착역이 어딘지 모르고 살고 있다. 올바른 ‘나’를 세우고 디지털 세상을 똑바로 살아갈 수 있는 버팀목은 없을까. 경제·경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들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 나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잠재력을 끌어 올려보는 건 어떨까. 나를 방해하는 수많은 유혹에서 나를 지키는 힘도 키워보자. 혼돈의 시대 자아를 재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
유통산업과 클라우드 사업 등으로 온라인 왕국을 건설한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지켜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를 제치고 세계 최고 갑부에 올랐다. 그가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나. 그의 철학을 알아보기 위해 그의 모교 프린스턴대 졸업식 연설을 들어 보자. 흙수저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와 많은 시간을 텍사스 농장에서 보낸다. 농장의 여러 잡동사니를 고치면서 드라마를 즐겨보던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하곤 했다. 10살 무렵 할아버지가 모는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어느 날. 할머니는 베조스가 존경하는 할아버지 옆에서 담배를 줄곧 피웠다. 그 냄새가 어린 베조스에게는 너무나도 싫었다. 정확하게 기억을 할 수 없었지만 한 모금의 담배가 2분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할머니가 담배 한 개를 피울 때 몇 모금을 빠는지 관찰하고 그의 영민함을 자랑하기 위해서 의기양양하게 할머니에게 말한다.
 고민 끝에 잘 나가던 금융회사 그만둔 제프 베저스
“한 모금에 2분의 생명을 앗아간다니, 할머니는 담배로 9년의 삶을 잃게 되는 거예요.” 그는 수학적 영리함을 뽐내고 쉽었지만 결과는 그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갔다. 영리함에 대해 칭찬하기는커녕 할머니는 울음을 터트렸고 할아버지는 길모퉁이에 차를 세운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 할아버지는 베조스에게 조용히 말한다. “제프, 언젠가는 삶에서 영민함보다는 친절함이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는 그날 프린스턴의 천재들 앞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똑똑함은 재능이고 친절함은 선택입니다. 재능보다 선택이 어려운 겁니다. 재능은 주어진 것이지만 선택은 그렇지 않아요. 재능만 믿고 뭔가 밀어붙였을 때 그 선택은 손실만 초래하지요. 프린스턴의 학생이라면 재능이 있음을 입증한 거예요. 여러분들은 재능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요? 재능을 자랑할 것인가요? 아니면 여러분의 선택을 자랑할 것인가요?”

그는 재능을 잘 사용함에 따른 문명의 이기들을 예로 들면서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택한 자신의 아마존 창업 이야기를 말해준다. 물론 그의 곁에는 그를 지지해준 응원자인 아내가 있었다. 그의 마지막 말이 우리의 뇌리를 때린다. “잘 나가던 금융회사에서 일을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내게 48시간의 시간이 주어진 후 나는 최종 선택을 합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내 스스로의 삶을 찾아 나서기로 결정합니다. 한번 해보자는 것이지요.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나를 괴롭힌 것은 전혀 시도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심사숙고 끝에 내 열정을 따르기로 하고 덜 안전한 길로 묵묵히 갔습니다. 나는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내일은 여러분들에게 진정한 의미에서 하루의 시작입니다. 자, 이제부터는 여러분 스스로 처음에 임한다는 자세로 백지상태에서 여러분의 인생을 써 내려 가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은 타고난 것이기에 자랑할 것이 없다. 우리는 단지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면 될 뿐이다. 만약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다섯 달란트, 다른 사람에게는 두 달란트,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가 받은 달란트를 활용해 세상을 풍요롭게 하면 된다. 그러면 작은 일에도 스스로에게 기쁨을 얻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업인 베저스에 대한 평판은 엇갈린다. 빌 게이츠에 비해 사회적 기부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이런 글을 올린다. “미국의 많은 도시가 아마존을 유치하려고 온갖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세금 감면이나 알짜 부지 제공은 기본이고, 샴페인이 흘러넘치는 분수를 세워주겠다는 도시도 있지요. 그도 그럴 것이 아마존이 입주하면 ‘괜찮은 일자리’ 5만개가 생기고 최소 50억 달러가 투자되기 때문입니다. 도시의 운명을 좌우할 ‘아마존 유치 전쟁’에서 이긴 시애틀은 너무 기뻐 말 그대로 ‘잠 못 이루는’ 도시가 됐습니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생각하며 비가 자주 내리는 낭만적 시애틀을 생각하는데, 그의 뒷말이 무섭다. “아마존이 입주한 후 시애틀은 아마존의 완전한 포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마존은 비밀스러운 기업입니다.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면서도 사회 환원에 인색해 시애틀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소극적이란 인상을 주었습니다. 시애틀 지역 경제에 38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고, 4만 명을 고용해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한 점은 인정할 만합니다. 시애틀 최고급 사무공간의 20%는 아마존 소유거나 임대입니다. 그러나 5년 사이 주택 가격이 두 배로 올라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교사나 경찰관 등 고소득이라 할 수 없는 봉급생활자들도 ‘바다가 보이는 주택’에 살 수 있던 도시로선 좋은 소식이 아니지요.”
 ‘공시족’ 천국 한국에 자아가 존재할까?
하지만 그가 기부에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시각을 가진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의 선택과 재능보다 노력에 충실한 점은 인정해 주자. 그는 용기가 있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이 땅에 태어나서 부모의 의사대로 키워지기도 한다. 때로는 부모의 강요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가능성보다 부모의 평판, 사회적 지위, 위신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기도 한다. 함께 살아갈 사람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는 자아란 과연 있는 것인가? 선택을 한다는 것은 자기애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고, 그 근저에는 자아가 있어야 한다. 선택에는 리스크가 따르고 그것을 용인하고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부모의 의사에 따라 살아온 삶에서 좋은 대학을 나왔는데 어디에도 나를 반기는 사람이 없다면 그야말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가 된다. 안정성만을 찾아 나서는 ‘공시족’ 천국 한국에서 자아란 도대체 있는 것일까? 물론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사회 시스템의 책임도 무시할 수는 없으리라.

세상은 혼자서 사는 것은 아니다. 꽃이 자양분을 받고 햇빛을 받아야 피어나듯이 말이다. 그러나 연인 간의 사랑이든, 동료 간의 사랑이든, 인류애든 출발점은 자아에 기반한 자기애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를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연인들의 사랑을 잠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흔히 연인을 내 영혼의 동반자라고 한다. 그럼 영혼은 혼자 키워지는 것인가? 아니다. 영혼은 서로가 키워주는 것이다. 한쪽에서만 사랑을 주면 한 사람만의 영혼이 커져서 둘의 영혼은 균형을 이룰 수 없다. 내 영혼이 커가고 있듯이 상대방의 영혼이 커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시나무 새’의 멋진 가사가 생각난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상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낡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도덕적이고 현명하면서 괜찮은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이 노래에는 번민에 가득 찬 인간의 모습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교차해 있다. 인간애를 넘어 새들까지 생각하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까지 생각한다면 너무 나간 것인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를 견디고 외부 사회의 무게에 맞서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사랑이 아닌 다른 욕망의 굴레에 굴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사랑만으로 살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두꺼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속적 잣대가 다는 아니기에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기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은 최소한 보여야 하지 않을까?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어쩌면 우리는 자아가 상실된 세상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엄마라는 조종사에게 모든 것이 맡겨진 채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도 벅찬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성장의 고통을 지불해야 할 때 지불하지 않으면 그 고지서는 언젠가 돌아온다. 대가의 법칙은 늘 인생에서 바람처럼 다가온다. 누군가는 스스로에 대해서는 원시안경을 끼는데, 타인을 바라볼 때는 근시안경으로 본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아의 상실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 자신의 내면에 대한 관찰은 적고 다른 사람의 들보를 보는 것에 익숙한 것이 요즘의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물론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가치관의 전도도 빼놓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이전에 [도덕감정론]을 썼다. 국부론에서 그는 이기심을 강조했다. 자기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반면 도덕 감정론에서는 이타심을 강조하고 공감능력, 공평한 관찰자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애덤 스미스의 인간관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을 함께 모아 놓은 오류투성이라고 한다. 많은 학자조차 이를 애덤 스미스의 오류 또는 애덤 스미스의 문제라는 주제로 논의를 해왔다. 사실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잘 살펴보면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능력은 우리 마음속의 내면의 관찰자인 공평한 관찰자로서 양심에 귀 기울이면 키워지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이기심에 의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면 경제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기에 모순은 없다. 그는 자아의 힘을 믿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 행복, 관계 간의 해답을 줄 수 있는 경제학자이다.

그에 따르면 공감능력이 없는 자유방임이 인간의 지나친 탐욕과 결합해 경제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시각으로 보면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자 불황이 깊어지고 실업자가 양산되고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등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애덤 스미스의 충고를 생각해 보자. 도덕적이고 현명하면서 괜찮은 부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지 몰라도 내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을 하고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내 꿈을 좇는 인물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행복을 찾아 세상을 돌아다니는 양치기의 이야기를 그린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해준다. 어쩌면 그 이야기는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러나 그것을 보내는 각자의 방법은 다르다.



※ 필자는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를 졸업했다. 행시(재경직) 34회 출신으로 재무부·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에서 관세·물가·복지·국제금융·통상 등의 분야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경제적 청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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