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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박스권 하단에서 조금씩 반등 가능성

[증시 맥짚기] 박스권 하단에서 조금씩 반등 가능성

경기 불안, 외국인 매도 등 약세 요인 많지만 선진국 시장보다 주가 먼저 떨어져

주가는 어떤 경제지표를 가지고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가 경제 변수보다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는 주가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바뀌는 시점에 특히 두드러진다. 주가가 전환점 부근에 도달하면 경제 변수는 더없이 좋지만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한계 때문에 전환점 예측은 주가를 가지고 할 수밖에 없다. 주가는 움직이면서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알려준다. 따라서 주가 움직임을 잘 살펴보면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다.
 코스피 지수 2350~2600 박스권에 갇혀
종합주가지수가 2350선 밑으로 떨어졌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주식시장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1800~2150 사이였는데 마지막에는 움직이는 공간이 상하 10%를 넘지 않을 정도로 좁아졌다. 지난해에 주가가 박스권을 뚫고 나온 후 2600선까지 상승했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저항선을 뚫으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상승폭도 커지던 과거 흐름과 달리 주가가 별로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움직임이 약해져 주가가 다시 2350~2600 사이에 갇히고 말았다. 상승이 박스권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그치고 만 것이다.

주가가 다시 약해진 원인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에는 지난해 주가 상승이 시장 내부의 힘보다 선진국 시장에 기대 이루어져 쉽게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 박스권 돌파 과정을 우리 시장이 선진국에 떠밀려 올라간 때문으로 본 것이다. 이런 의견은 우리 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상승률이 현저히 낮았던 것과 맞물려 공감을 얻고 있다. 상승 동력이 외부에서 제공될 경우 선진국 시장이 주춤해지면 우리 시장은 그보다 더 흔들릴 수 있다. 그런 우려는 5~6월에 이미 현실이 됐다. 나스닥 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코스피가 2500선을 넘지 못한 게 그런 형태였다.

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마찰을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미국 금리 인상의 영향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무역마찰이 발생해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 제품 중 1단계 관세 부과 리스트를 확정해 오는 7월 6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만일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추가로 최대 4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 제품 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주가 하락과 별개로 무역마찰의 영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질 걸로 전망된다. 무역마찰이 주식시장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던 예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무역분쟁이 우리 경제와 기업에 얼마나 타격을 줄지 분명하지 않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한 제품 중 대미 무역과 관련된 부분이 5%에 지나지 않는 것도 미·중 무역분쟁의 악영향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는 걸 막는 요인이다. 무역분쟁이 합의를 통해 갑자기 타협국면으로 바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무역마찰에 의해 주가가 더 떨어지기보다 기왕에 떨어진 주가가 회복되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핵심은 무역분쟁이 아니다. 이 재료가 통할 정도로 시장의 체력이 약해진 게 더 문제다. 이는 무역분쟁이 없었어도 주식시장이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됐을 거란 의미가 된다. 시장 환경이 좋아지지 않으면 무역분쟁이 사라져도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한다. 무역분쟁이 아닌 다른 재료가 나와서 시장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 무역분쟁이 약해지는 긍정적인 변화에도 시장을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다.

시장의 체력 약화는 주로 국내 경제 때문이다. 5월 취업자수가 7만2000명 느는 데 그쳤다. 실업률은 4.1%로 높아졌다. 2000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에서 매달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새롭게 일자리를 얻고, 실업률이 3.75%까지 떨어진 것과 비교된다. 고용 불안이 소비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당분간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없는 만큼 불안이 계속될 것이다.

국내 경제 불안 때문에 6월 초 이후 원화가 4% 가까이 절하됐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그동안 원화는 유로와 신흥국 통화 약세에도 강세를 유지해왔다. 남북관계 호전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재료가 가시화되자 눌려 있었던 약세 요인이 한꺼번에 불거져 나왔다.

원화가 약세가 됐지만 수출을 늘리는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에 우리 수출은 ‘원화 강세-글로벌 제조업 경기 호전’이란 환경 아래 있었다. 얼핏 생각하면 원화 강세 때문에 수출이 줄어들 것 같지만 반대였다. 무역수지 흑자가 9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우리 수출이 환율보다 글로벌 경기에 더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지금 우리 수출은 지난해와 반대 환경에 놓여 있다. 원화가 절하된 반면, ISM지수 같이 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는 약해졌다. 앞에서 본 수출 결정 요인대로라면 당분간 수출이 둔화될 걸로 보는 게 맞다. 비슷한 상황이 2016년에 벌어졌었다. 당시는 원화가 11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라가는 절하기였지만 해외 경제 부진으로 인해 수출이 늘지 않았다.
 국내 경기 부진이 시장 환경 악화의 주요인
종합주가지수 하락이 2350에서 막히지 않을 경우 약세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지난해 주가가 2150선을 뚫은 후 빠르게 상승해 하락을 막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과거 박스권 상단까지 주가가 내려올 수 있는데 그 지수대가 2150이다.

종목도 문제다. 해외 시장 상승이 IT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이 다른 어떤 시장보다 빠르고 크게 상승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시장의 주력이 IT란 사실을 감안하면 좋은 환경에 속해 있는 셈이 되지만 실제 움직임은 기대와 다르다. IT주식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해당 업종 시가총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때문이다. 액면분할을 끝으로 삼성전자의 시장가치를 올리는 작업이 마무리됐다.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이익이 늘어나야만 하는데 반도체 호황이 2년 넘게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과제다.

외국인 매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 외국인 매도는 원화 약세 때문이 아니다. 환율이 문제였다면 주식보다 채권을 더 많이 내다 팔았을 텐데 연초 이후 20조원어치 이상을 사들였다. 우리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주식을 내다 파는 요인으로 보인다.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외국인 매도가 더 심해졌다. 당분간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행히 주가 하락이 심해질 것 같지는 않다. 약세 요인이 힘을 쓰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보다 반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보다 우리 시장이 먼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가 동조화가 일상이 된 상태에서 ‘선진국 시장 고점과 한국 시장 저점 돌파’가 동시에 벌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우리 시장이 박스권의 저점에 도달한 만큼 당분간 이를 바닥으로 주가가 조금씩 올라오는 상황이 벌어질 걸로 전망된다. 시장이 변곡점 부근에 도달했다. 종합주가지수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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