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자원을 금융자산으로 바꾼 노르웨이 국부펀드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자원을 금융자산으로 바꾼 노르웨이 국부펀드
노르웨이는 ‘펀드’라는 금융 수단(vehicle)을 활용, 자원을 금융자산으로 바꿔 자원의 저주를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 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또는 오일펀드)가 설립된 때는 1996년이고, 앞바다에서 석유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의 일이다. 이 둘 사이에는 30여 년의 간극이 있다. 이 때 벌어들인 석유 수입은 어디에 쓰였을까. 이 시기 동안 노르웨이는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 국내 경기를 살리는 데 석유 수입을 썼다. 1970년대 오일쇼크 기간에는 이 석유가 효자 노릇을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처럼 수출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등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자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석유로부터 얻는 수입을 금융자산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고, 결국 1995년 국부펀드가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펀드에 투자된 종잣돈은 1000조원(2017년 기준)이 넘는 엄청난 규모로 불어났고, 노르웨이는 국부펀드는 세계적인 투자기관으로 발전했다. 투자금액을 국민 숫자로 나누면 1명당 16만 유로(약 2억5000만원)나 된다.
노르웨이가 자원의 저주를 깨는 데 사용한 방법은 ‘펀드(Fund)’라는 금융 수단이었다. 자원은 언젠가는 고갈된다. 현 세대는 자원을 이용하면 되지만 미래 세대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현재의 수입을 금융자산으로 바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펀드를 만든 것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이념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잘 나와 있다. ‘우리는 미래 세대의 재정적 부를 보호하고 건설하기 위해 존재한다(We work to safeguard and build financial wealth for future generations)’.
투자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이다. 노후를 위한 연금자산도 같은 맥락이다. 근로소득 등을 자본화해서 여러 자산에 투자하고, 노동 수입이 끊어질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국가든 개인이든 수입이 있을 때 어떻게든 종잣돈을 만들어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에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진부하지만 분명한 진실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변동성 관리를 위한 분산투자의 중요성도 잘 보여준다. 만일 노르웨이가 베네수엘라처럼 석유라는 하나의 자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석유 가격의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 그래서 노르웨이 국부 펀드는 유가 하락 등의 경제적 충격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해외 투자로 충격을 완화하고 국내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자산별·지역별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네슬레·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9158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고, 지역적으로도 분산해 73개 국가에 투자하고 있다. 자산도 주식·채권·부동산에 나눠 투자하고 있다. 매우 광범위한 분산투자를 통해 변동성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 투자와 계속 투자가 만날 때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도 배울 수 있다. 노르웨이는 석유 수익의 78%를 세금으로 징수한다. 이 돈과 국가가 운용하는 석유공사의 수익금은 무조건 노르웨이 국부펀드에 투자된다. 펀드에 들어오는 돈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유입된 돈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투자된다. 장기 투자와 계속 투자가 만나면, 복리 효과가 극대화된다. 기존 펀드에서 발생한 수익과 새로운 유입된 자금이 함께 뭉쳐서 굴러가는 것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연평균 6% 안팎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세계 최대 투자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장기 투자와 계속 투자의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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