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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3차 금융완화 사이클… 효과는 글쎄

[증시 맥짚기] 3차 금융완화 사이클… 효과는 글쎄

주가 높은데 금리는 이미 충분히 낮아… 미국과 유럽 시장 희비 엇갈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월달 31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FOMC는 이날 미국의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 25일 유럽중앙은행에서 통화정책회의가 열렸다.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지만 상황에 따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해 초에 ‘경기 회복세를 감안할 때 2019년 중반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거라 예상했던 걸 감안하면 상당한 후퇴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정책을 어떤 기조로 가져갈 건지 명확히 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렸다. 이 회의 역시 시장이 기대한 만큼의 완화적인 정책 기조를 내놨다.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6월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까지 감안하면 국내외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낮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 국면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
이렇게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 완화 사이클이 시작됐다. 1차는 2009년 중반부터 2010년 7월까지 1년 여에 걸쳐 진행됐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계기였다. 1조8000억 달러의 돈이 투입됐다. 이 조치로 선진국 주식시장이 40%, 신흥국은 105% 상승했다. 금융위기로 주가가 낮아졌던 게 큰 반응을 끌어낸 원동력이었다. 물론 경제도 도움을 줬다. 1차 완화 사이클을 계기로 세계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갔는데, 그 덕에 주가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었다. 우리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0년 말에 이미 사상 최고치에 도달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른 상승을 기록했다.

2차 완화 사이클은 2012년에 시작해 2년간 이어졌다. 미국이 2차 양적완화에 나선 데다 재정위기에 시달리던 유럽이 유동성 공급을 늘린 게 계기였다. 2차 완화 때에는 1차와 달리 지역별로 주가 움직임이 달랐다. 선진국은 1차와 마찬가지로 40% 정도 상승한 반면 신흥국은 4% 오르는 데 그쳤다. 우리 시장 역시 1800~2100의 박스권에 갇혀 버렸다. 주가의 모습이 지역별로 차이가 난 건 완화정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가 빠르게 둔화된 영향이 더해지면서 신흥국이 힘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3차 완화 사이클이 시작됐다. 앞의 두 번에 비해 효과가 미미할 걸로 전망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번의 강한 정책으로 금리가 이미 낮은 상태여서 추가 인하를 해 봐야 약발이 듣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해도 효과가 없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반면 주가는 높다. 이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 선진국 시장 간에도 분열이 일어나, 미국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유럽은 전고점조차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6월 1일 이후 외국인이 3조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제는 외국인을 빼놓고 시장을 얘기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렇다고 전체 종목이 혜택을 본 건 아니다. 기간 중 삼성전자를 2000만주 넘게 사들일 정도로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두 종목에 집중했다. 이들의 순매수 규모가 전체 순매수액보다 크므로 다른 종목은 매도했다는 얘기가 된다. 매도는 코스닥이나 유가증권시장의 중형주와 소형주가 대상이었다.

매수와 매도가 극명하게 엇갈리다 보니 외국인이 매수를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당장 살아나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주가만 높아져 갑자기 매수가 중단되거나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수급은 계속돼 온 트렌드가 바뀌는 순간 영향력이 두 배가 된다. 매수가 이어지다 매도로 바뀔 경우 기존 매수가 사라진 부분에 새롭게 매도가 이루어진 부분이 더해지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이런 관계를 고려하면 외국인 매수에 대항해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파는 게 이해가 된다. 갑작스런 수급 변화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는 한번 시작되면 길게 이어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매매에 변화가 생길 때 여유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그래서 외국인 수급을 이용한 투자는 지연전략이 바람직하다. 외국인이 특정 업종이나 종목을 이례적으로 오래 매매할 경우 해당 업종의 실적이나 투자시각이 변했는지 확인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외국인 매수가 집중되고 있는 반도체 주식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 일본의 무역제재 영향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 외에 아직은 변화를 찾을 수 없다. 가격 상승이 가장 큰 변화이기는 하지만 지금 가격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는다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올해 상반기보다 이익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없는 점은 꼽을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더 이상 악화될 여지가 없다는 것보다 좋은 신호가 없다. 긍정과 부정 모두를 감안할 때 최종 결정은 가격에 의해 내려질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 중간 역할을 외국인이 하고 있다.

2분기 실적이 예상대로 좋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41% 줄었다. 1분기 이익 감소율이 32%였으니까 시간이 갈수록 이익이 나빠지고 있는 셈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익이 늘어나거나 예상과 들어맞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희소성이 있어서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익이 늘었으니 상황이 좋아지면 증가율이 더 커질 거라 기대할만하다.

2분기에 이익이 늘어난 업종 중 눈에 띄는 게 자동차다. 시장 예상치보다 현대차가 7%, 기아차는 16%, 모비스 13%, 만도 9% 많은 이익을 올렸다. 2분기에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6.8% 줄어드는 사이에 나온 기록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3분기에 대한 기대도 높다. 2분기 중반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는데 자동차 기업 입장에서 대단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실적을 보면 우리 자동차 업체의 상황이 정상 궤도에 들어간 걸로 판단된다. 앞으로 1~2년간 SUV 확대가 이어지고 그동안 부진했던 중소형 세단의 비중이 축소되면서 판매 단가가 올라가는 등 영업이 정상을 찾고 있다. 2020년부터 신형 엔진의 연비가 개선되고, 새로운 플랫폼 도입에 따라 원가경쟁력이 높아지는 걸 감안하면 세계 시장점유율 역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업종의 실적 개선 두드러져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기저효과가 크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세계 자동차 시장은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와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른 유럽 시장 판매 부진이란 이중고를 겪었었다. 매출과 이익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이 효과로 올해는 높은 이익 증가율을 기록할 수 있게 됐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기 둔화 가능성도 자동차에는 도움이 된다. 자동차 관련 세제가 여러 나라에서 경기 부양 대책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개별소비세 인하가 연장된 국내처럼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이 단기적으로 수요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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