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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증시에 고민 깊어지는 리서치센터] “보고서는 내야 하는데 전망은 어둡고…”

[불안한 증시에 고민 깊어지는 리서치센터] “보고서는 내야 하는데 전망은 어둡고…”

솔브레인 주주들, 키움증권에 소송… 금·채권·인버스ETF에 관심 가질 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증시가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기업 보고서 내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A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하소연이다. 지난 8월 5~6일 코스피는 이틀 동안 8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특히 코스피는 장중 1900선이 무너지기도 했고 코스닥 지수는 2017년 3월 10일 이후 600선이 붕괴됐다. 8일까지 증시가 소폭 반등했지만 증시 전망은 안갯속이다.

이번 증시 하락은 잇단 악재 영향이 컸다.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 우호국가로 우대하던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했고(8월 2일)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8월 6일) 한국 증시에 충격을 줬다. 증시 폭락으로 지수와 개별 종목을 막론하고 상승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리서치센터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악재가 이어지면서 리서치센터가 내놓은 코스피 전망치는 무색해졌다.

문제는 증시 하단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 대내외 악재를 고려할 때 1900선이 무너질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그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가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며 “8월 6일 장중 코스피가 1900선 아래로 무너진 데다 추가 악재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하단을 밑으로 더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7월 초 대다수 리서치센터장이 하반기 코스피 하단을 1950~2000선으로 예상할 때 홀로 1850으로 제시한 보수파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측하지 못한 정치적 요인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데다 국내 수급 상황도 불안정한 만큼 일시적으로 1900선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 하단 1900선도 안심 못해
여기에 기업 이익까지 감소한다면 증시엔 더욱 악재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비금융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121조원으로 지난해 수준(173조원)보다 52조원(3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보기술(IT), 반도체 등 수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업종별 이익 둔화로 기업별 전망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반도체 부분 영업이익은 상반기 64.8%, 하반기 60.9%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철강 부문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하반기 영업이익이 14.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전망은 어려워지고 있고, 투자리포트를 내는 것도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 얼마 전에는 개별종목의 방향성을 예측하지 못한 투자보고서로 투자자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최근 솔브레인 주주들은 키움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액체 불화수소 제조기업인 솔브레인은 7월 들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솔브레인이 일본 수출 규제 항목인 불산(HF, 고순도 불화수소)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7월 19일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이 낸 보고서에는 “솔브레인은 액체 불화수소를 다루는 기업으로, 이번 규제 항목인 가스 불화수소와 연관성이 크지 않다”며 투자의견을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언더퍼폼’(시장수익률 하회)’으로 두 단계나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솔브레인의 주가는 4.35% 하락세로 마감했다.

솔브레인 보고서를 보고 주식을 매도한 30여 명의 주주들은 “잘못된 보고서로 주가가 하락했다”며 소송키로 한 것이다.

대형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은 “충분한 기업정보를 가지고 객관적인 보고서를 써야하는 게 맞지만 갈수록 기업들이 정보공개를 꺼려하기 때문에 기업분석이 쉽지 않다”며 “오히려 주식시장이 호황이면 보고서를 내기가 수월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불안한 장세가 지속되고 기업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매수(BUY), 매도(SELL) 선택이 어렵다”고 말했다.

갈수록 리서치센터의 입지는 예년만 못하고, 애널리스트들의 운신의 폭도 좁아지면서 이런 고민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 문제가 꼬여가며 전선을 넓혀가는 건 주식시장에 큰 부담이다. 그렇다면 리서치센터는 주가 회복이 언제쯤으로 보고 있을까. NH투자증권은 “주가 회복에 가장 중요한 게 기업 실적과 수출, 반도체 업황인데 수출과 반도체 모두 회복세로 돌아설 4분기에나 코스피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불안한 장세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투자전략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금·달러·채권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면서 약세장에서 수익을 볼 수 있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를 추천한다.

인버스 ETF는 기초자산이 하락할 경우 하락률만큼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7월 말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인버스 ETF 수익률이 급등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8일 기준으로 KBKBSTAR코스닥150선물 인버스증권 한달 수익률은 24%, 키움KOSEF코스닥150선물 인버스증권ETF은 23%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10%다.
 안전자산 비중 늘리며 증시 관망
투매하지 말고 관망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주가 수준에서 투매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며 “반도체 업황의 바닥 통과 가능성, 배당성장주에 대한 투자매력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매도보다 관망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별 업종 중에서는 제약·바이오주 투자는 보류하는 게 좋다. 신약 개발 성공에 대한 기대가 현실화되는 시점이 되면서 조만간 옥석 가리기 과정을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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