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논란 거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산권 침해하는 소급 입법” 반발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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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논란 거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산권 침해하는 소급 입법” 반발

[위헌 논란 거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재산권 침해하는 소급 입법” 반발

관련 법안 입법 과정에서 첨예한 논쟁 예고... 법조계 “다툼의 여지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참석해 차관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당정협의에 참석해 차관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재건축은 ‘위헌 논란’이라는 도마에 자주 오르는 메뉴 중 하나다. 헌법에서 보호하는 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꼽혀 규제 대상에 자주 오르면서 재건축 조합의 반발이 커졌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하 상한제)를 둘러싸고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정부가 재건축을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재건축 계획을 확정한 단계의 단지에 적용하는 게 헌법에서 금하는 ‘소급 입법’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재건축을 비롯해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규제하는 법률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2003년 7월 시행됐다. 헌법재판소에서 ‘재건축’과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키워드로 판례를 검색하면 50여 건이 뜬다. 위헌 논란이 많았지만 정작 위헌으로 결론이 난 경우는 드물다. 위헌 결정이 난 예는 4건이다. 주로 사업 방식, 조합 운영 등과 관련한 내용이고 주요 재건축 규제는 없다.
 위헌 결정 4건에 불과

위헌 도마 위에 오른 주요 재건축 규제는 2005년 도입된 재건축 임대주택 건립 의무(2009년 폐지)와 2006년 만들어진 재건축부담금제(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정도다. 임대주택 건립 의무는 재건축으로 증가하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건축연면적 비율)의 25% 범위에서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한 규정이었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재산권을 침해할 이유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재건축부담금 위헌 여부는 아직 진행형이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사업 동안 해당 지역 평균보다 더 많이 오른 집값 상승분(초과이익)의 일부를 준공 후 환수하는 것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조합에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는 요건에 맞지 않아 위헌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건축부담금 위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실제로 가구당 5000여 만원의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된 용산구 한남 연립재건축조합이 2014년 심판을 청구한 헌법소원이 아직 살아 있다.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 대상 기준을 두고도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소급 적용’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공고일 이후 입주자모집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하겠다고 관련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가 2017년 11월 민간택지 상한제 요건을 한차례 강화할 때는 공고일 이후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경우는 사업계획 승인을, 재건축·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했다. 사업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은 입주자모집 이전 단계다. 관리처분 계획은 재건축 착공 전 일반분양을 포함한 분양계획이다. 이번에 정부가 상한제 적용 기준 시점을 앞당기면서 상한제를 피한 것으로 알고 있던 사업장들이 대거 포함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아직 분양하지 않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66곳, 6만8000가구다. 상한제로 일반분양분의 분양가가 내려가면 앞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조합원 입장에서는 관리처분 인가 당시보다 기대이익은 줄고 내야 할 부담금은 늘어나게 된다. 상한제 걱정을 안 하고 있던 조합은 날벼락을 맞게 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는 상한제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정모씨는 “상한제를 관리처분이 끝난 단지에 적용하는 것은 소급 입법에 해당한다”며 “상한제를 폐지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관리처분인가 단지에는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임모씨는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기대이익도 이익으로 보고 세금을 거둬가면서 분양가 상한제는 관리처분 인가 때 책정한 분양가가 (확정이익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해 위헌이 아니라는 이중 잣대를 들이밀면서 재산권 침해와 헌법에 위배되는 제도를 시행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도 소급 입법과 재산권·평등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일규 조운법무법인 변호사는 “소급 입법에 따른 재산권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라 이미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거나 인가를 받아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단지를 적용하는 것은 ‘소급’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분양계획을 최종 확정하는 관리처분계획 단계의 단지에 사업성을 좌우하는 가격 규제를 하는 게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조합원 총회를 통해 세운 관리처분계획을 상한제로 다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2007년 9월 민간택지 상한제를 도입할 때는 관리처분 계획 이전 단계인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 대상으로 했다.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분양가가 중요한 요소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시행 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제외했다. 조합원들에게환수제를 반영한 관리처분계획을 보고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정부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경우에도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분양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관리처분계획에 포함된 예상 분양가격·사업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된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위헌 심판대에 올랐던 재건축 임대주택 건립 의무 역시 관리처분계획 인가 사업장을 포함해 논란이 됐었다. 당시 관련 법령 시행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임대주택을 짓도록 했다. 다만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단지는 용적률 증가분의 10%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임대주택을 예상하지 않고 관리처분계획을 세운 조합에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날벼락인 셈이었다. 조합들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나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경우까지도 임대주택공급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소급 입법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일반분양까지 마친 사업이 아니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이기 때문에 소급 입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공익이 조합원 이익보다 커야
그런데 이 결정은 5대 4였다. 헌법재판관 4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사업장에도 적용하면 임대주택 건립으로 분양수익이 감소해 추가분담금이 늘어나게 되고, 증가하는 추가분담금으로는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없더라도 재건축 사업을 철회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번 민간택지 상한제가 위헌 심판대에 오르게 되면 위헌 여부 결정의 관건은 공익의 무게다. 정부는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조합원 기대이익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일규 변호사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 입법 과정에서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며 “구체적인 규제내용이 정해져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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