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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전고점인 2100~2130에서 상승 마무리

[증시 맥짚기] 전고점인 2100~2130에서 상승 마무리

각국 중앙은행 금융완화, 미중 1차 합의 등 호재… 기업 실적 여의치 않고 경기지표 악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 각국 대표들과 기념사진 촬영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사진:기획재정부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좋아졌다. 경기와 달리 국내외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7월 시작된 금융완화 정책이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석달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내렸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1.0%로까지 내릴 거란 전망이 더 우세하다. 미국도 금리를 내리는 중이다. 올 초만 해도 연준이 두세 번 금리를 더 올릴 거란 전망이 많았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금리를 두 번 내렸고 10월 인하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세 번이 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더 사주는 걸로 1차 무역협상을 마감했다. 획기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시장은 1년 8개월 만의 합의라는 사실에 점수를 주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농산물 수입 확대와 지적재산권 보호에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미국의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게 관리될 가능성이 크다.
 주가 오를 때 보유 물량 줄여야
유럽에서는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이 마련됐다. 영국 의회에서 이행 방안이 만들어질 때까지 의결이 보류돼 당장 가시적 효과를 내지는 못하지만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작아진 건 분명하다. 이를 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식시장에 힘이 되고 있다.

최근처럼 주변 여건이 좋을 때 주가는 두 가지 형태로 움직인다. 하나는 계속 상승하는 건데 경제와 기업 실적 등 기초가 탄탄할 때 나온다. 주가가 고점을 돌파하더라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박스권 상단까지 오르는 데 그치는 경우다. 기업 실적 등 기초가 부실할 때 나타나는데, 주가가 오르면 보유 물량을 줄여야 한다. 지금은 두 번째 경우다. 주변 여건이 나아지긴 했지만 펀더멘털 개선이 미미해 상승에 한계가 있을 걸로 보인다.

국내 상장기업의 이익 전망치는 지난 9월까지 21개월간 하락세였다. 2000년 이후 최장기다. 그 영향으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10월 들어 이익 전망치의 반등이 시작됐는데 자동차·조선·금융 업종의 이익이 늘어나고 다른 업종의 이익 감소가 줄어든 결과다. 문제는 증가폭이다. 이익 증가폭이 작다 보니 이익이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데 그치고 있다. 현재 우리 시장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0.7배 정도다. 지난 5년 내 최고치인 11.2배에 바짝 다가섰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가가 계속 오르기 어렵다. 주가 평가 지표가 더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로 꽉 막혀 이익이 어지간히 증가하지 않으면 시장에 영향을 주기 힘들다.

미국 기업 실적도 그저 그런 상태다. S&P500 기업의 3분기 이익 증가율이 -3.8%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이익 발표 때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패턴, 즉 이익 발표 전까지는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다가 막상 이익이 발표될 때에는 전망보다 나은 수치가 나오는 패턴을 감안하면 지금 예상보다 좋은 수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해서 나오는 이익 증가율이 2% 정도다.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음을 감안할 때 이 정도 이익으로는 시장을 유지할 수가 없다.
 국내외 경기 둔화도 주식시장에 걸림돌
경제지표도 기업 실적과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 전망치를 내놓았다. 지난 7월 3.2% 성장 전망에서 3.0%로 하향 조정됐다. 내년도 3.5% 상승에서 3.4%로 전망치를 소폭 낮췄는데, 시간이 지나면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선진국 제조업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오랜 시간 경기 확장에 따른 피로감이 성장을 끌어내리는 원인이다. 국가별로는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와 독일, 싱가포르 등의 하향 조정폭이 큰데,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0%로 대폭 낮췄다.

3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7년 만에 최저인 6.0%로 떨어졌다. 경제 전반의 탄력성이 약해진 상태에서 미국과 무역분쟁이 겹친 게 원인이었다. 중국 정부가 세운 올해 성장 목표치 6.0~6.5%의 하단을 지켰지만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져 4분기 이후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1년간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융 완화정책을 시행했음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재정 확대가 남은 방법인데 현재 중국 정부가 재정 확대부터 증치세 및 사회보험료 인하를 통한 감세정책까지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이 또한 믿을 구석이 못 된다. 무역분쟁 등 현재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내년 중국 경제는 6%대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

주변 여건 개선에도 기업 실적과 경기 둔화가 계속돼 주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전고점인 2100~2130 사이가 이번 상승의 고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주가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이 지수대에서 걸려 하락할 경우 앞으로 이 지점이 큰 벽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많은 호재가 나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특히 연기금이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했다. 7월 이후 현재까지 5조44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외국인은 3조92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둘이 완전히 다른 매매 패턴을 보인 것이다. 연기금은 한 해가 시작되기 전에 전체 자산 중 얼마만큼을 주식에 투자할 건지 결정한다. 가장 큰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해당 수치를 18%로 정했다. 7월 이후 매수액을 감안하면 10월 현재 18% 중반을 넘었을 걸로 보인다.

연기금이 특정 시점에 주식을 집중 매수하는 건 늘 있었던 일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년에는 11월 말부터 매수를 시작해 한 해 시장이 끝나기 전까지 지속한 반면 이번에는 훨씬 빠른 시점에 매수를 시작했다는 정도다. 이렇게 매수를 앞당긴 건 7월에 종합주가지수가 1900까지 내려올 정도로 약세였기 때문이다. 주가 변동이 크지 않을 때에는 매수 시점을 잡지 못하다가 연말에 떠밀려서 매수한 반면 올해는 주가가 더 내려가지 않는 선까지 후퇴했다고 판단해 일찍 매수에 나선 것이다.
 외국인 매도 속 연기금 매수 한계
연기금의 매수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간 것 같다. 외국인과 달리 기관투자자는 매수 여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기금은 특히 더하다. 매년 정해진 목표가 있는데 거기에 도달한 후에는 추가 매수를 할 수 없다. 주식시장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부담 거리를 안게 된 것이다. 선진국 시장이 상승함에도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서 매도를 계속한 걸 보면 지금 한국 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종합주가지수 1900~2100 사이에서 매도를 멈추지 않는 것도 문제다. 주가가 더 낮아지든지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만 매수가 들어올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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