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록의 투자 지평 | 주식투자의 유통기한] 조급한 투자자? ‘중도 포기 리스크’ 경계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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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록의 투자 지평 | 주식투자의 유통기한] 조급한 투자자? ‘중도 포기 리스크’ 경계

[천영록의 투자 지평 | 주식투자의 유통기한] 조급한 투자자? ‘중도 포기 리스크’ 경계

원유선물 사태에서 본 투자 유통기한… 변동성 클 땐 분할매수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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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37.63달러에 거래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선물이란 향후에 실물을 받아갈 가격을 미리 결정하는 방법으로, 선물 가격은 수시로 변화한다. 하지만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실물을 받아갈 때 원유 한 배럴 당 37.63달러의 돈을 얹어준다는 의미이니 저장고가 있는 사람은 원유도 받고 돈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원유의 공급과잉과 수요 위축으로 저장 공간이 가파르게 바닥났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도 6월물, 7월물, 혹은 내년 월물 등 만기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원유 선물은 훨씬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현재 원유 선물 시장은 냉장고가 고장 난 상황에서 오늘 안에 아이스크림을 팔아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스크림은 녹아서 음식물 쓰레기로 변모해간다. 내일 먹을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려면 여전히 제값을 내야하지만, 오늘의 아이스크림은 몇 시간 후면 폐기 비용을 주고 처분해야할 것이다. 둘 간의 유통기한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도 달라진다.

원유 선물에서도 만기별로 가격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실물이 필요한 시기가 언제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형성됐다는 점 때문이다. 경기가 얼어붙어 있는 2020년 5월에는 석유 원유를 그냥 줘도 가져가고 싶지 않다. 반면 경기가 회복됐을 가능성이 높은 2021년에는 원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높다. 따라서 당장은 마이너스 가격이 붙은 원유라도 2021년 인수할 원유에는 배럴당 2~30달러의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차이가 벌어진 적은 없었지만, 파생 시장에서는 월물별 가격 차이가 일상적인 일이다.

흔히 잊기 쉽지만, 모든 투자에는 이러한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1주일 남은 우유를 1년치 사재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투자지평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중요하다. 투자지평은 투자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제약을 의미한다. 내가 투자하는 기간이 얼마냐에 따라서 사들일 수 있는 자산의 매력이 모두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모두 다르다.
 투자의 시간적 제약 ‘투자지평’ 주목
예컨대 3년 투자할 수 있는 사람과 30년 투자할 수 있는 사람, 혹은 3분간 단타로 투자를 접근하는 사람의 투자전략은 모두 달라야 한다. 부동산을 생각하면 쉽다. 부동산은 하루만 보유하기 위해서 구매하지 않으며, 때로는 절세전략상 보유 기간의 제약을 받는다. 모든 투자자는 자신의 투자지평을 맞춰 투자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수많은 신규 투자자가 주식에 입문했다. 2019년 한해 국내 최대 검색 포털 네이버에서 ‘재테크’ 키워드의 검색량이 두 배 가량 증가한데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의 투자에 대한 관심은 이미 매우 뜨거운 시기였다.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신규 투자자가 늘었다. 이들의 매수세를 혹자는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미들이 단기투자로 매수를 하였을 때 수익을 본 경우가 희박하다는 관점에서 이런 동학개미운동을 근심 어린 눈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투자지평이 짧은 단기 매수자들이라면 실력보다는 시장의 우발적인 상황에 의해 손익이 결정 나곤 한다. 변동성이 폭발하는 시기마다 증권사 계좌에는 아주 많은 손실계좌가 추가로 생겨나는데, 항상 투자를 실패하는 투자자가 투자에 성공하는 투자자보다 많기 때문이다. 단기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손실을 보는 사람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주식시장은 올랐지만 주식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등이 다양해지면서 결국 이번 사태에도 변동성의 피해자가 많아졌다. 지난 몇 년간의 암호화폐 시장에서 보듯 시장 등락이 이어지면 손실계좌의 비중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은 분명 우려된다.

최근 시장에선 건전한 장기투자자들도 다수 신규 유입됐다. 현금을 준비하고, 긴 투자지평 내에서 투자 비중을 늘려가는 이들이다. 예컨대 1억원에 가까운 투자한도를 마련해놓고 500만원, 1000만원씩 나눠서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에 특히 주목할 만하다. 변동성이 극대화된 시장에서 분할매수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렇게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전체 투자자 가운데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지 않은 수임은 확실하다.

국내 증시가 3월의 저점에서 상당 수준 올랐다. 그에 따라 다시 하락할 수도, 꾸준한 상승이 이어질 수도 있다. 단기적인 시장의 방향까지 맞출 수 있는 투자자는 드물다. 하지만 어느 쪽 상황이 벌어져도 이익을 내는 사람이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단기적으로 시세차익을 얻은 사람이 얼마를 벌었건 혹은 잃었건 장기적으로 투하자본을 늘려야하는 사람이 동요할 요인이 아니다.
 시장이 충격 받았을 때가 장기투자의 적기
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했을 때야 말로 장기투자를 개시하기에 적기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지평 중에 추가 납입할 현금흐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1~3년의 하락장이 다시 찾아오더라도 투자 단가를 낮추는데 활용할 수 있다. 투자 기간을 10년으로 잡았다면 어차피 장기간 매수를 이어나가야 한다. 주식 비중이 없던 사람들에게 비중을 채워갈 수 있는 호기는 의심할 여지없이 ‘하락장’이다.

이런 시기에 투자하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중도 포기의 리스크’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최악의 상황에 전액 매도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주식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고수익 채권이나 부동산 펀드, 원자재 등 모든 자산에 똑같이 적용된다. 투자를 지속하는 피로감에 못 이겨 투자를 포기하게 되는 순간도 최악의 상황이다. 조급하게 진입하거나 피로감이 높은 투자에 나서면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앞으로 3년간 위험자산의 비중을 천천히 채워간다는 자세로 시장을 바라봐야 할 시기다.



※ 필자는 핀테크 기업 ㈜두물머리의 대표이사이자 13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한국인의 투자 IQ가 대단히 뛰어나다고 믿으며, 투자를 돕는 앱을 출시하고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의 확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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