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망 사용료’ 논쟁] ‘넷플릭스법’ 국회 넘자 인터넷업계 반발 나섰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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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망 사용료’ 논쟁] ‘넷플릭스법’ 국회 넘자 인터넷업계 반발 나섰다

[불붙은 ‘망 사용료’ 논쟁] ‘넷플릭스법’ 국회 넘자 인터넷업계 반발 나섰다

갈등→소송→입법→갈등 악순환… “법안 문제 많아” 지적도

‘망 사용료’ 논쟁이 뜨겁게 불붙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인한 ‘집콕’ 생활이 넷플릭스 급성장을 부르자 넷플릭스 콘텐트의 이동통로를 구축한 인터넷망사업자(ISP)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 지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교통정리를 요청했고, 넷플릭스는 돈을 낼 수 없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보다 못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0대 마지막 본회의에 앞서 망 품질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넷플릭스법(망 품질 유지 의무법)’을 통과시켰고, 5월 20일 열린 본회의 문턱까지 넘었다. 그러자 인터넷업계가 “콘텐트 기업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들을 규제해 ISP 수익을 늘리는 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송 일자 국회까지 극단 치닫는 ‘망 사용료’

망 사용료 논쟁은 SK브로드밴드가 시작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국내 인터넷 콘텐트 기업은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유독 글로벌 콘텐트 기업, 특히 넷플릭스가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재정신청도 요청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 상호 간 발생한 전기통신사업 관련 분쟁에서 협의가 어려울 경우 사업자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ISP인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 넷플릭스는 부가통신사업자로 전기통신사업법 적용을 받는다.

SK브로드밴드는 특히 넷플릭스의 인터넷망 무임승차를 지적했다. 돈은 내지 않는데, 망 사용량은 많기 때문이다. ISP가 구축한 인터넷망을 고속도로로 비유할 경우 가장 많은 차선을 차지하는 게 넷플릭스의 고화질 동영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실시간동영상서비스(OTT) 콘텐트 업체인 넷플릭스는 고품질 영상으로 수익을 낸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국내 넷플릭스 사용자가 급증했고,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콘텐트 전송을 위한 인터넷망 관리에만 상당한 자원을 투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5월 4일 SK브로드밴드는 “지난 3월을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인터넷망 사용량이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2.3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ISP의 망 증설 등 투자비 증가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는 약 270만명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지난 3월 기준 국내 넷플릭스 결제자는 272만명, 결재금액 추정치는 362억원이라고 분석했다. 2018년 3월 같은 조사에서 결제자가 26만 명, 결제금액 추정치가 34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2년 사이 10배 수준으로 늘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콘텐트는 망 사용량이 많은 고화질 동영상 콘텐트인데다 사용자까지 빠르게 늘어 ISP의 망 증설을 이끌었고 비용은 모두 ISP가 부담했다”면서 “SK브로드밴드의 주장은 망 사용이 많은 넷플릭스가 증설비 일부를 내라는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의 재정신청에 소송으로 맞선 상태다. 넷플릭스는 지난 4월 13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걸었다.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낸 재정신청에 대한 반박으로, 망 사용료 지불 필요가 없음을 법원이 증명해 달라는 요청이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는 말 그대로 통신사가 구축한 인터넷망이라는 콘텐트(데이터) 고속도로 사용 요금으로, 소비자가 매달 내는 통신요금에 포함돼 있다는 게 넷플릭스의 주장이다. 넷플릭스 측은 “ISP는 인터넷망을 통해 콘텐트를 소비하는 이용자들로부터 이용요금을 받으면서 콘텐트 업체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과금”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의 법안 통과로 논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20일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넘었다. 개정안에는 콘텐트 사업자에게 인터넷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 서비스 품질 개선에 동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인터넷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SP 몫인데,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형 CP는 물론 넷플릭스·구글 등 글로벌 CP까지 의무를 분담하게 됐다.

국회가 사실상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줬는 분석이다. 국회는 SK브로드밴드 주장과 같이 해당 개정안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트 기업 제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처럼 막대한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망 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 해외 대형 콘텐트 기업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콘텐트 기업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개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에는 또 글로벌 콘텐트 업체의 국내법 준수 강화를 위해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했다. 글로벌 콘텐트 업체가 국내에 서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국내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협상 등에 적극 응하지 않는 것을 국내 대리인을 통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콘텐트 기업 부담만 키울 것” 지적
문제는 국회가 나서자 콘텐트 기업이 연합전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특히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국내 콘텐트 기업까지 넷플릭스법 통과에 유감을 표명했다. SK브로드밴드나 국회가 제기한 ‘역차별’ 논란이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콘텐트 기업들은 ISP에 내고 있는 망 사용료는 사실 망 사용료가 아니라 망 접속료라고 설명한다. 전 세계로 퍼진 인터넷에 콘텐트를 올리고 유통하기 위한 최초의 접속료 개념이라는 것이다. 네이버가 2017년 ISP에 지급한 1141억원 역시 망 접속료 성격이 짙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망 품질 유지는 ISP 본연의 의무”라며 “세계 어디도 비용 전가 방식의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단체는 지난 5월 20일 “국회와 정부가 부가통신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이용자 편익을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국내법을 개정해 글로벌 기업을 규제하는 건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돼 실현되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새로운 규제로 국내 콘텐트 기업의 망 사용료 부담만 높이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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