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코로나·실업 추이가 향후 주식시장 좌우
[이종우의 증시 맥짚기] 코로나·실업 추이가 향후 주식시장 좌우

▎6월 1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실업급여설명회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 지어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9·11테러 직후 주가가 오른 이유는 넷이다. 우선 테러 직전 주가가 너무 낮았다. 테러 이전 나스닥은 1년반 동안 66% 하락한 상태였다. 코스피 역시 50% 넘게 떨어졌다. IT버블 붕괴로 두 시장이 크게 하락한 건데 주가가 낮다 보니 추가로 내려갈 공간이 크지 않았다.
두 번째는 강한 금리 인하다. 테러 직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0.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11월말까지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끌어내렸다. 테러 발생 전 3.5%였던 금리가 1.75%가 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직후 금리를 1.5%포인트 내렸으니까 두 경우의 인하율이 엇비슷한 셈이 된다. 문제는 지금은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태인 반면, 9·11 이후에는 추가 인하 가능성이 살아있었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의 영향이 지금보다 9·11테러 때가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금리 인하는 2003년 기준금리가 1.0%가 될 때까지 계속됐다.
세 번째는 경기다. 테러 발생 직전 국내 경제는 바닥을 친 상태였다.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기 때문에 테러가 발생한 후에도 경기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마지막은 심리다. 9·11테러와 코로나19 모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회복됐다. 상대적으로 회복이 쉬웠던 건 9·11테러 때다. 테러가 경제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911테러 직후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테러 직후가 상승 요인이 더 강하다. 지금이 더 나은 부분은 오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중앙은행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하고 10년 넘게 주가가 올라 투자자 사이에서 상승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정도다. 9·11테러 때는 주가가 대단히 낮은 상태였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미국 시장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경기는 바닥과 천정으로 차이가 나지만 현재까지는 연준에 대한 기대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경기가 나쁘면 주가는 반등 후 다시 하락
금리 인하와 세금 감면 등 정책이 총동원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이렇게 떨어진 이유가 무엇일까? 경기가 좋지 않아서다. 당시 미국 경제는 테러 직후 더블 딥(double dip·경기침체 후 회복하다 다시 하락하는 이중침체 현상)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주가 상승은 물론 반등도 유지하기 힘들었다. 경기가 또 한번 나빠지자 2002년 11월 연준이 금리를 다시 0.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별달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
9·11테러 이후 주가 움직임을 생각하면 최근 몇 개월간 상승이 이해가 간다. 코로나19라는 사건이 발생해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시장은 질병만 사라지면 주가가 다시 올라갈 거라 믿었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믿음이 더 강해졌다. 주가가 어떻게 바닥에서 한번도 쉬지 않고 60%가 오를 수 있냐는 의문도 있지만 9·11테러 직후 주가가 100% 오른 걸 감안하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제 관심은 앞으로 미국 경제가 좋아져 9·11테러 직후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이런 모습이 되면 주가는 균형을 깨고 다시 상승하지만 그게 안되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9·11테러 직후와 같이.
지난 6월 15일과 16일 주가가 하루에 100포인트 넘게 떨어지고 오른 걸 계기로 3월부터 이어 온 1차 국면이 마무리됐다. 1차 국면의 특징은 주가 급등락이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한 달 만에 코스피가 2270에서 1430으로 떨어지더니 두 달 반 만에 원상태를 거의 회복했다. 두 번째 국면은 1차 때 같이 급등락하지 않을 것이다.
전염방역·경제활동 병행해야 하는 부담
고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됐지만 신규실업을 청구하는 사람이 여전히 100만명을 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동이 금지돼 실업이 발생했기 때문에 경제활동만 재개되면 실업이 빠르게 해소돼 제자리를 찾을 거라 기대했는데 기대와 다른 모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고용에서 소매업과 숙박·레저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21%다. 반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도 안 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고용이 늘지 않아도 주가가 오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다르다. 전체 경기를 좌우하는 변수인 만큼 고용회복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경기 회복이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이 상태가 되면 연준에 대한 기대도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다.
시장은 4분기 이후와 내년 상반기 경제와 기업실적을 보고 있다. 경기와 기업실적 회복이 더딜 경우 주가도 지지부진해질 수 밖에 없는데 전망이 밝지 않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지금은 많은 나라들이 장기간에 걸친 경기 확장의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는 때이다.
※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리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