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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프로 환율 돋보기] 금리 상승에도 연준이 태연한 배경

[백프로 환율 돋보기] 금리 상승에도 연준이 태연한 배경

성급한 연준의 개입 보다는 건전한 시장 조정이 필요한 시기
시장이 금리 상승의 늪에 빠졌다. 미국의 시장 금리 상승은 전세계로 옮겨가며 파장을 낳았다. 유럽에서도, 한국에서도 금리가 오름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구두 개입을 하고 있다. 때 이른 금리 상승세는 자칫 경제 회복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ECB와 달리 정작 발원지인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태연하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대중과 수차례 소통을 하면서도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의 화끈한 재정 부양에 상승하는 금리
이렇게 소극적인 연준의 행보에 시장은 다소 불안감을 느끼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앞당겨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품고 있다. 미국의 금리 상승세에 탄력이 붙으면서 달러화도 연초 이후 원화를 포함한 다수의 통화에 강세로 전환했고, 원달러 환율도 연초 저점이었던 1080원을 뒤로 하고 3월 초순에는 1140원 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금리는 왜 상승하는 것이고, 금리 상승에 태연해 보이는 연준의 의중은 무엇일까. 먼저, 최근 금리 상승은 중앙은행의 정책 도구인 기준금리가 아니라 시장 금리 상승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시장금리는 국채 금리이고,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일련의 상황을 복기해 보자. 2020년 3월, 코로나19의 충격이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자 기준금리뿐 아니라 시장 금리가 바닥을 쳤다. 미국 연준은 다시 제로금리를 꺼내 들었고, 전세계 투자자가 미 국채를 대거 매수하여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0.5%까지 떨어졌다. 이후, 금융시장이 충격에서 벗어나며 주식은 빠르게 반등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상대적으로 서서히 반등하면서 연말 1%에 못 미쳤다.

그런데 연초로부터 겨우 며칠이 지난 1월 5일, 미국 조지아주의 상원 2개 의석에 대한 결선 투표가 금리에 불쏘시개가 됐다. 상원 100석 중 공화당이 50석, 민주당 측(무소속 포함)이 48석이었던 상황에서 2개 의석을 민주당이 석권했다. 부통령의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쥔 민주당이 상원의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에서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으로 무게의 추가 넘어오자, 미국 정부의 부양책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미국채 금리를 밀어 올렸다. 재정 부양책의 확대는 재정 조달을 위한 국채 발행을 늘려 수급 구조상 국채 가격을 떨어뜨리고 미국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경향이 있다.

2월 16일에도 미국채 금리가 또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JP모건의 원자재 수퍼 사이클 진단 등 월가의 원자재 가격 강세 전망, ‘미국 구제 계획’에 따른 1조9000억 달러 부양책(3월에 상원을 통과)의 영향이다. 이와 별도로 3조 달러 안팎의 인프라 부양책까지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또 한 번 금리 상승세에 힘을 실었다. 지난 2월 25일에는 미국채 7년물 입찰에서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또 한 번 치솟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급감한 탓이 컸다.

이렇듯 미국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이 미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어째서 연준은 태연한 것일까.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느슨하면, 시장 참가자들이 위험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여 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기 쉽다. 거품이 커질수록 거품이 꺼질 때의 후폭풍도 거세진다. 일부 기술주들의 가격이 역사적으로 과대평가됐다는 시선이 많았고 연준은 이러한 시선을 외면하기 어렵다.

시장의 과도한 위험 추구를 보여주는 징후가 많다. 지난 1월 말에는 게임스탑(Gamestop) 종목을 공매도했던 헤지펀드에 맞서,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정상적인 시장 가격과 동떨어진 움직임에 우려를 자아냈다. 광풍 수준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도 요주의 대상이다. 스팩은 비상장 우량기업이 우회 상장하는 지름길로 인식되는데, 스팩을 통한 유망 스타트업들의 상장 사례가 스팩 시장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금리 상승세가 위험자산 시장의 광범위한 하락을 초래하지는 않았다. 지난 1년간의 주가 상승세에 뒤처졌던 경기 민감주들은 금리 상승세에 타격을 받지 않은 반면, 거품 조짐이 있던 주식들의 변동성이 커졌다. 미국 주식시장만 해도, 전년도에 우월한 성과를 보인 나스닥은 기술주들의 부진으로 올 들어 열위를 보이는 반면 그간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다우존스 지수는 힘을 받고 있다.

연준은 금리 상승세가 시장의 과도한 위험 추구를 제약하여 시장의 건전한 조정을 유발하는 것을 바라는 것인지 모른다. 물론, 금리 상승세가 지나쳐 금융 여건이 긴축된다면, 경제 회복세를 훼손하고 취약계층에는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연준이 적극 개입할 여지는 여전하다. 전고점 대비 주식시장이 10% 이상 하락하면 조정,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으로 간주하는데 만약 다우존스 지수까지 약세장으로 진입하는 상황이라면 연준이 관망할 수 없을 것이다.
 시장의 과도한 위험 추구가 불편한 연준
한편, 작년 말까지 과도하게 쌓여 있던 달러화 매도 물량도 올해 미국의 금리 상승세에 부담을 느끼며 정리되고 있다. 백신 보급 이후의 미국 경제 회복세가 글로벌 대비 상대적으로 빠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예외가 있다면 원자재 가격 강세에 호주 달러화 등 원자재 통화들이 강세 압력을 받고, 백신 보급이 상대적으로 빠른 영국의 파운드화도 최근의 미국 금리 상승세가 무색하게 강세 압력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 회복세가 우월하고 중국 주식과 국채의 글로벌 벤치마크 편입으로 자본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도 미국 달러 강세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 이들 통화에 비하면 한국의 원화는 미국 달러화의 반등을 잘 드러냈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가 미국의 금융 여건이 긴축되는 수준까지 진행되면 연준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도 연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기다. 더구나 한국 수출도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환율이 고점을 크게 높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필자 백석현은 신한은행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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