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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원자재 값에 해외 자원 개발 ‘재평가’

40년 공들인 포스코 자원 확보 ‘주목’
“일관된 정책 기조가 핵심” 지적

 
 
호주 로이힐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이 현지 야드에 적치되는 모습 [사진 포스코]
최근 1년 새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그간 부실 사업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던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저유가 기조로 부실 투자 취급을 받아온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일관된 기조로 추진돼야 할 해외 자원 개발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른바 ‘적폐’ 취급을 받아왔다”며 “안정적 자원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구리,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은 최근 1년 새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구리 가격은 지난 14일 톤당 1만21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종가이자 사상 최고가인 톤당 1만724.50달러보다 하락했지만, 지난해 5월 15일 종가(5165달러)와 비교하면 약 2배 증가한 금액이다.
 
철광석 가격 역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 수입 물량 기준)은 지난해 5월 14일 톤당 92.17달러에서 올해 5월 14일 톤당 208.79달러로 2배 이상 인상됐다. 지난 12일에 톤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가,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철광석 투기 등에 대해 단속한다고 발표하자 200달러대로 하락했다.
 

빛 보는 포스코 해외 자원 개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이른바 원자재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 자원 개발의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가 주목받는 이유다.
 
포스코는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의 총 6곳에서 철광석 투자 사업을 추진 중으로, 이 가운데 5곳의 투자 사업에서 한 해 철광석 소요량의 40%를 조달하고 있다. 지분 투자를 통한 배당 수익뿐만 아니라 구매 할인으로 원료비 부담도 줄이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40년 전에 철광석 확보 등을 위해 해외 자원 개발에 뛰어들었다. 1982년에 캐나다 브리시티컬럼비아주 동남부에 위치한 그린힐스 탄광 개발 투자로 지분 20%를 확보했다. 그린힐스는 연간 500만 톤 수준의 고품위 강점탄을 생산하는데, 포스코는 이 투자로 철강의 주요 원재료 중 하나인 강점탄을 40년간 안정적으로 수급 중이다.
 
호주 포스맥 촬광석 광산 지분 투자도 해외 자원 개발의 성공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포스코는 2002년 호주 원료공급사인 BHP와 포스맥 광산에 공동 투자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이 광산 지분 20%를 확보했다. 포스맥의 누계 수익률은 200% 이상으로 현재까지 이 광산 투자로 회수한 금액은 1조원 이상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투자는 호주 로이힐 광산 투자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대만 차이나스틸 등과 함께 로이힐 광산 개발에 참여했다.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2.5%를 확보했다. 이 지분 투자를 통해 1년 철광석 소요량의 25% 이상인 1500만 톤을 수급하고 있다. 로이힐 광산은 호주 서북부 필바라 지역에 위치한 호주 최대 단일 광산으로, 철광석 매장량은 23억 톤이며, 연간 5500만 톤 규모의 철광석을 생산하고 있다. 
 
로이힐 광산 지분에 따른 배당금도 쏠쏠하다. 호주 로이힐홀딩스 이사회가 지난 3월 올해 1분기 배당금을 분기 기준 최대 규모인 약 1조1700억원으로 결의하면서, 포스코는 약 150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지난해 3분기 첫 배당금 500억원 등을 포함하면 로이힐 광산 지분의 누적 배당금은 총 2700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포스코의 브라질 CBMM 페로니오븀 광산 투자, 캐나다 AMMC 광산 투자 등도 거론된다. 포스코는 지난 2011년 고급강 생산 능력 확대 추세 등을 감안해 고급강 제조에 활용되는 제강 원료인 페로니오븀 생산업체인 CBMM의 지분 5%를 국민연금과 5대 5 비율로 인수했다. 또한 2013년에는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과 합작해 캐나다 AMMC 광산에 투자했다. 
 
포스코가 적극적인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자원 확보와 수익을 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지원은 지속 줄어들고 있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에너지 자원 공기업의 지난해 해외 자원 개발 투자 금액은 약 8000억원으로 지난 2011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 역시 감소세다. 2010년대 초반 3000억원 수준이던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융자 지원 예산은 올해 349억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현돈 인하대(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최빈국인 한국의 입장에서 해외 자원 개발은 원자재 가격 등락과 무관하게 일관된 기조로 꾸준히 추진돼야 하는데, 그간 정치 구호에 휘둘리면서 잘잘못만 따지는 상황이 반복돼왔다”며 “정부가 구상한 수소 경제는 블루수소가 핵심인데, 블루수소가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원유 등의 자원 확보 없이는 수소 경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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