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 52시간 자리잡고, 재택근무 늘며 부업하는 직장인↑
파트타임 중계 앱 등에서 본업과 병행하는 일자리 찾아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봉이 동결되면서 사내에는 박씨 외에도 부업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박씨는 “회사에서 자제하라는 말이 나오지만 다들 쉬쉬하면서 부업을 한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월급만으로는 집을 사긴커녕 결혼도 어렵다”고 말했다.
본업 외에 시간을 활용한 부업이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N잡러’(여러직업을 가진 사람)나 ‘부캐’(본래의 내가 아닌 새로운 모습이나 캐릭터)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를 대변하는 단어가 될 정도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온라인 클래스 ‘마이비스킷’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절반(51%)이 “본업에서 벗어난 ‘부캐’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답했다. 또 현재는 수익을 내고 있지 않지만 “부업을 계획 중”이라고 답한 사람도 25%나 됐다. 부업을 병행하는 직장인에게 ‘부업을 추천하는가’라는 질문에도 7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웹 개발자로 일하는 김지안씨(28)는 온라인 앱을 통해 부업을 한다. 디자인·IT프로그래밍 등 관련 분야의 파트타임 일거리를 알선해주는 앱에서 전문가로 인증받아 본업과 관련된 일을 한다. 김씨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봤지만 연봉 인상률은 터무니없이 낮았다”며 “연봉 인상을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부업을 통해 내가 직접 돈을 더 버는 게 낫고, 포트폴리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부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 100만~200만원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코로나 19로 회사가 어려워져 연봉을 1000만원 올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부업으로 연 1000만~1200만원을 버는 건 어렵지 않다”며 “퇴근 후 집에서 추가로 일하는 게 쉽진 않지만 앞으로도 계속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부업자 수는 47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부업자 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부터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부업을 허용하지 않는 직장에 다니는 경우엔 가족 명의로 창업을 하거나 소득이 잡히지 않는 일만 골라 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서성민씨(가명·34)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강의가 줄면서 월 평균 수입이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서씨는 “월세·통신비 등 고정 비용과 생활비를 최소한으로만 써도 최소 월 120만원이 필요한데 여기에 못 미치니 부업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언제 강의가 정상화될지 알 수 없어 고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부업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씨 눈에 띈 것은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스터디카페다. 그는 그동안 모은 돈과 대출금을 합쳐 5000만원으로 무인 스터디카페를 창업했다. 서씨는 “초기 투자비용이 있지만 본업과 병행해도 운영에 차질이 없으려면 자동화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무인 매장이기 때문에 하루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돼 코로나 19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본업을 이어가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와 아르바이트 임금 등을 빼고 서씨가 부업으로 버는 순수익은 매달 150만~200만원 정도다.

본업 외에 커리어 개발을 위해 부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아나운서 출신인 이소영씨(가명·32)는 현재 방송 관련 일을 그만두고 일반 회사원으로 근무하지만 방송 경력을 살려 주말에는 스피치 강사로 활동한다. 이씨는 “부업으로 버는 돈은 월 50만원에 불과하지만 강의 경험을 쌓기 위해 일한다”며 “코로나19로 직장을 잃는 사람들을 보며 나에게도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여겨 부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쉬쉬하며 부업하는 직원이 느는 데 대해 기업은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IT기업 대표는 “사내에서 부업에 열중하는 직원을 직접 본 후 겸업 금지 위반으로 해고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주변에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라 권고 정도에 그쳤지만 IT기업에겐 특히나 더 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 더욱 엄격하게 관리한다.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부업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경제학과)는 “과거와 달리 MZ세대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도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며 “이들이 소득을 올리기 위해 부업에 뛰어드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재택근무가 많아지고, 주 52시간 근무 정착으로 인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상황에서 근로자와 사측 간에 부업 허용에 대한 괴리감 해소를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두현 인턴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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