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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부동산 플랫폼으로 내 땅 마련? 환금성이 문제로다

가상 세계에서 투자부터 수익 창출까지
"제2의 비트코인?" 우려 목소리도

 
 
어스 2 메인 화면 [사진 어스 2 화면 캡처]
 
“나 오늘 강남역에 5만원 주고 땅 한 칸 샀어.”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지만 ‘어스 2’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다.
  
비트코인 등으로 가상화폐가 익숙해진 세상에 가상 부동산이 등장했다. ‘어스 2(Earth 2)’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를 이용해 가상 세계에서 한정된 땅을 사고 팔 수 있다. 가상 플랫폼에서도 현실 부동산처럼 '투자-개발-수익 창출' 모델이 등장했다. 일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문하고, 일부는 해당 플랫폼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기술 결합이 가능한 점을 미래 장기투자 요소로 삼는다. 
 

가상 부동산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꿈꾸는 ‘어스 2’ 

'어스 2'에서 백악관 땅을 각국의 이용자들이 선점한 모습. [사진 어스 2 홈페이지 화면 캡처]
 
현실판 부루마블이라는 평을 듣는 어스 2는 지난해 11월 호주 출신 개발자 셰인 아이작이 디지털 지도 '맵박스(mapbox)'를 기반으로 만든 가상 부동산 플랫폼이다. 거래하는 토지(타일)는 가상이지만 지불하는 돈은 현금이다. 실제 미국 달러가 사용되며 선불 충전하거나 신용카드 등으로 거래한다. 거래자들은 ‘가상의 지구’에서 10X10㎡ 크기로 쪼개진 토지(타일)를 사고판다. 위성사진 이미지와 동일한 이 가상의 지구는 실제 부동산과 입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어스 2 서비스 초반 타일 가격은 한 타일당 0.1달러로 동일했지만 지금은 크게 올랐다. 3일 어스 2 홈페이지에 따르면 강남 일대는 타일 당 3만257원, 뉴욕은 6만5349원, 두바이는 1만3207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개발자들은 어스 2를 가상과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라고 말한다. 현재는 땅을 사고파는 것이 전부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철광석, 원유 등의 자원이 있는 땅과 관광지에 건물을 지어 세를 주는 등 소득이 발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어스 2에도 경제 원리가 적용된다. 주식 시장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장기 투자하는 것처럼 어스 2 이용자들은 월드컵 개최 예정지, 천연자원 매립지 등 지역을 찾아 나선다. 백악관, 타지마할, 다이아몬드 광산 등 인기 지역은 선점된 지 오래다.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급상승 국가의 타일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다만 이 가상 부동산 플랫폼으로 실제 수익을 얻을 수 있냐는 물음이 많다. 어스 2는 실제 부동산과 비트코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진다. 현 상태로는 땅이 팔리지 않으면 수익성이 없고 현금화를 위해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기다려야 하는 등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메타버스포럼'을 운영하는 메타포(필명)는 "어스 2에 출금 관련 문제가 있지만 소액 출금도 가능하다"며 "개발자들이 오류를 해결한 가상 마스터 카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스 2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계획 중이다. 지난 5월 26일 어스 2는 “블록체인을 개발 중이며 메타버스에 블록체인 자산을 통합할 것”이라며 “글로벌 AR‧VR 시장은 2025년까지 55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스 2가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디센트럴랜드’  

[사진 디센트럴랜드 화면 캡처]
 
어스 2에 비해 환금성이 높은 플랫폼도 있다. 어스 2가 실제 존재하는 땅을 기반으로 거래한다면 '디센트럴랜드'는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메타버스 게임이다. 이용자가 콘텐트 및 응용 프로그램 등을 직접 만든다. 또한 디센트럴랜드에서 사용하는 ‘마나(Mana)'라는 가상화폐는 실제로 전자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다. 메타버스 경제가 전자화폐를 토대로 굴러가는 것이다.
  
지난 4월 11일 4만1216㎡의 가상 땅은 57만2000달러(한화 약 6억4000만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NFT 분석 사이트인 넌펀저블닷컴(NonFungible.com)에 따르면 디센트럴랜드의 땅인 ‘랜드(LAND)’ 한 개 가격이 2019년 평균 780달러에서 2020년 894달러, 2021년에는 2700달러(한화 약 300만원)까지 상승했다.
 
디센트럴랜드는 ‘제네시스 시티’라는 광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디센트럴랜드 게임 안에서 구획된 약 9만개의 랜드는 도로와 광장을 제외하고 모두 사고 팔 수 있다. 이용자들은 구입한 랜드에 건축물을 올리고 광고판을 달아 수입을 얻는다. 랜드의 소유권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표준 'ERC-721'을 따라 대체 불가능한 토큰인 NFT로 기록된다. 이를 통해 소유권을 블록체인 내에서 입증할 수 있다.
 
가상 부동산 플랫폼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해당 플랫폼에 디지털 기술이 결합될 것을 주목한다. 실체가 없는 가상세계로 보일 수 있으나 확장, 인공지능 기술 등의 발전으로 현실감 있는 가상 세계의 구현과 활동이 가능해진다면 미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강지수(24)씨는 “어스 2의 자원이 많이 나오는 땅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비트코인 초기에 투자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디지털 기술이 결합될 메타버스 플랫폼은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 부동산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김상균 강원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어스 2에 건물을 세우고 기업 투자가 들어오는 등 유동 인구가 늘면 가치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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