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의혹 “억울” 반응에 전문가들 “법 위반 확실한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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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의혹 “억울” 반응에 전문가들 “법 위반 확실한 의심”

위치가 신도시 예정지와 가깝고 가족·친척과 지분 쪼개기로 매입
땅 투기 의심 받는 의원들 이구동성 “오해”…세간에선 “LH와 유사”
여권 잠룡 “전면 재검토”…文 정부, 3기 신도시 추진에 차질 빚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12명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보여줬던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12명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보여줬던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후폭풍이 거세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민주당이 보여줬던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탈당을 권유한 의원 12명에게 이해를 구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건처럼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의심되는 3명의 의원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 받는 김한정·서영석·임종성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의혹을 받는 김한정 의원(경기도 남양주을)은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의 아내와 처남은 2020년 7월 경기도 남양주 진전읍 임야 1112㎡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약 12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남양주 진전읍은 3기 신도시 예정지인 왕숙 지구 인근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왕숙신도시가 확정된 2018년 12월보다 1년 7개월 뒤인 지난해 7월에 해당 부동산을 매입했다”며 “미공개 정보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개발 예정 지역에서) 10㎞나 떨어져 있는 곳”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부당한 결정을 제가 용인하면 선당후사(개인보다 당을 위해 희생)가 아닌 당을 망치는 길”이라며 “문재인 정부 초기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잘못된 정책을 만들며 의기양양했던 책임자들을 색출해 조사해야 한다”라고까지 격분했다.  
 
권익위가 3기 신도시 관련 의혹을 제기한 사례(2건)에 포함된 또 다른 인물은 서영석 의원(경기 부천정)이다. 서 의원은 경기도의원 건설교통위원회 위원이던 2015년 8월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토지 877㎡와 351㎡ 규모의 근린생활시설을 지인과 절반씩 매입했다. 땅 매입 후 2019년 부천 대장이 3기 신도시로 선정됐다. 서 의원이 소유한 토지는 신도지 예정지에서 불과 2㎞ 거리에 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경기도의원 시절 지인과 함께 땅을 매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연관성도 없고 더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던 저를 문제가 있는 것처럼 치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종성 의원(경기 광주을)의 경우 누나와 사촌 등이 지난 2018년 11월 임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고산2지구 인근 땅 6409㎡를 공동 매입한 것이 의혹으로 꼽힌다. 당시 임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다. 해당 토지를 매입 후 한 달 뒤 광주시에서 고산2지구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고시하면서 땅값이 급등했다.  
 
이에 임 의원은 “제 누나와 사촌 등 지인이 2018년 11월 고산2지구 주변 약 1940평을 공동으로 매입한 사실이 있으나 저는 이 토지거래를 지난해 말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했다”며 “최근 광주시는 고산2지구 관련 고시와 도면에 대해 누구나 알 수 있는 공개된 자료라고 밝혔다”고 해명했다.
 

“계좌 추적하면 혐의 더 명확해 질 수도”

 
본인 지역구 개발 사업과 관련해 땅을 샀거나 개발 계획 발표 전 부동산을 취득하는 등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세 명의 의원들은 “억울하다”, “오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의 시선은 다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개개인별로 따지면 억울할 수도 있지만, 부동산에 투기하지 말라고 했던 민주당의 오랜 신념과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 아니냐”면서 “한 치의 의혹도 있어선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비슷한 사례로 분류됐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 심 교수의 의견이다.  
 
심 교수는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혐의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강제 수사권이 없는 권익위에서조차 기본적인 자료를 토대로 법 위반 의심 정황을 파악했다”며 “계좌 추적을 통해 현금 흐름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혐의가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그는 “권익위에서 소명 자료는 물론 법적 자문도 받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 아니겠나”라며 “꼼꼼하게 따져보고 애매한 경우는 제외하고 확실하게 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만 추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그러면서 “여당 출신 위원장이 있는 권익위에서 발표한 내용”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에서 취한 조치인데 탈당하지 않고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권 주자 “지방 소멸 막기 위해서라도 3기 신도시 재검토” 

 
여당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3기 신도시 진행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여당 내부에서 3기 신도시 반대 움직임이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지사는 최근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지사는 “신도시 추진은 서울과 수도권 집값 안정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수도권에 27만 가구의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을 가속하는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3기 신도시 추진 속도도 시원치 않다. 인천 계양만 지난 3일 지구계획이 확정됐을 뿐이다. 나머지 신도시(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1·2,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 시흥)는 현재 관계기관 협의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은 오는 7월에, 고양 창릉·부천 대장은 오는 10월 지구계획을 모두 확정할 예정이지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광명·시흥의 경우 계획조차 잡혀있지 않다.
 
지구계획 수립과 병행 추진되고 있는 토지보상도 더딘 모습이다. 하남 교산(84%)만 속도를 내고 있을 뿐 지구계획이 확정된 인천 계양조차 60%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신도시는 단 한 곳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 연루 의혹까지 겹치면서 국민 불신이 가중된 상황에서 토지 보상이 빠르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보상이 지체될 경우 2024년 말 첫 입주를 예상하는 3기 신도시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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