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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 강소기업 솔트룩스, AI 신약 개발 시장에 뛰어들다

신약 개발…‘인류를 위한 도박’이라고 불릴 정도의 어려운 도전
AI 강소기업 솔트룩스, 게놈 분석 기업 클리노믹스와 함께 JV 설립
인간 노화 방지와 암 정복 위한 항암 백신 개발 목표

지난 4월 28일 AI 기업 솔트룩스와 게놈 분석 전문 기업 클리노믹스가 조인트벤처 '제로믹스' 설립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김병철 클리노믹스 대표. [사진 솔트룩스]
아이디어를 내고 시제품을 만들고, 시제품을 테스트한 후 판매를 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는 데 평균 15년이 걸리는 제품이 있다. 심지어 15년 동안 2조원에 이르는 개발비가 필요하다. 또한 개발부터 판매 승인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개발에 실패하면 그동안 투자한 개발비를 회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이디어부터 제품 판매 승인까지 성공률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글로벌 기업이 이 제품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성공하면 사회적인 영예와 함께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신약이다.
 
어느 정도의 부를 얻을 수 있길래 수많은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까. 블록버스터 신약의 매출을 통해 실감할 수 있다.
 

AI 접목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연간 10억 달러(약 1조1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신약을 블록버스터 신약이라고 한다. 미국 바이오 기업 애비브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글로벌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블록버스터 신약이다. 휴미라는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척추염, 크론병 등 다양한 치료제로 사용된다. 2019년 글로벌 매출액이 197억4000만 달러(약 22조원), 2020년에는 198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신약이 등록되는 미국에서 신약의 독점 판매 기간은 7년에서 12년 정도다. 산술적으로 휴미라가 10년 동안 독점 판매를 한다면 20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신약 개발을 ‘인류를 위한 도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신약 개발 과정의 시간과 투자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이 시장을 리딩할 수 있다. 업계는 그 방법을 AI에서 찾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신약 개발의 전 과정에 접목하면 시간과 개발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AI 신약 개발은 전통적인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을 10년 이내로, 개발비도 반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던 AI 기업이 신약 개발 전면에 나서는 이유다. 2013년 설립되어 5년 만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뇌해면상 혈관기형 치료물질 임상 상 승인을 받은 미국의 AI 기업 Recursion Pharmaceuticals,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하는 구글의 자회사 23andMe 등이 대표적인 AI 신약 개발 기업이다. 국내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과 손을 잡고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는 AI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설립한 제로믹스도 AI 신약 개발 시장에 뛰어든 AI 기업이다. 제로믹스는 올해 6월 창립 21주년을 맞이한 인공지능 고객센터 구축과 챗봇 고객응대 서비스, 인공지능/빅데이터 플랫폼 공급 사업 등을 하는 AI 기업 솔트룩스와 설립 10년을 맞이한 게놈(유전자와 염색체를 합쳐 만든 말) 분석 전문기업 클리노믹스가 함께 설립한 조인트벤처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약 개발 분야의 AI 활용은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AI 신약 개발에 뛰어든 AI 기업은 보통 SK케미칼, 한미약품 등 제약사와 손을 잡는 게 보통이다. 제로믹스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기술 기업과 기술 기업이 손을 잡은 것이다.
 
솔트룩스는20여 년 동안 AI 기술의 핵심인 자연어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고객센터 구축, 인공지능 플랫폼 공급 사업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개발 등 AI 업계에서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클리노믹스는 국내 유일의 1만명 게놈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게놈 분석에 특화된 기업이다.
 
김경선 제로믹스 공동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제약사와 손을 잡으면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지만, 제약사에서 요청하는 연구 방향을 선택해야만 해 연구 범위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제로믹스는 우선 두 회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 성과를 낸 후에 제약사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현재는 제약사 없이 신약 개발에 나섰지만, 어느 정도 차별화된 성과를 내면 제약사가 협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솔트룩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AI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0년대 초반에는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아스트라제네카와 AI 신약 발굴에 기초가 되는 자연어처리 기반의 지식추출 공동연구를 한 바 있다. 2017년에는 머신러닝 기반 의료 전자의무기록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해 병원의 개별적인 의료용어와 글로벌 표준 의료용어를 매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대기업과 함께 질병과 건강, 식품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맞춤형 식품 추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지난 1월에는 울산시의 게놈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사업 참여를 통해 바이오 ·헬스 분야 진출을 본격화했다. 김경선 공동대표는 “솔트룩스의 AI와 플랫폼 기술과 클리노믹스의 유전자 분석 기술, 다중 바이오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게 제로믹스가 경쟁사보다 뛰어난 점이다”고 강조했다.
 
제로믹스는 인간의 노화 방지와 암 정복을 위한 항암 백신 개발을 목표로 기존 신약개발에서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타깃물질과 후보물질 발굴 분야에 집중 있다.
 
지난해 9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보건산업브리프’를 보면 신약 개발 단계는 크게 4단계로 나뉜다. 후보물질 발굴-〉전임상시험-〉임상시험-〉시판으로 구분한다.
 
이중 제로믹스가 집중하려는 타깃물질 발굴은 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고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규명하여 암에만 작용할 수 있는 단백질 물질을 타겟팅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5년 이상의 시간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솔트룩스 2010년대 초반 아스트라제네카와 협업한 바 있어 

제로믹스는 이를 AI 플랫폼으로 해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BIO-AI 플랫폼 A.I.C.E(Artificial Intelligence Cell Engine)는 바이오 빅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가공하는 딥러닝 기술이 결합한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AI 기술을 가지고 있는 솔트룩스가 플랫폼 개발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김경선 공동대표는 “제로믹스는 현재 연구원 위주로 10명이 일하고 있는데, 기초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데이터 가공을 해줘야 A.I.C.E 플랫폼이 다양한 자료를 분석해 전임상시험에 사용할 물질을 선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제로믹스는 설립한 지 1개월도 채 안 되지만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한다. 특히 거대 자본과 인력을 가지고 있는 제약사와 손을 잡지 않고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쉬운 출발이 아니다. 신생 바이오 AI 스타트업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성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성과가 나와야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선 공동대표는 “가능성과 방향 결정을 위해서 1년간 죽어라 연구 개발을 해야 한다”면서 “이후 3년이 되면 지정 파이프라인에서 논문이나 특허 등의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년 후에는 IPO를 하는 게 제로믹스의 또 다른 목표다.  
 
최영진 기자 choi.yo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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