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환경솔루션그룹 꿈 눈앞에 둔 에코프로 [이철현의 한국 친환경산업 10대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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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환경솔루션그룹 꿈 눈앞에 둔 에코프로 [이철현의 한국 친환경산업 10대장②]

이동채 에코프로 대표이사 회장
전구체에서 양극재 전주기 수익계열화
미세먼지 저감 등 솔루션까지 폭풍질주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주 가치보다 고객, 임직원, 협력사, 국가 경제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이 빈번해지면서 경영자들은 친환경 산업 위주로 사업 모델을 일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세 경영자가 최고경영자로 나서거나 친환경 산업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진이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친환경 산업구조로 바꾸고 있는 경영자 10명의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석한다. 〈편집자〉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가운데)이 에코프로 본사 연구실에서 대기질 개선 기술인 촉매분해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에코프로]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가운데)이 에코프로 본사 연구실에서 대기질 개선 기술인 촉매분해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에코프로]

비즈니스 세계 최고의 복수극 하나로 좁혀진다. 경쟁업체 견제 탓에 망할 뻔하다 가까스로 재기에 성공, 성장을 거듭해 경쟁자를 따돌리는 스토리.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최근 극적인 복수를 이뤄냈다. 절치부심 끝에 일본 경쟁업체를 따돌렸다. 일본 경쟁업체의 견제 탓에 좌절을 겪으며 지난 10년간 악전고투하다 시장 경쟁에서 경쟁업체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는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이동채 회장은 지난 2009년 2차 전지 양극활 물질 전구체를 개발했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소재를 국산화했다. 창업 이래 10년간 전력투구해 겨우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500억원을 쏟아부어 설비투자를 늘렸다. 그리고 악몽이 펼쳐졌다. 전구체 시장을 거의 독점한 일본 업계가 새로운 경쟁자 출현을 좌시하지 않았다. 제품 값을 턱없이 낮췄고, 고객사들은 납품 단가를 내려달라 요구했다.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제품 가격이 폭락하자 설비를 돌릴수록 손실이 커져갔다. 이 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전구체 사업을 포기했다. 당시 전구체 부문은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구체 위기 빠지자 양극재 고도화 전환

이 회장은 전구체를 포기하고 양극재 고도화에 회사 역량을 집중했다. 다행히 양극재 사업은 차량용 2차 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폭풍 성장했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같은 국내 2차 전지 업체와 소니, 무라타 등 일본 전자업체로부터 주문이 쏟아졌다. 이 회장은 2016년 5월 지주회사격인 에코프로에서 양극재 사업부문을 떼어내 2차 전지 양극재 전문업체 에코프로비엠을 출범시켰다. 분할 당시 매출은 1700억원에 불과했지만 4년 만인 지난해 매출 8547억원로 덩치를 키웠다. 올해는 매출 1조3000억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넘본다.  
 
하이니컬계(니켈 비중 80% 이상) 양극활 물질을 생산해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높이면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것이 주효했다. 양극재 핵심 원료는 리튬, 니켈, 코발트다. 정치 경제 등 온갖 이슈에 따라 원료 가격이 크게 변동해 사업 안정성을 해쳤다. 특히 코발트 값이 지난 2~3년간 크게 오르고 수급도 불안정한 점은 리튬이온전지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에코프로비엠은 코발트 대신 니켈 함량을 90%까지 늘리는 하이니켈 양극소재를 개발했다. 하이니켈 소재는 배터리 출력과 용량을 강화해 배터리뿐만 아니라 전기차 성능도 크게 개선한다.
 
이 회장은 하이니컬계 양극재로 시작한 사업 성장에 다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앞으로 3년간 1조7000억원을 투자, 경북 포항 영일만산업단지에 수산화리튬부터 전구체, 양극재, 산소·질소, 리사이클링까지 2차 전지 양극재 전주기를 아우르는 종합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2023년 종합단지가 완공되면 에코프로비엠은 연간 생산능력 17만6000t을 가진 세계 1위 양극재 업체로 올라선다. 양극재 시장의 절대강자 일본 스미토모메탈마이닝을 제치는 것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복수극이 완성되는 순간이 될 전망이다.
 
가속은 계속된다. 이 회장은 포기했던 전구체 사업도 재개했다. 계열사 에코프로지이엠이 연산 2만4000t 규모 전구체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추가로 연산 2만6000t 규모 공장을 짓고 있다. 또 다른 에코프로씨엔지는 폐배터리에서 재활용 금속을 수거한다. 에코프로에이피가 고순도 산소와 질소를,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수산화리튬을 생산한다. 양극재 가치사슬을 수직계열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수직계열화는 회사가 얻는 부가가치를 키운다. 얼마 전까지 양극재 1㎏ 판매가 20달러 중 6달러만 남고 14달러는 중국과 일본 업체가 가져갔다. 이제는 13달러를 남길 수 있다.
 
이 회장은 은행원 출신이다. 대구상고를 졸업한 후 은행원으로 일했다. 낮에는 직장, 밤에는 야간 대학을 다녀 영남대 경영학 학사를 취득했다. 14년가량을 은행원으로 살았다. 삶의 변곡점은 1997년 12월이었다. 일본 교토에서 날아든 뉴스 하나가 이 회장의 창업 열망에 불을 지폈다. 유엔 당사국 총회가 1997년 12월 교토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선진국 상대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규정하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했다. 이 회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 테니 차량용 배터리 소재를 만들면 유망하리라 판단했다.  
 
이듬해 여직원 1명 채용하고 친환경 업체 에코프로를 창업했다. 보유 현금과 은행 대출까지 끌어들여 양극재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당시 양극재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만만치 않았다. 10년간 고생한 끝에 나노입자 제어와 금속 조성 조정 등 고난이도 기술을 독자 개발했고, 자사 제품 ‘온실가스 PFC솔루션’을 삼성전자에 납품했다.
 
이 회장의 판단은 맞아 떨어졌다. 전기차 제조원가에서 2차 전지(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량이다. 2차 전지 제조원가의 37~40%는 양극재 몫이다. 양극재가 2차 전지 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2차 전지 업체들이 폴크스바겐이나 테슬라 같은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 탓에 불안하지만, 이 회장은 오히려 기회로 본다. 완성차업체가 배터리를 내재화해도 양극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양극재 수요량은 2020년의 6배까지 늘어난 275만t에 이른다.
 
지난 5월 28일 이 회장은 새 도전에 나섰다. 에코프로 환경사업부서를 떼어내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상장했다. 이 회사는 종합 친환경솔루션 업체로 주목받는다. 국내에서 드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주요 사업부문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유해가스를 제거하는 케미컬 필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솔루션, 조선·자동차 생산공정에서 생기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를 줄이는 솔루션이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톨루엔, 벤젠 같은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석유화학, 정유, 도장 공장, 자동차 배기가스, 페인트, 접착제, 주유소 등에서 생겨 악취가 난다. 일부는 발암물질로 지정될 만큼 인체에 해롭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오존과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이기도 하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마이크로 웨이브를 사용해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없애 경쟁업체의 열처리 설비보다 에너지 효율이 30% 이상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중국발 위기 커지자, 미국발 호재 등장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와중에도 에코프로는 성장했다. 유일한 위협은 중국이다. 중국 업체들이 2차 전지 소재 시장으로 앞다퉈 진출하면서 저가 공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을 잃는 순간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 이 회장은 양산 기술에서 앞선다고 판단하지만 방심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출력, 수명, 안정성 부문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차세대 2차 전지의 소재 분야에 진출했다. 새로운 기회는 미국 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세우기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 경쟁업체가 진출하기 힘들어 미국 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리라 전망한다. 기업 성장 못지않게 친환경 가치를 담고 달리는 그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 필자는 ESG 전문 칼럼니스트다. 시사저널과 조선비즈에서 20여 년간 경제·산업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경영지배구조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sisaj@naver.com

이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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