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의 ‘애자일’ 경영 실패, '광주 참사' 원인 됐나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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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의 ‘애자일’ 경영 실패, '광주 참사' 원인 됐나

수시로 바뀌는 조직, 타이트한 인력 운용에 내부 불만도
현장·전문인력 목소리 약해져, 수익성만 쫓는 조직운영 '도마'

건물 붕괴 현장 찾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 [연합뉴스]

건물 붕괴 현장 찾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 [연합뉴스]

 
“애자일(Agile) 경영은 실패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조직 운영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철거현장 붕괴사고의 원인이 효율성만을 강조한 조직 운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효율’이라 쓰고 ‘비용절감’이라 읽는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효율성에 방점을 두고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애자일 경영'은 전문성 미비와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애자일이란 ‘민첩한, 유연한’이란 뜻의 영단어(Agile)에서 착안한 조직운영 방식이다. 정 회장의 애자일 전략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5년간 4번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1부문 3본부 1실 31팀이었던 체계를 2018년 3본부 3실 36팀으로 바꾸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후 1년 만에 다시 4본부 시스템을 갖추기도 했다. 올해에는 미래혁신본부를 신설하고 기존 개발본부와 수주본부를 통합하는 신(新) 4본부 체제를 구축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애자일 조직을 통해 특정한 프로젝트가 생겼을 때 TF(테스크 포스)방식으로 팀을 꾸려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고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투입함으로써 경영 효율을 극대화해왔다.
 
예를 들어 A본부가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면 이후 설계, 시공 등 필요한 인력이 투입돼 해당 조직에서 모든 업무도 담당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사업 성격에 따라 수주와 시공 등의 업무를 전문조직별로 나눠 맡은 것과는 차이가 크다.  
 
애자일 경영 특성상 사내에서 크고 작은 팀 이동 및 조직구성 변화도 흔하게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성원들조차 정확한 개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HDC현대산업개발 연간 직원 수 및 영업이익 변화

HDC현대산업개발 연간 직원 수 및 영업이익 변화

 
현대산업개발 내부와 일선 현장에선 이와 관련된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애자일이 결국 인력 감축 및 인건비 절감을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 회장이 평소에 비용, 특히 인건비 지출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에선 정몽규 회장 결정권이 절대적”이라면서 “정 회장이 평소에도 인력 활용에 대해 구체적인 것까지 지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정규직을 비롯한 현대산업개발 직원 수는 매년 줄고 있다. 그룹 인적분할 후인 2018년 말 정규직 1000명 등 총 1769명이던 직원 수는 2019년 1705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2020년에는 1591명으로 100명 이상 줄었다.  
 
인력은 줄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매출은 2018년 2조7927억원에서 2019년 4조2164억원으로 크게 늘었고 2020년에도 3조670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매년 올라 매출이 감소한 지난해에도 소폭 증가했다.
 
실적이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인력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장에선 상시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장에서는 실무를 담당할 신규채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전담당 등 자체 인력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고,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불만이 많다. 이번 광주 철거 붕괴사고 당시에도 현장에 현대산업개발 소속 기술직이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일부러 인력 감축을 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애자일 조직은 인력 활용 방식일 뿐 인력 규모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보단 비용절감 우선…사고 우려 상존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건물 붕괴사고 현장 모습. [중앙포토]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건물 붕괴사고 현장 모습. [중앙포토]

 
또 다른 불만사항은 사업을 수주한 조직에 힘이 실리다보니 전문지식보다는 공기와 민원을 감안한 의사결정이 우선시 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번 철거 붕괴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현대산업개발 직원의 SNS 살수 지시 역시 “먼지가 많이 날린다”는 주변 민원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지를 줄이기 위해 뿌린 물이 높이 쌓인 토사와 콘크리트 구조물에 고이며 건물에 하중을 가할 수 있다는 부분이 고려되지 않았다. 5층짜리 건물을 한 번에 무리하게 철거하려 한 방식 역시 비용을 줄이고 기간을 단축하려는 등의 문제가 다각적으로 얽혀 일어난 일이다.  
  
업계에선 이번 사고에 대한 현대산업개발 측의 대응 방식에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이 다수다. 사고 당시 광주를 찾은 권순호 대표이사는 “재하도급이 없었다”고 단언했다. 현장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프게 대응한 것이다. 
 
한 현장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 내에서 재하도급 문제를 몰랐을 리가 없다”면서 “사실상 부실공사를 방조하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꼬리자르기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에선 하도급 업체 한솔기업 현장소장과 재하도급 업체 대표인 굴착기 기사만 구속된 상태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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