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영업 고수의 공통점…‘그들만의 단어’가 있다 [서광원 인간과 조직 사이]
- 달변? 그들의 ‘성향’에 맞춘 대화 디테일 필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게 영업이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게 하는 것이니 결코 쉽지 않은데 유난히 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면 될까? 가끔씩 ‘00 판매왕’ 같은 이들을 만났지만 달변이라 할 만한 사람은 없다시피 했다. ‘판매왕이 맞나?’ 싶은 이들도 있었을 정도다. 달변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지금도 이런 이들을 만나면 주의 깊게 지켜본다.
그동안 알게 된 것 중의 하나는, 이들은 달변이라기보다 내용(메시지) 전달에 능하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쉬운 말을 쓰고 상품의 장점이나 기능을 너무 강하게 어필하지 않는다.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아마 이 정도는 누구나 느낄 것이다.
이들의 진짜 비결은 얼른 알아채기 어려운 디테일에 있지 않나 싶다. 언젠가 백화점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는 사람의 설명을 듣다 뭔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녀는 “고객님의”라는 소유격과 함께 듣는 사람이 어떤 이미지나 장면을 연상할 수 있는 표현을 썼다. 예를 들어 탁자를 사려고 하면 “아, 고객님의 거실에 놓으면 상당히 품위 있을 것 같네요? 그렇죠?”라고 하고, 자녀에게 줄 물건을 고르면 “사모님의 자녀분들이 밝아 보일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별 차이 없는 것 같지만, 이런 표현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미 내 것이 된 듯 한 느낌을 준다. ‘그래 그럴 것 같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살며시 물어봤더니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것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에어컨을 사러 갔을 때 만난 고수도 그랬다. 설명을 듣는데 아내와 나에게 하는 말이 달랐다. 아내에게는 주로 얼마나 건강에 좋고 아이들에게도 좋은지를 말했고 나에게는 성능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더울 때 강풍을 틀면 곧바로 북극 찬바람 같은 냉풍이 나온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여자와 남자는 성향이 다르고 그래서 우선순위가 다르니 거기에 맞춰야죠.”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싶었다. 그날 우리가 “건강에도 좋고 ‘북극 찬바람’이 나오는” 에어컨을 산 건 물론이었다.
사무실에서 발휘하는 성향 맞춤형 대화
상사와 대화할 때나 보고할 때 상사의 ‘출신 성분’에 맞는 용어나 방식을 구사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재무 출신이면 숫자나 그쪽에서 많이 쓰는 용어들을, 엔지니어 출신이면 역시 그쪽에서 주로 쓰는 용어나 방식을 쓰는 것이다. ‘그럴까’ 싶은데 해보면 생각 이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진다. 물론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자연스럽게 해야 좋다.
누구나 입에 맞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처럼 자기에게 익숙한 걸 좋아한다.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게 표현 방식이다. 음식을 잘 하는 셰프들이 재료 선택에 심혈을 기울이듯 능력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십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그렇게 일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
서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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