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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줄 상대 없다…‘한국의 디즈니’ 노리는 CJ ENM 초격차 전략

독보적 콘텐트 제작 역량의 미디어사업부가 고속성장 견인
우수한 파트너 확보해 글로벌 시장 공략도 모색 중

 
 
CJ ENM은 3년 전 디즈니와 경쟁하는 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2018년 5월 CJ ENM-CJ 오쇼핑의 합병으로 출범한 CJ ENM의 목표는 ‘한국의 디즈니’였다. 물론 디즈니와 견주기엔 이 회사의 외형은 다소 미흡하다. CJ ENM은 지난해 매출 3조3911원, 영업이익은 2720억원을 기록했다.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국내 대기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렵다. 시가총액 역시 4조원 남짓으로, 360조원을 웃도는 글로벌 미디어 공룡 디즈니와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의 디즈니’와 가장 가까운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미디어의 기획과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통합 콘텐트 기업으로 성과를 내는 유일한 국내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와 비슷한 기치를 내세우는 곳으로 ‘웨이브’, ‘왓챠’, ‘스튜디오지니’ 등이 있지만 연간 기준으로 흑자를 달성한 기업은 없다.  
  

CJ ENM 매출 중 최고 비중은 '미디어' 

CJ ENM의 사업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분야는 크게 넷으로 나뉜다. 미디어사업, 커머스사업, 영화사업과 음악사업이다. 이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건 미디어 사업이다.  
 
올해 1분기 기준 CJ ENM의 미디어 관련 매출은 3862억원으로, 전체 매출(7919억원)의 48.7%를 차지하고 있다. 성장률은 더 놀랍다. 미디어사업부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83.6%나 늘었다.  
 
CJ ENM 미디어 사업부가 고공성장 하는 건 남다른 콘텐트 제작 역량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tvN, OCN, Mnet 등 14개 인기 채널을 보유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다. ‘나영석표’로 통하는 다양한 예능과 탄탄한 연출·작가진이 투입되는 드라마는 이미 국내에 폭넓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동시에 미디어 콘텐트를 직접 유통하는 OTT 회사이기도 하다. 자회사 티빙을 통해서다. 이 때문인지 CJ ENM은 최근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IPTV를 비롯한 여러 방송사업자에 제공되는 게 아닌 티빙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트다. 지난 1월 첫 오리지널 콘텐트 ‘여고추리반’을 선보인 이후 다양한 장르의 독점작을 출시하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티빙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330만명, 유료 가입자 수는 130만명을 기록했다. 토종 OTT 중에선 가장 규모가 큰 웨이브의 유료 가입자 수가 200만명 수준이란 걸 감안하면 순조로운 성장세다.
 
CJ ENM은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도록 격을 벌리는 초격차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CJ ENM은 “올해만 8000억원을 콘텐트 제작에 투자하고 앞으로 5년간 5조원 이상의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콘텐트를 직접 제작하고 같은 그룹 계열사인 OTT 티빙에 콘텐트를 유통해 상승효과를 노리는 전략은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닮았다.  
 
 
든든한 파트너도 다수 확보했다. JTBC스튜디오가 티빙의 2대 주주로 올라있고, 지난 6월엔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가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지난 2월엔 CJ ENM이 시각특수효과(VFX) 콘텐트 전문 기업 덱스터스튜디오의 주주명부에 올랐다.  
 
이들과의 협력은 모두 CJ ENM의 콘텐트 질 향상과 연관이 깊다. 제작과 유통 역량을 겸비한 JTBC스튜디오와는 콘텐트 결집 효과를, 웹툰·웹소설 등 다양한 원작 IP를 보유한 네이버와는 제작 관련 시너지를 누릴 수 있다. 덱스터스튜디오의 CG 기술력은 국내 최고로 꼽힌다. 모두 OTT 서비스인 티빙의 고속 성장을 견인할 요소들로 보인다. 특히 해외에서도 입지를 다져놓은 네이버와의 협업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로 평가된다. CJ ENM은 과거 세계 영화계를 휩쓴 ‘기생충’의 투자와 배급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최근 OTT 서비스의 파급력이 콘텐트 영역을 뛰어넘으려는 조짐을 보이는 점도 CJ ENM엔 호재다. 가령 유튜브의 경우,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찾아보는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 사이에선 유튜브가 검색 엔진 대신 인터넷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CJ ENM은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부를 보유 중이다. 커머스사업부는 성장 한계에 부딪힌 홈쇼핑 대신 모바일 커머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영화·음악사업부는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가 공고해지고 있는 K팝의 영향력을 활용한 콘텐트를 제작하고, 영화는 OTT와 극장에 동시 배급해 수익성을 개선할 방침이다.
 

IPTV와 콘텐트 비용 협상…CJ ENM 협상력 높아

이미 지난 4월 영화 ‘서복’이 티빙뿐만 아니라 극장 개봉도 동시에 이뤄진 바 있다. 공유와 박보검이라는 굵직한 주연 배우를 앞세웠음에도 극장 관람객 수는 38만명에 그쳤지만, 티빙 입장에선 유료 가입자를 모을 흥미로운 독점 콘텐트로 자리 잡았다.  
 
CJ ENM의 당면 과제는 콘텐트 비용 협상이다. 사용료 인상을 두고 IPTV업계와 벌이는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CJ ENM이 IPTV 사업자에 25% 안팎의 콘텐트 사용료 인상률을 요구했는데 IPTV 사업자는 이를 거절했다. CJ ENM은 자사 콘텐트의 가치가 과소평가됐다는 입장이고, IPTV는 비상식적인 요구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이슈마저도 결국 CJ ENM엔 득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가 사용료 산정 기준 등을 만들어 둘의 갈등을 중재하기로 했는데, 결국 CJ ENM이 챙길 콘텐트 비용이 늘어날 게 뻔해서다. IPTV 사업자인 대형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이용료를 올려 달라”고 요구한 건 그만큼 이 회사의 콘텐트 역량 자신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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