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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파장①]내년 9160원…文정부 평균 인상률, 朴보다 낮아

주휴수당 합쳐 1만1000원 넘어…노·사 모두 강력 반발
소득주도성장 앞장선 최저임금, 빛바랜 최종 성적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한 뒤 위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최저임금 1만원 꿈이 무산됐다. 문 정부 임기 중 최저임금 마지막 줄다리기는 9160원(1시간당, 내년 적용)에서 멈췄다. 최저임금 상승률도 문 정부 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평균 인상률이 친(親)기업을 표방했던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못하다. 그런데도 이번 결정에 대해 근로자·사용자 모두 반발하고 있다.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파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편집자주]
 
2022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1시간당)으로 의결, 13일 새벽 발표했다.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440원(5.1%) 오른 금액이다. 
 
최임위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정상 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노력에 따른 판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반발했고, 경영계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현실을 외면했다고 성토했다.  
 

1만원 이상 vs 8850원, 결론은 9160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 줄다리기는 예년과 다르지 않았다. 양측이 제시한 최저임금 안의 간극이 워낙 큰 탓이었다.  
 
노동계는 ‘1만8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가 ‘1만440원’으로 인상 폭을 줄였다. 9차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 12일에는 2차 수정안인 ‘1만320원’을 제시했다. 
 
경영계는 당초 동결을 주장하다 1차 수정안에서 20원(0.2%) 올린 8740원을, 2차 수정안으로는 8810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 대비 90원 인상안을 마지노선으로 내건 셈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평균 물가상승률인 1%를 인상률로 반영한 것이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견해차가 여전하자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수정안을 재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노동계는 1만원을, 경영계는 8850원을 제시했다. 최초 요구안과 최종 수정안의 격차는 2080원에서 1150원으로 좁혀졌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결국 거의 매년 최저임금의 향방을 결정했던 공익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구간으로 9030∼9300원(3.6~6.7% 인상)을 제시했다. 이후 민주노총 측 근로자 위원 4명과 사용자 위원 9명이 표결을 앞두고 퇴장한 가운데 2022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의결됐다. 사상 첫 9000원대 진입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003원이다. 이 액수를 적용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이다. 연봉으로는 2297만3280원이다. 여기에는 상여금이나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이 제외돼 있다.
 
공익위원 중 한 명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최저임금 결정 뒤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 방법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내년 최저임금은 (코로나 사태) 정상을 가정하며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 일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익 위원들은 5.1% 인상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4.0%)에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1.8%)을 더 한 값에 취업자 증가율(0.7%)을 뺀 결과라고 밝혔다. 즉,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상승해도 노동력 공급이 증가하면 임금이 줄어드는 점을 반영했다는 뜻이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5년  

내년도 최저임금이 정해지면서 문재인 정부 기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가 됐다. 친(親)기업적 성향을 보였던 박근혜 정부(7.4%)보다도 낮은 수치다. 역대 정부와 비교했을 때는 이명박 정부(5.2%)보다는 높지만, 김대중 정부(9.0%), 노무현 정부(10.6%)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노동계에서는 대외적으로는 ‘최저임금 1만원’을 내세웠지만, 마지노선으로 잡은 기준이 있었다. 지난 6월,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4%였고,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상회하기 위해서는 올해 최소 6.3%를 인상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의 역사적 대의를 거스르는 일부 부처의 행동을 단호하게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총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답했지만, 노동계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셈이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해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다.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해마다 15.7%씩 인상해야 했다. 2018년 7485원, 2019년 8660원, 2020년 1만19원이 되는 식이었다.  
 
이 약속은 당선된 2017년에만 지켜졌다. 2018년도 최저임금이 16.4%(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후 2019년 10.9%로 그나마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단행했다. 그러다 2020년에는 2.87%, 2021년에는 1.5%까지 인상 폭이 떨어졌다가 5.1%로 소폭 반등했고 결국 평균 7.2% 인상률에 그치게 됐다.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자료 최저임금위원회]
당장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은 최임위 회의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라며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해조차도 최저임금 1만원에 근접한 안이 결국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측 근로자 위원은 표결 이후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저임금 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중소·영세기업 문 닫고 법 위반할 수밖에”  

당초 동결을 주장한 경영계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과가 나오기 전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임금을) 주는 쪽의 능력을 보지 않고 무작정 올리기만 할 경우 결과는 분명하다”며 “상당수 영세중소기업이 문을 닫게 될 것이고 능력이 안 되면 법 위반으로 버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9160원 안’이 상정되자 사용자 위원 간사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류기정 전무는 “2022년 최저임금 시급 9160원은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주체인 영세·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을 명백히 초월한 수준”이라며 “벼랑 끝에 몰려있는 소상공인과 중소·영세기업들의 현실을 외면한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우리 사용자 위원들은 충격과 무력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 위원들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파생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이기적인 투쟁만 거듭한 노동계와 이들에게 동조한 공익위원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의결됨에 따라 최임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최저임금 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고용부 장관이 이의제기 절차 등을 거쳐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고시에 앞서 노사가 최저임금 안에 대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재심의 요청이 받아들여진 적은 없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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