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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박사 "벼락거지 탈출구…삼성전자보다 ‘위기에 강한 자산’이 답"

[투자 고수에게 듣는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역대급 주식 상승장에도 주린이 손실 '잦은 매매, 부족한 지식 원인'
'잃지 않는 투자?' 평상시엔 달러 저축, 위기시엔 저평가 자산 매수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전민규 기자]
 
‘벼락거지’ 면하려다 ‘깡통’ 찼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주식계좌를 연 ‘주린이’들의 평균 성적표는 ‘-1.2%’로 집계됐다. 주가는 훨훨 날았는데,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28년차 '베테랑'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지난해 주식투자를 시작한 동학개미의 종목당 보유 일수는 평균 8일 정도”라며 “2020년 3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새로 개설된 주식계좌는 평균 5.8%의 수익을 냈지만, 잦은 매매로 수수료와 세금을 공제하니 손실이 났다”고 설명했다.  
 
‘주린이’에게 투자의 벽은 높다. 홍 대표는 주식시장을 ‘무제한 체급 격투기가 매일같이 벌어지는 정글’에 비유한다. 2030세대가 투자 경험도 많지 않고, 지식도 부족한 상태에서 뛰어든다면, 맛있는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혹독한 투자의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홍 대표는 “위기에 강한 자산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대상이 달러 자산이다. 평상시에 달러를 보유하다, 위기가 오면 환차익으로 저평가 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이 가장 성공 확률이 높고, 안전한 투자법이라고 주장한다.
 

경제 독립의 꿈을 이룬 비결 ‘환율 스위칭’

홍 대표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유명세를 떨친 '파워 경제통'이지만, 개인투자자로선 실패와 성공의 부침을 모두 겪어왔다. 그런 그가 2019년엔 경제적 자립의 꿈을 이뤄 ‘파이어(FIRE)족’에 합류했다. 비결이 뭘까. 직장에 묶인 ‘일개미’의 늪에서 그를 경제적으로 구원한 것은 달러 투자였다.
 
젊은시절엔 그도 ‘불나방’이었다. 홍 박사는 최근 펴낸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를 통해 자신도 20대에는 무작정 주식에 뛰어들어 실패를 반복하던 주린이였다고 고백한다. 국책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경제지식에 대한 자신감으로 빚까지 얻어 주식에 손을 댔다 마진콜(margin call)을 겪으며 투자금을 허공으로 날렸다.
 
‘다신 주식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다짐을 깬 것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회로 삼아 폭락한 우량 기업들에 투자했다. 이때 환율의 세계에도 눈을 떴다.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까지 치솟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이후 환율이 안정된 후 주식에서 거둔 수익으로 달러예금에 가입했다. 그렇게 매월 꾸준히 달러를 모아갔다.
 
그러던 어느 해, 다시 글로벌 위기가 찾아왔다. 2015년 국제 유가 폭락 사태와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투기 공격 영향으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으로 급등했다. 곧바로 ‘환율스위칭’ 전략을 썼다. 이는 달러 가치가 치솟을 때 환전해, 가장 값싸게 거래되는 자산을 매수하는 방법. 당시 저평가자산은 아파트였다.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서울 집값이 저평가됐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그간 모은 달러와 때마침 이직으로 받은 퇴직금을 지렛대 삼아 서울 중심지의 신축 아파트를 샀다.
 
홍 대표는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근처에 이른 횟수만 3번”이라며 “환율 급등시기에 달러예금 평가액이 늘어나면, 폭락한 우량주를 매입하거나 저평가된 부동산을 구입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달러 투자는 종잣돈이 적은 2030세대에 추천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홍 대표와의 일문일답.  
 
홍춘욱 대표가 실천하는 '환율 스위칭' 전략. 평소에 달러를 저축하고, 위기가 발생할 때 오른 달러를 팔아 '환차익'을 실현한다.
 
달러 투자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첫째 달러의 가치와 우리나라 경기는 반대로 갑니다. 경기가 나빠서 집값이 빠지거나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습니다. 즉 위기에 강해지죠. 이코노미스트들은 끊임없이 미래 예측을 위해 노력하지만, 전제가 빗나가면 답이 없어요. 코로나를 예측할 수 없던 것처럼요. 하지만 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환율이 올랐다는 점은 틀림이 없죠. 위기에 대비해 평화로울 때 미리미리 달러를 저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위기는 생각보다 자주 옵니다.
 
특히 2030 젊은이들에게 달러 투자를 추천하신 이유는.
사회초년생, 2030세대는 투자 경험도 많지 않고 지식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건, 안타깝지만 그냥 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대단히 큽니다.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해서는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환율 스위칭 전략은 환율이 급등했을 때, 달러를 원화로 바꿔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자산에 '올인'하는 전략입니다.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보다 2030세대처럼 지속적인 근로소득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때 자신감을 갖고 실행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달러 저축 방법을 소개해주신다면.
첫번째 외화 예금입니다. 매일 시세판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환전 수수료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자주 매매를 안하게 됩니다. 투자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두번째는 미 국채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매매 비용도 저렴하고, 국내 주식 사듯이 거래할 수 있습니다. '선물'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국채 선물은 가격변동성이 현물과 거의 괴리가 없는 안정적인 상품입니다. 세번째로 금융종합과세가 걱정되는 자산가라면 미국 시장의 IEF(미국 7~10년 국채 편입 상장지수펀드), TLT(미국 20년 이상 만기 국채 편입 상장지수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IEF는 7~10년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고, TLT 20년 이상 장기채 투자 상품입니다. IEF는 운용자산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매우 큰 펀드라서 매매 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투자하는 게 무난하다는 관점에서 개인적으로도 IEF 투자를 주로 합니다. 장기투자 상품으로는 이자가 높은 TLT가 유리합니다.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식에 오래 묻어두는 전략은 어떨까요.
1980년대 우리나라 시총 1위 기업은 은행이었고요. 1990년대는 한국전력이었습니다. 만일 1980년대로 돌아가서 은행주를 샀다면 외환위기 때 어땠을까요. 1990년대 한전을 샀다면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국내 주식시장은 수출의 영향력이 너무 크고, 시기별로 주도주도 바뀌고 있습니다. '우량주 하나 사놓고 장기투자하세요'라는 말은 "회사가 크다"라는 정보 외엔 별다른 판단 기준이 없습니다. 성공적인 주식투자를 하고 싶다면 모멘텀, 즉 상승 추세가 살아있는 기업을 사든가, 아니면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 기업을 사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모멘텀, 주식의 상승하는 추세를 읽는 쉬운 방법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선 수출이 바로미터입니다. 매월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수출 금액이 전년 동기 대비 어떠한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평균 수출 금액이 전월에 비해 늘었다면 상승 추세, 반대의 경우는 하락 추세로 볼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는 어떤 지표를 봐야하나요.
가치투자는 주가가 '싼가'가 핵심입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 쇼크처럼 주가가 바닥을 칠 때 살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대신 혹여 너무 빨리 사서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게 아닌가' 하는 공포와 싸워야합니다. 분할 매수하는 게 중요합니다.
 
30살로 돌아간다면 경매 공부를 하겠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한국사람의 기질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집값 오른다고 베팅하는 시기가 있는 반면, 이 나라 부동산은 끝장났다고 비관하는 시기가 왔다갔다 합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돌아보면 투자기회는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의 싸이클을 어떻게 정확하게 읽을까요. 시장의 흐름을 가장 쉽게 보여주는 지표가 바로 경매 낙찰가율입니다. 젊은시절 그 흐름을 알았다면 재테크가 쉬웠을 텐데 안타까웠습니다. 경매를 공부해보면 국내 부동산시장의 변동성은 대단히 크고,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 살거 같다는 포모(FOMO Syndrome) 심리 퇴치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암호화폐 투자로 대박을 노린다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자산이 화폐의 시스템에 도전하기 위해선 가격이 지금처럼 급격하게 오르고 내리면 안됩니다. 그건 베네수엘라의 볼리바르 같은 통화가 되는 거죠. 그 나라 국민들도 거래 수단으로 볼리바르 화폐를 안 쓰고, 달러를 씁니다. 그런 사회가 빚어내는 비극을 보면, 비트코인이 세상의 기축통화가 되고 보편적 통화가 된다는 건 믿을 수 없어요. 인생을 건 투자는 위험합니다. 달러에 중심을 두고 저축하는 과정에서 미술품 한 작품을 사두는 정도로 가볍게 암호화폐에도 투자하면 좋겠습니다. 
 
‘벼락거지’를 벗어나고픈 초보 투자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사람은 무리에서 떨어진다 생각될 때 화상을 입는 것보다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합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만 투자를 안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남이 주식에서 돈을 벌었다는 것만큼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건 없어요. 하지만 너무 높은 목표를 가지면 빚을 내서 레버리지 투자하거나,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손을 대게 됩니다. 그 선택은 조금만 운이 따르지 않아도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죠. '내가 그렇게 운이 따르는 사람이었나' 지금 살아온 인생을 한번만 돌아봐도 금방 알 수 있잖아요. 초조해하지 마세요. 평소 꾸준히 달러를 저축하면서 환율 스위칭만 몇 번 해도 경제적 자립이라는 목표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한국 주식 VS 미 국채, 장기 수익률은?

1981년 이후 미 국채와 한국 주식의 투자 성과 비교
 
1981년 이후 국내 주식(코스피지수)에 100만원을 투자한 경우와 같은 기간 미국 국채에 투자한 것의 성과는 어떠했을까. 상장지수펀드펀드(ETF)를 통해 한국 주식에 100만원을 투자하고 유지했다면, 2020년에 이 금액은 1700만원으로 불어나 있을 것이다. 이 기간 한국 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은 7.62%로 상당히 높다. 하지만 미국 국채의 수익률에는 못 미친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2700만원의 목돈을 쥘 수 있었다. 연 수익률 8.9%의 대단히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1998년, 2008년, 2020년처럼 국내 주식시장이 큰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미국 국채가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해당 연도의 미 국채 수익률은 각각 63%, 31% 그리고 11%에 이른다.  
참고문헌 〈돈의 역사는 되풀이된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윤형준 인턴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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