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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설계 됐나요?①] 내 자산은 우리나라에서 상위 몇 %?

‘경험해 보지 못한’ 가계자산의 지각변동, 'Two Nations'
김진영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 대표

서울 반포 자이 아파트 단지 [중앙포토]

서울 반포 자이 아파트 단지 [중앙포토]

 
얼마 전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밸런스은퇴TV’에서 우리나라 가구주의 자산 순위를 각각의 자산별, 연령별, 수도권 등으로 분석해 내보낸 적이 있다. 이후 유튜브의 댓글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이 순위가 진짜?”라는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재산(총자산)이 10억원이면 상위 10%에 들어간다고?”,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있으면 재산이 10억원을 넘고, 서울에 아파트가 도대체 몇 채인데?”  
 
지난해 서울 아파트가 평균 10억원을 넘어서면서 한편에서는 “나도 이제 재산이 좀 되네!”라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주위 은퇴한 분들 사이에선 “30여년 받은 월급보다 지난 몇 년간 집값 오른 게 더 많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 때문에 더 가난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불거진 ‘묻지마 부동산’ ‘60대 이상 세대의 아파트 구매 열풍’ 등은 마치 대지진의 전조현상처럼 전례 없는 기현상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은퇴세대 재산의 부동산자산 편중이 극단으로 이뤄지면서 재산은 좀 있어도 정작 쓸 돈은 없는 ‘집 한 채 가진 빈곤층(House Poor)’이라는 용어가 10여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게다가 집은 살다가 마지막에 상속하게 되는데 그때 자녀의 나이가 70세에 가까우니 결국 일본처럼 ‘老老상속’이라는 문제도 생긴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조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총자산 상위 10%…전국 기준 10억원, 수도권 기준 12.5억원

 
부동산시장이 급등하면서 은퇴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 재산은 우리나라 전체 또는 내 또래에서 어느 정도 순위인지를 궁금해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순위가 왜 체감하고 있는 것과 다른지, 소위 ‘은퇴 중산층’에 나도 들어가는지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는 2020년 3월 기준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원자료를 기초로 총자산‧순자산‧금융‧부동산 등의 자산별, 연령대별, 수도권 등으로 나누어 순위별 커트라인을 분석해 보았다.
 
〈표1〉에서 보듯이 먼저 총자산(재산)을 보면, 우리나라 2034만 가구주 중 상위 1%인 약 20만명에 들어가려면 커트라인은 약 30억원이고, 상위 10%인 200만명에 들어가려면 10억원 정도 있어야 한다. 서울‧경기‧인천을 포함하는 수도권만 보면 상위 10%의 커트라인은 12억5000만원으로 높고, 다른 순위의 커트라인도 대체로 전국보다 23%~30% 정도 높았다.  
 
이 기준에서 보면 서울에서 10억원 정도의 평균적인 아파트를 가진 가구주는 다른 금융자산까지 합쳐보면 대략 상위 10%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인 재산은 총자산이 아니라 거기서 대출받은 것을 제외한 순자산이다. 순자산 기준으로 상위 10%에 들어가려면 전국 기준으로는 8억4000만원을 넘어야 하고, 수도권에서는 약 10억원을 넘어야한다. 심지어 순자산으로 상위 1%에 들어가려면 전국 기준으로 26억원, 수도권에서는 31억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 등 2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수두룩한데 이 사람들이 모두 상위 1%에 들어간다니까 체감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체감순위는 원래보다 약 2배로 떨어져

앞에서 본 자산 순위가 현실적으로 와 닫지 않는 이유는 우선, 50% 전후의 무주택자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 2000만 가구주 중에서 무주택자가 전국으로 44%, 수도권은 47%나 된다. 즉, 재산의 순위가 보유 부동산자산의 순으로 정해지는 상황에서, 주택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절반의 가구주가 중하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 보유가구의 비중도 생각보다는 높지 않다. 수도권 아파트 보유자는 전체 가구주의 18%이고,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가구주는 전체 가구의 6% 정도에 불과하다. 즉, 서울 아파트 평균이 10억원이라는 것은 서울에서 10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가진 가구가 전체 가구 중에서 3%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모두 172만 가구지만, 소유주는 아파트 수의 약 70% 정도인 122만 가구로 착시현상도 존재한다.
 
현재 체감하는 것보다 커트라인이 낮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앞의 자산 순위의 기준이 2020년 3월이기 때문에 2021년 현재까지의 급등한 주택가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중소형아파트(60~85㎡) 가격이 전국적으로 18%, 수도권은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들어서도 중소형아파트 가격이 4월까지 전국은 8%, 수도권은 12% 상승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 조사에서 빠진 최상위 자산가구주 1.4%와 2020년 이후 주택가격 상승률을 반영한 재산(총자산)의 체감순위 커트라인을 다시 추정해 보았다. 그리고 나아가 재산순위에서 50%에 달하는 무주택자의 존재가 또 다른 체감적 차이를 만든다고 보고 주택보유자만의 재산 순위 커트라인을 구해보았다.  
 
다시 〈표1〉을 보면 재산(총자산)의 체감순위 커트라인에서 전국 기준으로 상위 10%에 들어가려면 2020년 초 통계청 기준으로는 커트라인이 10억원이었지만 현재의 체감 커트라인은 12억6000만원이고 주택보유자만 보면 17억원이 넘어야 한다. 한편 수도권의 경우는 이보다 더 높아서 상위 10% 커트라인이 통계청 기준으로 12억5000만원이었는데 체감 순위로는 17억4000만원이 넘어야 하고 주택보유자만 보면 25억원이 넘어야 한다.  
 
특히 상위 1%에서의 격차는 체감순위로 보면 더욱 격차가 커지는데 전국 상위 10%가 통계청기준으로 30억인데 반해 체감 순위로는 70억원이고, 주택보유자만 보면 90억원을 넘는다. 수도권은 역시 조금 더 높아서 체감순위로 95억원이고, 주택보유자만으로는 114억원이 넘어야 상위 1%에 들어간다. 이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분의 반영도 있지만 최상위 가구주 1.4%를 반영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가 체감하는 또는 추정하는 재산순위는 평상시의 일반적 순위 커트라인의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다. 그리고 부동산 보유상황에 따라 재산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부자세대가 된 60대, 그러나 '빛 좋은 개살구?'  

 
한편, 최근 부동산시장의 특이한 현상 중의 하나는 집을 줄여야 하는 60대 이상의 은퇴세대에서 오히려 아파트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요즈음 30~40대 사이에서 ‘영끌’을 통한 주택구입이 늘어난다고 하는 기사들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표2〉에서 보듯이 연령별 아파트 보유자의 추이를 보면 2015년 이후 50대 이하 세대는 모두 비중이 줄어든 반면, 60대 이후 세대는 전국이나 서울 모두에서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비중뿐 아니라 아파트 보유자 수를 보더라도 40대 이하는 절대 수가 줄었고, 50대는 10% 정도 늘어난 반면 60대와 70대는 30% 이상 급증했다. 심지어 80대 이상은 66%나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로 〈표3〉에서 보듯이 연령대별 총자산 순위 커트라인에서도 전국이나 수도권 모두 순자산 기준으로 60대가 가장 높았다. 결국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급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재산이 가장 많은 세대가 50대에서 60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극도의 부동산 편중을 보이는 60대의 자산구조는 집을 줄이거나 주택연금 가입이 어려운 현실에서 세금을 포함한 생활비 지출 부담을 크게 높이는 문제를 야기한다. 게다가 은퇴세대의 자산이 거주해야 하는 부동산에 집중됨에 따라 상속이 더 어려워지며 일본처럼 ‘老老상속’이 현실화되고 있다. 즉, 90세 넘어 사망하면서 70세가 다된 자녀에게 집을 상속해서 노인인 자녀가 다시 깔고 사는 것이다. 이는 먼 훗날 상속할 집 한 채를 근거로 노후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손자 세대에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60대는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에게 부양 받지 못하는 첫번째 세대’인데 부동산 있다고 부양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그래서 번듯한 집만 있지 은퇴생활은 더 어려워지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 자산순위 커트라인은 어떻게 구했나?
우리나라에서 보통 사람들의 재산 순위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자료는 별로 없다.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함께 2012년부터 매년 약 2만명을 표본으로 조사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정도이다. 이 마저도 구간별 평균값으로 발표되고, 순위별 커트라인은 발표하지 않는다. 그래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설문답변(2020년 3월 기준) 원자료를 기초로 총자산‧순자산‧금융‧부동산 등 자산별, 연령대별, 수도권 여부 등으로 재분류하여 순위별 커트라인을 분석했다. 여기서 총자산(재산)은 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을 합한 금액이고, 순자산은 총자산에서 대출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주의할 것은 전월세보증금을 금융자산으로 분류한 ‘가계금융복지조사’와는 달리 여기서는 전월세보증금을 부동산자산으로 분류하여 분석했다. 한편, 체감 순위는 통계청 표본조사에서 빠진 초고자산가를 KB금융의 한국부자보고서 조사자료로 보완하고 통계청의 주택가격 통계를 반영하여 추정했다.  
 
 
* 필자는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 대표다. 유튜브 ‘밸런스은퇴TV’를 운영하고 있으며, 성균관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와 광주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생명 금융연구소,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신한은행 미래설계센터장과 신탁연금본부장을 거치며 은행‧증권‧보험의 은퇴자산관리사업을 구축한 대표적인 은퇴전문가이다.

김진영 밸런스 은퇴자산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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