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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코인도란] 비트코인과 머스크, 이쯤 되면 '애증의 관계'

금융위, 바이낸스 등 해외거래소도 특금법 대상임을 재확인
더B워드 행사서 '비트코인 찬양'한 머스크와 잭도시
스테이블코인 규제 분위기 속 USDT '불안한 1위'
실적 발표하는 테슬라, 비트코인으로 얼마 벌었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21일 열린 암호화폐 관련 행사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발언을 쏟아내자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로이터=연합뉴스]
 
존재 자체가 애증이다. ‘그’ 덕분에 비트코인 가격은 6만달러 고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 ‘그’ 탓에 비트코인은 약세장에 진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얘기다. ‘애(愛)’와 ‘증(憎)’의 경계에서 이번엔 ‘애’ 쪽에 가깝다. 3만 달러 선을 내주면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던 비트코인은 머스크의 지지발언에 3만2000달러선을 회복했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믿음에 기반하는데, 그 믿음이란 게 갈대 같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 그래도 3만 달러선은 지켜내는 걸 보면 이 정도 수준의 믿음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 듯하다.
 

국내에선 무슨 일이= 바이낸스 접속 차단되나

금융위원회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해외 코인 거래소도 특금법 신고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22일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27개 해외 거래소에 특금법 신고 대상임을 통지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업체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낸스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해외 코인 거래소도 특금법 신고 대상임을 밝혔다. 금융위는 신고 대상의 구체적인 업체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바이낸스가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사진 바이낸스 홈페이지]
 
9월 25일 이후에도 이들 거래소가 신고하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하면 불법이다. 금융위는 사이트 접속 차단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또, 해당 거래소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국제 형사사법공조도 추진한다. 제재를 받지 않으려면 9월 24일까지 필수요건을 갖춰 신고를 마쳐야 한다. 
 
그런데 그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고 마감이 두 달 앞인데, 신고에 필요한 정보보호체계(ISMS) 인증 획득에만 6개월~1년이 걸린다. 곧, 원칙대로라면 9월 25일부터 한국인은 해외 거래소에 접속할 수 없다. 금융위는 “만약을 대비해 본인 소유의 가상자산을 미리 인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설사 신고를 마쳤다고 해도, 9월 25일부터는 암호화폐를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 영업을 할 수 없다. 해외 거래소도 특금법에 따라 국내법이 정한 영업 활동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레버리지 마진 거래는 안 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거래소가 마진·선물 상품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인다. 한국 이용자가 접속 차단을 우회해 바이낸스를 사용해도 막을 길이 없다. 특금법에는 바이낸스에 대한 처벌 조항만 있다. 바이낸스를 이용하는 개인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은행망을 이용한 법정화폐 송금이 아니라 코인으로 거래하면 규제당국도 알 길이 없다. 이런 의문에 금융위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답할 뿐이다.
 
금융위는 또한 코인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한다고 한다. 기초자산이 있는 ‘증권형 토큰’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자본시장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한 국회 질의에 이런 답을 내놨다. 금융위는 이어 “코인은 금융자산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뒤 “세부 기준을 자본시장TF가 마련해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일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 사업의 승자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로 정해졌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 카카오의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힘을 모았다. 미국 블록체인 기업인 컨센시스, 컨설팅 기업 KPMG, 블록체인 스타트업 온더, 삼성SDS 자회사인 에스코어, 스마트카드 전문업체 코나아이 등도 협력업체에 이름을 올렸다.
 

해외에선 무슨 일이= 머스크 “비트코인 지지한다”

 
지난 21일 열린 ‘더 B 워드’ 행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잭도시 트위터 창업자의 비트코인 상찬 자리가 됐다. [AP=연합뉴스]
 
전세계 코인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난 21일 열린 ‘더B워드(The B Word)’ 컨퍼런스에 쏠렸다. ‘비트코인 전도사’로 불리는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비트코인 사용을 더욱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행사다. 원래 참석자 명단엔 없었지만, 이 자리에 머스크도 참석했다. 머스크가 앞서 밈코인이라는 도지코인은 찬양하면서 비트코인 근본주의자들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냈던 터라 컨퍼런스에서 둘 간의 끝장 토론이 벌어질 줄 알았다.
 
결과는 토론이라기보다는 참여자들 각자 비트코인을 상찬하는 자리가 됐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이 점차 친환경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이고 그렇게 된다면 테슬라는 비트코인 수락을 재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비트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적극 반박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 나는 돈을 잃는다”며 “스페이스X와 테슬라, 그리고 내가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고,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처분한 적이 없으며, 나도 스페이스X도 비트코인을 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외 이더리움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그의 발언 직후 이더리움은 9% 넘게 급등했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는 비트코인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부정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비트코인 투자가 ESG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E는 비트코인 채굴이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S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개발도상국 국민이 결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G 부분에서 비트코인 생태계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비해 훨씬 투명하다.
 
반면, 전날 나온 규제 관련 소식은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금융시장에 대한 대통령 실무그룹(PWG)’ 회의를 소집,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방침을 밝혔다. 몇 개월 안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권고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21일 증권성이 있는 토큰을 문제삼았다. 그는 “주식토큰이든 증권이 뒷받침되는 스테이블형토큰이든, 탈중앙화 금융 공간에서 운용되는 토큰이든, 그것은 상관이 없다”며 “증권성이 있는 모든 플랫폼은 증권법의 영향을 받으며, 우리의 규제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던 코인을 정조준하고 나선 셈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일 약 135만원(1000유로) 이상의 코인 송금에 대해 사업자가 송금인뿐 아니라 수취인의 정보까지 수집하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의했다.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법안이 발효되면 이용자는 익명 계정을 만들지 못하고, 사업자는 익명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는 별개로 암호화폐 산업엔 돈이 몰리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 FTX는 최근 9억 달러(약 1조3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투자 라운드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 세콰이어캐피털, 폴 튜더 존스 등이 참여했다. FTX의 기업가치는 180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토큰(NFT) 마켓 플레이스 오픈시(OpenSea)는 앤드리센호로비츠(A16z) 등으로부터 1억 달러(1150억원) 규모 시리즈B 라운드 투자를 받았다. 기업가치는 약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다.
 

위클리 코인= USDT, 불안한 1등

암호화폐는 실시간 송금과 낮은 수수료 등이 장점이다. 문제는 높은 변동성 때문에 실생활에서 쓰기가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런 한계를 극복한다.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돼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에 가치가 고정됐다. 현재 테더사가 발행한 USDT가 시가총액 1위다. 618억 달러(23일 기준)에 이른다. USDT를 비롯 USDC(써클 발행), BUSD(바이낸스) 등 상위 3개 코인의 시장 규모는 1000억 달러를 웃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움직임 속, 테더사가 발행한 USDT의 1위 자리가 흔들릴 조짐이다. [사진 셔터스톡]
 
문제는 급속한 성장에 비해 전혀 규제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은 돈과 같고 은행예금과 같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적절한 규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리스크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기존 금융권은 지급준비금이나 예금자 보험 등 ‘뱅크런’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에는 이 같은 시스템이 없다.
 
규제 움직임 속에 1등 USDT의 지위가 흔들린다. 그간 USDT는 투명성 논란에 휩싸였다. 발행량에 걸맞은 충분한 준비자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테더사는 지난 3월 처음으로 보유자산을 공개했는데, 현금 비중이 4%에도 못 미쳤다. 발행량의 65%를 기업어음으로 들고 있었다. 최근 수 개월 내로 회계감사를 마치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못 믿는 눈치다.
 
USDT는 현재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하나는 디지털 달러다. 연준은 9월 발행될 관련 보고서를 참고해 디지털 달러 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파월 의장은 앞서 “디지털 달러가 나오면 암호화폐나 스테이블코인은 필요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달러의 발행은 USDT의 종말을 의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USDC의 공습이다. 디지털 달러가 발행되지 않는다 쳐도, 스테이블코인 간 경쟁에서 USDT가 살아남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1등이 맞긴 하지만 최근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USDC가 최근 1년새 10배 넘게 덩치를 키울 때, USDT는 4배 성장에 그쳤다. 지난달 이후 신규 USDT 발행이 끊겼다. 세상에 가장 먼저 등장한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시장을 장악했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 28일 FOMC, 테이퍼링 시작할까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27~28일 열린다. 금리는 모두 동결을 예상한다. 관심은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시작 시점에 대한 논의다. 어떤 수준의 얘기가 오가느냐에 따라 자산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비트코인은 주식 등 위험자산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자산운용사 구겐하임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을 카나리아에 비유했다. 위험자산에 적신호가 켜지면 가장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 주식투자에 참고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테슬라는 26일 장 마감후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우리 시간으로는 27일 오전이다. 더B워드 컨퍼런스에서 말했듯, 여전히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지, 혹시 추가 투자를 하지 않았는지, 평가손실이 얼마인지 등을 문서로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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