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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집값이 펄펄…주범은 코로나 [오대열 리얼 포커스]

전세계가 집값 폭등 중, 한국 상승률은 29번째
예상과 달리 전염병 사태로 주택 소유 욕구 커져
정부의 “집값 고평가” 발언 불구 주택대출 급증

 
 
정부의 계속된 주택시장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집값 인상에 따른 주택시장 혼란을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전경을 비튼 모습으로 표현했다. [연합뉴스]
 
“세계지도를 펼쳐 놓고 다트를 던져 어디에 꽂히던 그 나라는 집값 상승으로 골머리를 싸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빌딩 컨설팅회사 존다의 알리 울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던진 화두다. 이는 그만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 주요국들의 집값 상승률이 14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적인 부동산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의 '1분기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조사 대상 56개 국가의 3월 기준 주택 가격은 지난해 동기 대비 평균 7.3% 올랐으며, 연간 상승률이 2006년 4분기 이후 최고치’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나라별로 살펴보면 터키 집값은 1년간 32.0%나 급등해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뉴질랜드(22.1%)가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룩셈부르크(16.6%), 슬로바키아(15.5%), 미국(13.2%), 스웨덴(13.0%), 오스트리아(12.3%), 네덜란드(11.3%), 러시아(11.1%), 노르웨이(10.9%), 캐나다(10.8%), 영국(10.2%), 페루(10.0%)도 10.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의 집값은 5.8% 올라 조사 대상 중 상승률이 29번째였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6.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5.7%, 4.3%의 상승률을 보이며 한국의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집값 상승 현상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후 각국의 경기 부양책과 경제 불확실성 탓에 부동산으로 뭉칫돈이 몰리면서 시작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에는 훨씬 낮아진 금리와 급증하는 주택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수직 상승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실업률 증가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주택 소유자들이 시장에 집을 급매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 현재 코로나19 시국이다.  
 

“전염병이 집값 상승 자극” VS “경기부양 탓 곧 거품 붕괴”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전 세계 집값은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주요 국가들마다 계속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한 덕에 시중에 풀린 수많은 돈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인 부동산으로 흘러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국제주택가격지수는 2017년 4분기 161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기존 최고치(2008년 159)를 뛰어넘었다. 2010~2019년 동안 주택 가격은 독일(54.0%), 미국(52.8%), 영국(38.5%) 등에서 치솟았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실업률 증가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 주택 소유자들이 시장에 집을 급매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 현재 코로나19 시국이다.  
 
각국이 경제 회복을 위해 앞다퉈 금리 인하에 나서고 경기 부양 정책을 편 것은 주택수요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일을 더욱 수월하게 만들었다. 또한 코로나19는 집을 둘러싼 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명제를 깨우쳐줌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집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면서 주택 소유 욕구를 부채질했다.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 같은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반대급부로 부동산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경고 또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미래의 금리 인상이다. 이자와 원금 상환 압박이 증가한다면 대출받은 집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으며, 경기 침체로 인해 소득이 줄고 직장을 잃은 채무자들이 앞다퉈 집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란 비관적 예측이다.  
 
반면 과거와 달리 투기가 아닌 실수요자가 많고, 안정세를 찾을 때까지 저금리와 경기 회복이 뒷받침될 것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후 각국이 건전한 금융 구조 구축을 위해 노력했고, 이번에 주거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의 경우 과거에 비해 신용 등급이 높으면서 현금으로 비용을 선지급한 사람도 많다는 게 근거다.  
 
또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 없다는 점도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 한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낮은 금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저금리에서 촉발되는 유동자금 흐름이 주택 시장 상승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전셋값과 매매가격이 폭등하자 그보다 저렴한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지역 전경. [연합뉴스]
 

금리 인상 코앞 투자수요 빠지면 주택거래 줄어들 전망

이렇게 혼란스러운 전세계 부동산 시장 흐름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사례는 좀 더 특별하다. 세계적 흐름과 비슷하게 저금리로 인한 주택 대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대도시와 신규 아파트에 대해 수요가 여전히 쏠려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기준으로 전국의 집값은 2017년 5월에서 올해 4월까지 10.8% 올랐는데 서울 집값은 같은 기간 15.4% 상승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정부도 부동산 규제를 통해 집값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은행 또한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했는데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진행 중이지만 경기 회복세, 물가 오름세 확대 금융불균형 누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다음 회의부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밝혀 기준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여지를 내비쳤다.
 
아울러 이 총재는 현재 주택가격이 고평가 돼 있는 상태며 부채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부동산 가격 수준에 대해 묻는 질문에 “현재 주택가격을 평가해 보면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며 “임대료 기준, 수익측면에서 봐도 과거의 장기 평균치와 비교해 보면 소위 수도권 지역의 주택가격은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말, 그리고 내년 초 우리가 맞이할 ‘포스트 코로나19’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을 주의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행이 향후 1년 내 0.5%포인트 정도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가 1%가 되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3%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투자나 단기차익 목적의 거래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에겐 부담이 크지 않거니와 당장의 공급 부족이 곧바로 해결되지는 않아 주택 가격이 크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의 입장에서는 좀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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