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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박스권 증시', 내년 경제가 향방 좌우한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아질 듯
하반기 주식시장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변수될 수도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지 못한다면 증시는 박스권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포토]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기 전 전망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증가하는 수준이었다. 발표가 시작된 현재까지 이익 증가율은 81% 증가해 예상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 실적 발표 초기여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규모가 크고 중요한 기업이 초반에 실적을 발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치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이익 전망치가 존재하는 기업 중 60%가 2분기에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이익을 냈다. 절반을 넘었다고 좋아할 수 있지만, 1분기에 해당 수치가 73%였던 걸 고려하면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전망치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기업 실적이 향후 주가에 어떻게 작동할지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더 커 219% 증가했다. 그 덕분에 영업이익률이 6.2%로 올라갔다. 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2조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실적 발표 이전에 이익 증가 기대로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이 작업은 6개월 전에 이미 마무리됐다. 6개월 전에 이미 쓴 어음을 지금 갚아야 하는 형태여서, 이익이 증가해도 상승은 크지 않았지만 이익이 예상보다 못하면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익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서 발생한 생긴 일로 이번 이익 시즌에 주가가 어떻게 반응할지 보여주는 사례다.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지난 1분기 상장사 전체 매출액은 538조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31%와 361% 증가했다. 현재까지 2분기 매출액은 20%가 늘어 1분기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이익 증가율은 반대로 낮아졌다.  
 
1분기 매출보다 이익이 월등히 늘어난 건 기업의 생산과 재고 관계 때문이다. 작년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가 발생하자 기업들이 생산을 크게 줄었다. 경제가 얼어붙어서 물건을 만들어 봤자 팔리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재정 투자를 늘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가계의 소비 여력이 커지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었는데, 기업은 여전히 상황 변화를 확신하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그 공백을 메운 게 재고다. 물건을 사겠다고 오는 사람에게 재고를 털어 대응했고, 그 덕분에 작년 7월 이후 9개월간 재고가 5% 넘게 줄었다. 금융위기 이후 10개월간 재고가 18% 줄어들었던 걸 제외하면 가장 큰 폭의 감소다. 그 덕분에 이익이 늘었다. 생산과 재고로 인한 비용이 줄어드는 사이 수요 증가로 제품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기업들은 변화된 상황을 인정하고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한 기업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기업이 동시에 생산을 증가시키다 보니 원자재와 부품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졌고 가격이 급등했다. 차량용 반도체가 대표적인 경우다. 2분기에 생산이 늘고 재고가 다시 쌓이면서 매출과 이익이 관계가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줄어든 재고를 채우기 위해 생산이 늘고 매출도 증가했지만, 제품 가격은 더는 오르지 못했다. 작년에 이미 높은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2분기가 1분기에 비해 이익 증가율이 낮아졌다.  
 
2분기 실적은 어떤 수치가 나오든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지 못할 거로 전망된다. 주가가 실적을 너무 앞당겨 반영했기 때문에 어지간한 이익 증가로는 주가를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증가란 시장이 예상하는 만큼을 의미한다. 2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기 힘든 만큼 최근 주가가 박스권을 뚫지 못하고 있는 게 당연하다. 2분기 실적 발표는 기대와 달리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박스권 증시 뚫기 어려워 

많은 증권사가 하반기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변수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꼽고 있다. 물가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선진국의 금융정책이 달라지고, 그러면 주가도 변한다는 얘기다. 이달 중순에 선진국 주가와 금리, 유가로 대표되는 상품 가격이 한꺼번에 내려간 적이 있다. 그때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2% 밑으로 밀려내려 왔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한꺼번에 크게 하락한 건 경기 둔화를 빼고 얘기하기 어렵다. 
 
만약 금리가 문제라면 하나의 변수만 하락했거나 여러 변수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이 경기가 정점을 치고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가 떨어졌으며 실물 수요가 많은 원자재 가격이 내려온 것이다. 투자자 사이에서 앞으로 주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 작년은 유동성으로 주가가 오른 후 언제쯤 경기 회복이 주가 상승을 이어받을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올해는 처음에는 하반기 경기 모멘텀 둔화 가능성에 주가가 반응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저성장에 대한 걱정으로 번지고 있다. 경기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고 공격적인 형태에서 부정적이면서 소극적인 형태로 바뀐 것이다.  
 
올해 미국 경제가 7% 성장할 거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기 때문에 올해 7% 성장을 해도 2019년 말보다 연평균 1.5% 정도 성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 19 이전보다 낮은 성장률이다. 작년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을 쏟아부었고, 금융위기 때보다 금리를 빠르게 내렸으며,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투입한 걸 고려하면 초라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책 효과가 사라지는 내년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내년 경제가 상당히 양호할 거란 확신을 주지 못하는 한 주가가 지금의 박스권을 뚫고 나가지 못할 것이다. 하루하루 주가 변동이 크지만, 주간이나 월간 단위로 보면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가 계속될 수 있다. 대형주는 더는 하락하지 않는 형태에 만족하고 대신 중소형주를 놓고 밀고 당기는 형태가 예상된다. 어떤 형태이든 피곤한 구조다. 이런 모습은 주가가 크게 상승한 후 에너지를 소모할 때 자주 목격된다. 1989년과 2011년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당시 주가는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방향성 없이 움직였는데 마지막은 경제 상황에 의해 결정됐다.  
 
하반기 주식시장에서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의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 대신 경기의 힘이 세질 수 있으므로 투자 판단의 기준을 금리에서 경기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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