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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없애고 파견 보내고…은행들, 조직문화 탈바꿈 '총력전'

MZ세대 전면 내세워 '보수적 이미지' 탈피 노력
파견부터 직접 지원까지…"스타트업에서 배워라"

 
 
자율 복장을 착용하고 근무하는 우리은행 본점 직원들. [사진 우리은행]

자율 복장을 착용하고 근무하는 우리은행 본점 직원들. [사진 우리은행]

금융사들이 조직문화 탈바꿈에 나섰다. 보수적 기업 문화, 유니폼 등 ‘은행’ 하면 떠오르는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려는 시도다. 유연한 조직문화는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주된 성공 요인으로도 꼽힌다. 은행 역시 핀테크·빅테크에 맞설 젊고 실용적인 조직문화 구축에 힘쓰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사로잡는 참신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기업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은 “MZ세대는 이제 그룹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이끄는 주축 세대인 만큼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자”고 당부했고,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디지털 주역인 MZ세대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MZ 취향에 맞춰라"…호칭도 복장도 ‘자유’  

 
현재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2030 직원은 각각 전체의 90%, 83%를 웃돈다. 카카오페이 역시 2030 직원이 88%에 달한다. MZ(밀레니얼+Z)세대들이 경제활동 인구가 되면서 그들이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는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많은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해 온 ‘모바일 네이티브’로 기존 서비스에 대한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이와 달리 대다수 시중은행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의 인사 적체가 심화되면서 임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주요 은행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MZ세대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같은 움직임은 대형 금융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복장 자율화를 비롯해 닉네임 호칭 등 핀테크·빅테크 기업들이 주로 활용해온 여러 제도를 도입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부터 모든 자회사에서 영어 호칭을 쓰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직급 호칭이 가져오는 권위를 없애기 위해 부서마다 호칭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지금은 5대 은행 모두 유니폼 제도를 폐지하고 자율 복장제를 운영한다.
 
MZ세대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자치조직인 ‘후렌드(who-riend) 위원회’ 모습. [사진 신한금융지주회사]

MZ세대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자치조직인 ‘후렌드(who-riend) 위원회’ 모습. [사진 신한금융지주회사]

이에 더해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3일 MZ 직원 중심의 자치 조직 ‘후렌드(who-riend)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후렌드 위원회’는 지주회사 내 2030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성됐다. 먼저 직위 체계를 팀장-팀원으로 간소화하고 휴가 결재 과정도 개선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그룹사 직원들이 모인 곳인 만큼 조직 내에서 원활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며 “자유롭고 혁신적인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조용병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일선 지점을 포함한 전 직원들의 복장을 자율화했다. 당초 여성 직원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근무복장 자율화를 적용했으나 남성 직원은 기본 정장 착용(노타이 허용)이나 선택적 비즈니즈 캐주얼 차림이 가능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보다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근무복장 전면 자율화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핀테크·스타트업 파견 등 외부 협력 강화  

우리금융지주가 서울 성수동 소재 디노랩 공유오피스에서 통합 2기 공모에 참여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 심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서울 성수동 소재 디노랩 공유오피스에서 통합 2기 공모에 참여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 심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우리금융지주]

더욱 눈에 띄는 점은 은행들이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외부 협력도 마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지털 혁신 차원의 ‘스타트업 과외’가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외부 IT 인력을 수혈하는 것을 넘어, 내부 직원들을 외부 기업에 파견시켜 디지털 업무 경험을 은행에 접목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들 직원은 스타트업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보고 체계 등을 경험하고 은행에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은 최근 MZ세대 직원 3명을 선발해 IT 기반 핀테크 스타트업에 파견했다. 선발된 직원들은 6개월간 인공지능(AI) 여행 플랫폼 기업 '트래블라이'와 의료 핀테크 솔루션 기업 '투비콘', 블록체인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앰믈랩스' 등 3곳에서 일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인 ‘디노랩’을 운영 중인 우리금융그룹도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팀을 '디노랩'에 함께 배치해 스타트업 직원들의 창업 경험과 사업 추진 노하우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우리금융은 현재 디노랩을 통해 총 54개 스타트업을 선발했다. 그중 15건의 사업성과를 만들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직접투자 452억원의 성과를 창출했다.  
 
또한 우리은행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이노싱크(InnoThink)'에선 디노랩 스타트업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과 스타트업 모두에게 이로운 협력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해 그룹 전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종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이 사회적 가치 창출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혁신 문화를 확산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금융그룹이 올 상반기까지 스타트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진행한 투‧융자 등 금융지원 누적액은 총 45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KB금융은 핀테크랩인 ‘KB이노베이션허브’를 통해 지원하고 있는 ‘KB스타터스’와 금융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진행된 누적 업무제휴 건수는 198건이다. 대표적으로 ‘KB스타터스’ 기업인 센드버드(Sendbird)와 KB금융 디지털 플랫폼 채팅 솔루션 개발에 협업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스타트업 육성·협업 프로그램인 ‘NH디지털Challenge+’를 신규 비즈니스 모델 창구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이 농협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IT 전문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필수가 됐다”며 “핀테크를 넘어 다양한 이종 업종과의 협력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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