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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님 경고에도 집값·매수 ‘묻지마 질주’…이유가 있다 [오대열 리얼 포커스]

서울 주민들 지방 아파트까지 사재기 열풍
정부에 대한 불신이 주거불안·악순환 초래
부동산 전쟁 말고 함께 발맞추는 정책 필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홍보물이 나붙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와 상가.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가격 거품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수익 기대심리,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포에 기인한 사재기), 불법·편법 부동산 거래 등이 부동산 가격의 거품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과 전세 가격이 불안한 모습을 다시 보이는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기대심리와 불법거래가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어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르면 이달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도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년 2개월 동안 0.50%로 이어가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0.75%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나온 것이다. 가파른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세 속에서 더 이상 금리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의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수 차례 연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금융 불균형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발언의 주요 배경이었다.  
 
이렇게 정부와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의 과열을 우려하고 있지만, 전국 아파트 매수심리는 좀처럼 꺾이질 않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7.8로 조사됐다.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서울거주자 타지역 아파트 매입량
 

서울 거주자들의 타 지역 아파트 매입 열기 여전

최근에는 전국 아파트 가격도 여전히 빠지지 않고 올라가고 있다. 게다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덜 오른 지역에선 상승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해 서울 거주자들이 타 지역 아파트를 사들이는 원정 매매도 여전히 뜨거운 분위기다.  
 
올해 상반기 서울 거주자들의 타 지역 아파트 매입이 역대 상반기 거래량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거주지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 거주자가 타 지역 아파트를 매입한 거래량은 올해 1~6월 동안 약 3만2420건으로, 지난해 3만1890건을 이미 넘어섰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서울 거주자가 가장 많이 매입한 지역은 경기도로 1만9641건에 이른다. 이어 인천이 3723건, 강원 1647건, 충남 1489건, 충북 1128건, 전북 1058건 등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국단위로 서울 거주자의 타 지역 아파트 매입 거래량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은 제주도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상반기 서울 거주자의 제주도 아파트 매입 건수는 84건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64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82건 증가했고, 100%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거주자들은 경남 지역의 아파트도 대거 사들였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 거주자의 경남 아파트 매입 거래량은 412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711건으로 전년 대비 7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북도 387건에서 629건으로 62.5%, 강원 1030건에서 1647건으로 59.9%, 충남 932건에서 1489건으로 59.8% 각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서울 거주자들의 전국 아파트 매입 거래량이 가장 줄어든 곳은 대전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상반기 서울 거주자들이 대전 아파트를 사들인 건수는 531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37건으로 전년대비 36.5%이나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대구가 287건에서 198건으로 31.0% 하락했고, 경기도도 2만 1998건에서 1만 9641건으로 10.7%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아파트 가격 고점 경고에도 가격이 좀처럼 안 잡히자 서울 거주자들이 타 지역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아파트 가격은 계속 높아지고,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국민들의 주거 불안정이 더욱 커지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시장과 맞서는 부동산 전쟁이 아닌 시장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동두천 아파트 실거래가
 

밀려난 주택수요 몰리자 외곽 아파트까지 폭등세

올해 상반기 서울 거주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경기도 지역은 ‘고양시’로 확인됐다. 올해 서울 거주자가 고양시 아파트를 사들인 건수는 1858건으로 나타났다. 이어 남양주가 1758건, 의정부시가 1332건, 용인시가 1260건, 부천시 1224건, 수원시가 1215건 등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서울 거주자들이 경기도에서도 더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동두천시로 조사됐다. 지난해 서울 거주자가 동두천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118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09건으로 전년 대비 331.4%나 상승했고, 이어 이천시가 2020년 상반기 56건에서 2021년 상반기 236건으로 321.4% 상승했고, 포천시도 같은 기간 43건에서 160건으로 272.1% 상승하는 등 서울 거주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렇게 서울 거주자들이 경기도 외곽으로 몰리면서 동두천시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1년간 120%나 상승한 단지도 나왔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 생연동 부영아파트 6단지 전용면적 49.847㎡의 경우 지난해 7월 4일에는 9700만원(12층)으로 1억원 미만에 거래됐다. 하지만, 올해 7월 5일에는 2억 1500만원으로 1년간 121.6%나 치솟아 올랐다. 동두천시 지행동 송내주공1단지 전용면적 59.56㎡도 지난해 7월 7일 1억4500만원(13층)에 매매됐다. 하지만, 올해 7월 11일에는 2억9900만원(13층)으로 치솟으면서 1년간 106.2%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정부의 아파트 가격 고점 경고에도 가격이 좀처럼 안 잡히자 서울 거주자들이 타 지역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아파트 가격은 계속 높아지고, 내 집 마련을 하려는 국민들의 주거 불안정이 더욱 커지고 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25번의 부동산 규제에도 끄떡없고 정책 신뢰성이 무너지면서 시장을 좌우할 힘마저 무너져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정책 불신을 만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시장과 맞서는 부동산 전쟁이 아닌 시장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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