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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출소 후 '뉴 삼성' 외쳤던 이재용…삼성 M&A·투자 속도 붙나

20조원 규모 미국 투자·M&A 등 과제 산적
총수 의사결정으로 '다시 초격차' 전략 가동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연합뉴스]
반년 넘게 이어진 삼성의 ‘총수 부재’가 쉼표를 찍었다. 지난 9일 법무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확정했다. 석방일은 8월 13일.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돼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를 비롯해 삼성 계열사들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총수부재로 의사결정에 발목이 묶여있는 동안 애플과 인텔, TSMC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 역시 지난해부터 이재용의 ‘뉴 삼성’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었다.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로 거듭나겠다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역시 삼성의 미래를 향한 일발장전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지난 1월 재구속되며 삼성의 투자계획에도 힘이 빠졌다.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투자 계획 역시 액수만 정해졌을 뿐 최종 투자 결정이 늦어지는 상황이었다. .  
 
그동안 총수부재를 호소해왔던 삼성은 이 부회장의 복귀로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라는 한계는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더라도 삼성이 미뤄왔던 대형 인수합병(M&A) 등 중요 의사결정과 대규모 투자계획은 가시화 될 것이라는 의견이 삼성 내·외부에서 우세하다. 이 밖에 시장이 격화되고 있는 반도체 사업과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새로운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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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예고한 ‘3년 내 M&A’ 실행될까

삼성의 총수부재 리스크가 해결되면서 위기 때마다 압도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 업체를 따돌려 온 삼성 특유의 초격차 전략에 다시 시동이 걸릴 전망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 수감 전후로 여러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정부의 ‘K-반도체 벨트 전략’과 관련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7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달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미국에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내놨다.  
 
그동안 미뤄왔던 대규모 인수합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여지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자동차 부품 기업인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를 진행하지 않았다. ‘삼성의 M&A시계가 2016년 이후 멈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 콜 이후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다시 한 번 예고했다. 
 
당시 회사 측은 “미래 성장을 위한 돌파구를 위해 전략적 인수합병(M&A)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M&A를 위한 많은 준비를 해오고 있고,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초 밝혔던 3년 안에 의미 있는 M&A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꾸준히 ‘3년 내 M&A'를 예고한 만큼 사령탑의 복귀 이후 글로벌 M&A에도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삼성측은 M&A를 검토 중인 사업 영역이 인공지능(AI), 5G, 전장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분야라고 밝혔다. 실탄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2분기 말 기준 111조1022억원에 달한다.  
 

이재용, 과거 출소 후 ‘뉴삼성’ 총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과거 이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출소 이후 공격 경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사면 이후 ‘뉴 삼성’이라는 새로운 경영 가치를 제시하며 광폭행보를 보인 바 있다.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형으로 풀려난 후 이 부회장은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과 기술 초격차 강화에 집중해왔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출소 이후 한 달 뒤부터 거의 매달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석방 한달 뒤인 3월 말 유럽과 캐나다 출장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5월 중국, 6월 일본, 7월 인도, 8월 유럽을 둘러봤다. 같은 해 11월 베트남을 방문한 데 이어 12월엔 인도를 재방문했다.이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적극 활용했다. 이 부회장은 방문지역에서 AI, 자동차 전장 분야의 비즈니스 파트너와 세계적인 석학 등을 만나 면담을 하고 인재 영입에 나섰다. 2019년에는 메모리반도체 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며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삼성그룹이 6건의 M&A와 45건의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했다.  
 
이 부회장 가석방 소식에 삼성전자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급변하는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경영 정상화 가능성에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제계는 법무부의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에 대해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기업 경영에 대한 제한을 완화해줄 것을 당부했다.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날 논평을 내고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 결과 발표에 대해 "기업의 변화와 결정 속도가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으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허용해준 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계기로 반도체 등 전략산업 선점경쟁에서의 초격차 유지와 미래 차세대 전략산업 진출 등의 국가경제 발전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전국경제인연합회도 “법무부 결정은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 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요국의 패권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 복귀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혀왔다”며 “가석방 결정은 경제계의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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