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대한민국①] ‘통제 불능’ 가계부채, 자산시장 거품붕괴 부메랑 되나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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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대한민국①] ‘통제 불능’ 가계부채, 자산시장 거품붕괴 부메랑 되나

'영끌', '빚투'로 연평균 증가율 10% 육박…세계 최악
빅테크·핀테크 주도 '쉽고 빠른' 대출도 증가세 부추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임박 신호가 강해지면서 시중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임박 신호가 강해지면서 시중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 연합뉴스]

 
가계빚 급증세가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 자산시장 거품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주식 및 가상자산 등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도 갈수록 덩치를 키우고 있다.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등 동시다발적 자산가격 상승이 빚투로 이어지고 신용확대가 다시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여기에 빅테크.핀테크 등 쉽고 간편한 대출 역시 대출 증가세의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고삐 풀린 가계부채 증가세...주요국 대비 3배 빨라

이른바 ‘영끌’과 ‘빚투’로 대변되는 가계부채 폭증은 향후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더하고 있다. 과거에도 자산시장 거품은 필연적으로 금융위기를 불러왔고, 이로 인한 시스템 위기는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졌다. 과거 카드부실 사태와 저축은행 사태,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무차별적 신용확대가 불러온 위기였다.        
 
사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자산가격 급등은 각국 정부의 유동성 확대 정책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문제는 국내 가계부채의 경우 전 세계 ‘최악’으로 꼽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한국은행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가계부채 규모는 약 1765조원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에 가까운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연평균 명목 경제성장률 3.1%의 두 배를 넘어선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의 경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0.4% 늘어난 데 비해,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71.5%로 1년 만에 11.4%포인트 급등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 내년에는 4% 안팎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유동성 팽창과 함께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10% 안팎까지 증가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7개월간 국내 금융권의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은 78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5조9000억원) 대비 72.6% 가량 크게 늘어난 수치로 사실상 가계부채 고삐가 풀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3배에 육박한다.
 
지난 7월 한달만 봐도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15조2000억원으로 전월(10조3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금융당국의 주된 규제 대상인 은행권 전체로는 10조원(잔액 1040조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7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는 주택 매매는 물론 전세, 공모주 청약 등의 자산시장 곳곳에서의 자금 수요가 발생한 영향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를 감안하면 2금융권 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개연성이 크다.
 
가계부채 구성

가계부채 구성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기존 통계에서 누락된 개인부채를 합치면 국내 가계부채가 3000조원 대까지 늘어난다는 점이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개인사업자 가운데 복식부기 대상 개인사업자대출(254조원)과 임대보증채무(870조원 추정) 등을 포함한 전체 가계부채는 3170조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230%, GDP의 162%에 이른다. 이는 국제결제은행(BIS) 권고 수준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규모 뿐 아니라 최근 5년간 가계부채 증가세도 미국, 영국, 일본 등 OECD 주요국 대비 3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금융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금융연구원도 가계부채 관련 경고의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임형석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 실물경기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이라며 “금리가 정상화하면 변동금리 비중이 크고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 차입자가 주택담보대출 차입자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은행도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위험선호, 수익추구 강화로 부동산 가격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의 빠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초 경제여건 등을 통해 평가해보면 부동산 등 일부 자산의 경우 상당히 고평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국가별 가계부채 증가율

국가별 가계부채 증가율

 

‘쉽고 간편한’ 대출이 가계빚 증가세 부추겨

‘쉽고 간편한’ 대출을 앞세운 비대면 대출의 가파른 성장세도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킨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 등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주도해온 비대면 대출 경쟁은 신용대출에 이어 주택담보대출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출 증가세는 주 고객층인 2030세대가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 한 해동안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가운데 2030세대의 대출 잔액은 130조원에 달했다. 1년 전에 비해 16%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부실 가능성이 높은 20대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8조원으로 같은 기간 16.6% 늘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는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한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더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방침이며, 4년여 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한 케이뱅크도 영업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9월부터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까지 은행권 경쟁구도에 합류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들 은행이 주도하는 비대면 대출 경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연 5%대 안팎의 중금리대출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했지만, 자칫 중금리대출 경쟁이 과거 카드사태와 저축은행 PF 사태처럼 과당경쟁에 따른 대출 부실화를 앞당기는 또 다른 뇌관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리 단층이 발생하는 이유는 저신용자들의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개발한 신용평가 모델이 금융 불안기에도 적용 가능할지는 두고봐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연합뉴스

카카오뱅크.연합뉴스

 
여기에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은행 대출죄기에 따른 풍선효과로 2금융권 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금융당국으로서는 골칫거리다. 당국은 은행권에 비해 느슨한 2금융권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럴 경우 고금리의 대부업체로 대출 수요가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새 사령탑 최우선 과제는 ‘가계부채 연착륙’

정부 당국 역시 일찍부터 가계빚 증가세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오락가락한 부동산 대책으로 정책 신뢰도가 크게 훼손되면서 규제 약발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일면 다행스러운 대목은 금융당국의 새 사령탑이 과거 어느 때보다 뛰어난 전문성과 가계빚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신임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모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지내는 등 금융정책과 관련된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과거 카드사태와 저축은행 PF사태 등의 금융 불안기를 직접 겪으면서 누구보다 시스템 안정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장 시장의 이목도 금융당국 수장들의 입으로 쏠리고 있다. 직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됐던 고 내정자는 지난 7월 금통위에서 7명 금통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기준금리 인상’의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코로나19 변이 확산에도 불구하고 경기부양보다 ‘시스템 안정’에 더 무게를 둔 판단이었다. 특히 고 내정자는 부동산 관련 대출 뿐 아니라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권의 신용대출 급증세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도 ‘자산시장 과열 대응’ 및 ‘가계부채 관리를 통한 금융시장 및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내세웠다. 대책 추진 과정에서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고 내정자가 ‘금융위와 한 몸’임을 내세운 금융감독원의 정 원장도 취임 일성으로 한계기업·자영업자 부실 확대와 함께 자산가격의 거품이 급격히 조정되는 ‘퍼펙트 스톰’ 가능성을 경고하며 금융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한편, 주택시장 불안 및 가계부채 급증세에서 비롯된 금융 불균형 해소 외에도 시장에서는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역차별, 가상화폐 규제 확립 등도 새 금융 사령탑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일단 시장은 ‘고-정 투톱 체제’의 등장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기존 수장들보다 높은데다, 취임 일성으로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도 금융사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로 인해 급격히 덩치를 키우는 빅테크·핀테크 기업과 달리 엄격한 금산분리 규제를 받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비금융 수익 확대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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