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개발 사업부지 내 토지, 시행사가 강제로 매수할 수 있을까?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주택법상 시행사가 유리해… 시간 '무기'로 적절히 합의해야

 
 
판교 알파돔시티 개발 전 부지 모습. [한국토지주택공사]
 
저는 아파트 건설 예정 부지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가 제 토지를 사겠다며 제시한 금액은 제가 기대한 금액에 한참 못 미칩니다. 시행사는 제게 토지를 팔지 않으면 법원에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제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경우 법적으로 시행사가 유리한 사례가 많습니다. 통상 건설 시행사는 특정 구역 내 토지를 매수하고 사용권원을 확보해 사업을 하게 되는데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득한 사업자는 사업에 반대하는 구역 내 토지주에게 토지를 자신에게 매도할 것으로 청구해 강제로 매수할 수가 있습니다. 사업자는 사업부지 면적 중 80%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하면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고시일 ‘10년 이내’에 소유권을 확보한 자에 대해,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하였다면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 대해 매도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주택법 제22조 제1항).
 
이 같은 주택법에 따라 필요한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한다면 토지 소유자는 대부분 패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강제로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법원 감정가에 따라 매매금액이 결정됩니다. 법원 감정평가액은 사업자가 당초 토지 소유자에게 제시한 금액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업자가 “매도청구권을 행사해서 더 저렴한 가격에 강제매수 하기 전에 얼른 토지를 내게 팔아라”라고 토지 소유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해서 토지 소유자들이 사업자가 제시한 낮은 가격에 서둘러 토지를 팔아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토지 소유자의 최소한의 권리보호를 위해 사업자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다음 매도청구를 하기 전에 반드시 3개월 이상 협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주택법 제22조 제1항).
 
3개월 이상의 매수 협의는 단순히 협의의 형식만 갖춘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인 협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업자는 사업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합의로 토지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설령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에서 감정 절차를 진행하는데 짧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는 데다 2심, 3심까지 가게 되면 최소 2년을 허비하게 됩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사업자들도 소송 중에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법원 역시도 조정절차를 적극 활용하여 조기에 분쟁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질문자께서는 무조건 높은 가격을 주장하기보다 사업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하시고, 사업자가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상호 합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대응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는 뱅가드 법률파트너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직원 절반 연봉 5억 넘어”…‘꿈의 직장’ 이곳은

2뉴진스 '버블검' 조회수 폭발...하이브 '반등' 초읽기?

3'요리왕' 이원일 셰프, '캠핑 요리의 왕' 가린다

4걸그룹 출신 日비례의원, 당선 93분만에 사퇴, 이유는

5엔·달러 환율 158엔 돌파…34년 만 최저

6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제치고 ‘세계 3위 부자’ 되찾아

7“임영웅 콘서트 티켓 팔아요”…8000만원 뜯어낸 30대 감형, 왜?

8웨딩 시즌 더 잘 나가…2030 여성 필수템된 '이 옷'

9휘발유 가격 5주째 상승세…“다음주에도 오른다”

실시간 뉴스

1“직원 절반 연봉 5억 넘어”…‘꿈의 직장’ 이곳은

2뉴진스 '버블검' 조회수 폭발...하이브 '반등' 초읽기?

3'요리왕' 이원일 셰프, '캠핑 요리의 왕' 가린다

4걸그룹 출신 日비례의원, 당선 93분만에 사퇴, 이유는

5엔·달러 환율 158엔 돌파…34년 만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