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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가 추구하는 주거 하이엔드는 ‘본질’ [오대열 리얼 포커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 더힐. [중앙포토]
 
최근 하이엔드 주거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비단 서울의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울숲 트리마제, 한남 더힐과 나인원 등 대형 고급 주거 상품뿐만 아니다.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한 소형 상품 또한 신규 분양과 매매량 모두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는 서울 강남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도심 속 하이엔드 주거공간을 표방한 상품들이 다수 선보였다. 이 같은 하이엔드 주거상품들의 공통점으로는 주요 업무지구의 역세권 노른자 입지, 고급스러운 외관과 고가 내부 마감재, 호텔급의 커뮤니티 시설과 컨시어지 서비스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고급 주거상품과 고급 부동산을 보는 시각엔 ‘하이엔드 입주=상류층 진입’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고급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이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하나의 자산 컬렉션이 되는 한편, VIP 커뮤니티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은 젊은 자산가들의 1순위 타겟이 되면서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급 자재가 아니라 수준 높은 커뮤니티  

이 같은 고급 주거상품 시장의 변화와 확대에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에 선보이거나 선보일 예정인 하이엔드 주거상품들이 ‘투자’에서 ‘주거의 본질’로 회귀하고 있어 구매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자 이른바 ‘프라이빗 이코노미’(Private Economy)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라이빗 이코노미는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소규모 또는 개인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에 대해 비용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고급 주거상품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완성도를 갖춘 ‘진짜’ 하이엔드 상품이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일반적인 고급 상품들과는 차별화된 품격으로 부자 중의 부자, 상류층 중의 상류층의 선택을 받으며 최고급 주거시설로서의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한남동의 ‘한남 더힐’이 있다. 시공과 인테리어에 최고급 자재만 사용한 것은 물론 수준 높은 커뮤니티 시설과 최첨단 보안장비까지 갖춘 이곳은 단지 안에 배치한 조경·예술 작품들만 해도 약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이 곳은 대기업 중역들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 등 ‘진짜 부자’들의 주거지로 주목 받으며 우리나라 대표 부촌으로 자리했다.

 
오피스텔 시장에서도 이 같은 사례를 최근 볼 수 있다. 지난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과 올해 서울 강남에서 연이어 선보인 ‘르피에드’의 경우 특화 외관, 세련된 인테리어, 어반 스파 공간 등의 최고급 설계에 버틀러 서비스 등의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갖춰 고급 주거의 본질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 더힐 분양 시 견본주택에서 선보였던 실내 부부욕조. 히노키로 만들었으며 한 쪽 벽면이 모두 대형 창으로 처리돼 있다. [중앙포토]
 

신경건축학 개념 적용해 평생 주거 가치 창출

물론 시설이나 자재만 좋다고 모두 고급은 아니다. 고액 자산가들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관으로 보이는 투자 가치뿐 아니라 좋은 소프트웨어도 갖춰야 한다. 나만이 이용할 수 있는 7성급 호텔, 혹은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주거공간 등 더 살기 좋은 공간을 위한 설계와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겉으로 보이는 높은 집값이 아니라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는 주거 문화를 얼마나 잘 만드는지가 고급 주거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 같은 주거 문화를 반영한 하이엔드 상품들이 최근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면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한 예로 서울 강남권에서 최근 눈길을 끄는 사업지로 삼성동 구 대웅제약 사택 부지 개발사업을 들 수 있다. 고려자산개발이 시행을 맡아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공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는 신경건축학을 건축 설계와 인테리어에 반영할 계획이다.  
 
단순히 고급 자재, 고급 커뮤니티를 도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입주자들이 공간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누리며 실제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주거 공간 개념을 제시해 주목 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수도권에서 단지형 타운홈 ‘라피아노’로 주목 받아온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사업자) 알비디케이는 그간 쌓아온 단지형 타운홈 노하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다양한 건축 공학과 편의 시설을 더했다. 이를 통해 기존 라피아노라는 브랜드를 ‘하이 소사이어티 타운홈’으로까지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하이엔드 주거상품 트렌드의 변화는 그간 가격이라는 요소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주거상품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경종이기도 하다. 보유에 대한 자부심, 경기 변화 영향을 타지 않는 안정성은 물론, 최상의 주거 편의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투기’라는 부정적 시선에서 벗어나 ‘살기 좋은 집’으로 재조명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다만 구입에 앞서 분석은 필수다. 고급 주거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살기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실거주 외에 투자의 목적으로도 생각해본다면 입지는 물론 거주민들의 소득 수준과 생활 패턴, 도로 접근성과 조망권, 주차 편의와 입주민 서비스 수준 등을 면밀히 살피고 매수에 나서야 한다.  
 
※ 필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 부동산 통계를 분석,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 ‘경제만랩’의 리서치 팀장이다.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언론사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다가 경제만랩 리서치팀에 합류해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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