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넘보던 블랭크, 사업부 조정·축소에 임직원 반발 직면
직원들 “사실상 퇴사 요구, 사전 의사소통도 없어”
사측은 “올 초부터 기준 제시했고 연말까지 마무리”
한때 ‘예비 유니콘’으로 꼽혔던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이 임직원의 대규모 이직·퇴사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사측이 지난 1월부터 추진해온 사업부 재배치 작업이 발단이었다. 올 들어 임직원 200여 명 중 적어도 30명이 회사를 나갔고, 10여 명이 퇴사를 앞두고 있다. 사측은 “직원의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말하지만, 직원들은 “사실상 권고사직”이라고 주장한다.
직원들이 권고사직 자체보다 문제 삼는 건 사측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이들은 “(인사팀에서 면담을 요청해오기 전까지) 사전 설명이 없다시피 했다”고 주장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선 “피플(인사팀) 면담은 곧 권고사직”이란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반면 사측은 올 초부터 사업부 재배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설명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이런 혼란상을 예상하긴 어려웠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미디어 커머스’란 전에 없던 사업모델로 창업한 지 3년 만인 2018년 매출 1000억원을 넘었다. 이 업체는 제조사에 제품을 주문자위탁생산(OEM)해 사회관계망(SNS) 마케팅을 하거나 전문 브랜드 몰을 만들어 판매했다. 현재 이 업체가 운영하는 브랜드몰은 반려동물 용품 브랜드 ‘아르르’, 주방용품 브랜드 ‘모도리’ 등 20개에 달한다. 이런 성과 덕분에 한때는 ‘예비 유니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2018년 매출 1000억원 돌파, 2019년엔 적자만 90억원
이런 배경에서 사측은 올초 대규모 사업부 개편이란 칼을 빼 들었다. 수익이 나지 않거나 관리가 어려운 브랜드나 프로젝트를 정리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이 과정에서 투자사 중 한 곳이었던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정지우 전 이사를 부대표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적어도 30명이 이직·퇴사했지만, 사측은 “구조조정이나 권고사직이 아닌 사업부 재배치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측은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도 충분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과 4월 전사회의에서 정리 대상인 사업부(브랜드)의 기준을 밝혔다는 것이다. 적자가 나거나 관리 문제가 있는 브랜드를 대상으로 사업을 종료하거나 최소한의 인원만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또 브랜드별 실적과 정리 대상 사업부의 명단도 공개했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사측은 “직원들과 의사소통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했다”고 말했다.
지난 추석 연휴 당시 남대광 블랭크 대표는 사내 협업 툴 ‘슬랙’에서 이런 이유를 들어 직원들의 전사회의 요청을 거부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으니 개별적으로 면담 신청을 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배치 대상이 된 직원들 말은 다르다. 재배치 과정에서 브랜드별로 누가 나가야 하는지를 경영진이 아닌 해당 브랜드 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매니저가 주도적으로 정하게끔 했다는 것이다. 재배치 대상 인원이 정해지면, 인사팀에서 면담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직원 본인이 재배치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이때라는 것이 직원들의 주장이다.
직원들은 또 면담 내용도 재배치가 아닌 권고사직이라고 말한다. “맞는 사업부가 없거나 역량 부족을 이유로 대상으로 뽑혔는데 어디로 배치받을 수 있겠느냐”란 것이다. 블라인드에서 한 직원은 면담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이 직원은 인사팀에서 “회사가 어려워 네가 나가줘야겠다”며 월급 2개월 치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측에선 “잔류를 선택하는 직원에 대해선 재교육 프로그램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존 직원과 새 직원의 '성공 경험' 갈등 양상도
이런 논란에도 블랭크 측은 올 연말까지 개편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올해 중으로는 사업부 조정 작업을 완료하고, 2022년부터는 성장을 그려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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