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는 ‘빵 파업’…SPC vs 화물연대, 속사정은?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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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터지고 저리 터지는 ‘빵 파업’…SPC vs 화물연대, 속사정은?

운송거부 한 달째…가맹점주 등 피해 눈덩이
운수업체와 노사문제에서 ‘노조 탄압’으로 변질 지적도
“제3자와의 물류계약 문제,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 ”

 
 
29일 광주광역시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빵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지난 2일 광주 호남샤니 광주공장에서 시작된 파업으로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 빵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29일 광주광역시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빵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지난 2일 광주 호남샤니 광주공장에서 시작된 파업으로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 빵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이 화물연대의 장기 파업 여파에 시름 중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된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운송 시계가 한 달 남짓 멈추면서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 피해자는 전국 3400여개에 이르는 매장의 가맹점주들. 이들은 빵을 만들 생지(빵 반죽)와 소스 등이 제시간에 배송되지 않아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일부 점포에선 판매할 빵이 없어 매대가 비워지는 일도 다반사다.  
 
그런데도 민주노총(민노총) 소속 화물연대의 투쟁 강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역사회와 가맹점주들의 피해 호소에도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30일 예고된 SPC삼립 청주공장에서의 대규모 집회, 10월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앞두곤 전운마저 감돈다. SPC와 화물연대, 그리고 가맹점주들. 이들에겐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봉쇄 또 봉쇄…누적 피해 금액 40억원 넘어

업계에 따르면 이번 운송거부 사태는 지난 2일 호남샤니 광주공장에서 시작돼 현재 전국 SPC 사업장으로 퍼졌다. 이 파업으로 3일 광주센터가 봉쇄되고 15일부터 원주, 청원, 대구센터가 순차적으로 봉쇄됐다. SPC그룹 측에서 추산하는 누적 피해 금액은 40억원 이상. 이 중 매출 손실, 영업손실 등 가맹점 피해는 집계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달 가까이 파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갈등 국면이 해결되지 못하면서 사태는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파업의 시작은 화물연대 측이 SPC그룹에 물류 노선 증·배차 재조정 이행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애초 갈등은 배송 기사간 이권 다툼이다. SPC에서 증차해 준 차량 2대를 놓고 민노총 소속 배송기사들과 한국노총 소속 배송기사들이 코스 조정과 운영방식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견해차가 원인이다.  
 

쟁점 1. ‘화물연대 배송 파업’…SPC그룹이 해결 주체인가  

쟁점은 SPC그룹의 책임론이다. 민노총 화물연대 주장은 이러한 일련의 갈등을 SPC그룹 측에서 해결해 달라는 데 있다. 반면 SPC그룹은 의무가 없다며 선을 긋는 상황이다.  
 
이를 구분 짓기 위해선 이들 간 계약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SPC 측은 물류 자회사인 GFS와 운수사간 운송용역계약을 맺고, 운수사와 배송 차주가 차량 위수탁계약(지입계약)을 체결하는 현 구조상 SPC그룹 측에서 배송기사간 이견 다툼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GFS는 파리바게뜨, 던킨, 배스킨라빈스 등 그룹 내 브랜드 물류를 위탁받아 13여개 운수사와 화물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이들간 계약은 전국 11개 물류센터에 1050여대 차량으로 제과, 제빵, 휴면반죽, 아이스크림, 도덧 관련 원부자재 등을 일 1~3회에 걸쳐 7000여개 직 가맹점에 공급해주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GFS와 배송 차주들간 계약이 아닌 것이다. 배송 기사들은 각 운수사와 계약했고 각각 이념에 따라 민노총 화물연대, 한노총 건설노조, 전노평노조 등 단체에 가입돼 있다.  
 
SPC 관계자는 “각 물류센터에는 여러 개의 운수사 배송 차주가 상존하고 차량 운영 효율화를 위해 GFS는 대표 운수사를 선정하고 배차관리와 점포도착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운수사의 역할을 원청사인 SPC그룹에서 관여하는 것 자체가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쟁점 2. 노선간 다툼? 노조 탄압?…뒤바뀐 목소리  

또 다른 쟁점은 변질된 파업 배경이다. 당초 노선간 다툼에서 시작됐지만, 화물연대의 최근 목소리는 SPC그룹의 ‘노조탄압’과 ‘노조파괴 공작’으로 방향이 달라졌다. 장기 운송거부로 피해가 커진 SPC그룹 측에서 지난 14일 광주지역 운수사 11곳과 계약을 해지한 게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화물연대는 계약해지 다음 날인 15일 연대농성에 돌입하면서 “노조 탄압”이라고 피켓을 바꿔 달았다. 파업의 배경도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합의안 도출이었다는 주장을 내놨다. 화물연대 측에서 30일 여는 결의대회 목적 역시 ‘SPC 자본·공권력 투입 규탄’이다.
 
업계에선 화물연대의 ‘집단 이기주의’라고 꼬집는다. 장기간 파업으로 제품 배송을 받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는 가맹점주들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득권을 얻기 위해 파업의 명분마저 바꾸는 화물연대의 이기심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요구안을 보면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도 말고 이번 파업에 대한 어떠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라고 하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힘든 자영업자들에게 빵과 재료 등을 지급하지 않고 물리적 충돌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보다 더한 역 갑질이 어딨겠냐”고 비판했다.  
 

쟁점 3. 밀가루 공장에는 왜?…늘어나는 피해자들  

그 사이 피해자들은 더 늘어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난 17일부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종시 밀다원공장(밀가루)과 청주공장(야채류, 소스류)은 SPC삼립의 생산공장이다. 이 생산시설은 GFS와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있지 않은 곳으로, 자체적인 운송사와 물류 계약을 하는 제3의 사업장이다.  
 
현재 파업 중인 화물연대와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서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성으로 인해 세종공장의 밀가루 공급량은 기존 하루 800~1000t에서 한 때 100~150t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청주공장에선 물류 출하 저지 집회를 벌이다 화물연대와 경찰 사이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해당 공장에서는 내부 물품뿐 아닌 중소업체와 소상공인들에게 납품하는 물량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시설을 불법 봉쇄하러 간 것은 마치 울산의 현대자동차 파업인력이 창원의 쌍용자동차 사업장에 달려가 출입문을 봉쇄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코로나19로 신음하는 또 다른 자영업자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 한계선 넘어…범정부 차원 접근 필요  

전문가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파업은 임금 인상과 같은 산업적 이슈가 아닌 데다 제3자 손에 넘겨진 물류망 문제에서 비롯된 이상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안승호 숭실대학교 교수(경영학과)는 “물류에서 불확실성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특히 코로나 탓에 원재료와 부품을 못 구하는 등 물류 공급망 관리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른 상황 아니겠냐”며 “화물 운송업자들이 이런 상황에서 파업한다는 것은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원청사인 SPC에선 하도급법 위반 등 법적인 제한을 받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대응책도 없다”면서 “SPC를 시범적으로 삼아 책임에서 벗어난 제3자와의 계약에서 비롯된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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