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중심에 선 ‘플랫폼’을 위한 변명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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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중심에 선 ‘플랫폼’을 위한 변명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플랫폼 제국주의로부터 지켜낸 ‘정보 주권 수호자 산업’ 인정해야
기술 일변도 플랫폼 혁신이 만든 브랜드 문화 혁신 부재가 논란거리

 
 
카카오와 네이버가 여야당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카카오와 네이버가 여야당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여당이 쏘아 올린 신호탄에 약속이나 한듯한 플랫폼 관련 정부 부처의 ‘플랫폼 때리기’ 영향이 만만치가 않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식시장에서는 논란의 중심에 선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가 폭락한 것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의 반 플랫폼 기업 정서 또한 심상치 않다. 소상공인 어려움이 플랫폼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 같은 분위기다. 문제의 중심에 선 카카오는 부랴부랴 상생 기금으로 3000억원을 내놓겠다고 하고 문제가 된 꽃배달서비스, 간식 배달 서비스, 샐러드 배달 서비스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던 분야에서 철수하겠다고도 했다.  
 
반 카카오 정서 핵심에 있는 카카오택시 기사들을 위해서는 택시기사 대상 멤버십 요금을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카카오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케이큐브 홀딩스 금산 분리법 위반을 문제 삼으며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 오너십을 정조준했다. 애초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신고된 케이큐브 홀딩스가 공정위 조사에 따라 금융기업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분리해 상호출자를 제한하고 의결권도 제한하는 금산 분리법 위반이 드러나면 김범수 의장의 향후 그룹 지배력 행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거기에 이 회사를 비금융회사로 고의 허위신고한 혐의를 받으면 김 의장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의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두 손을 다 들었다. 케이큐브 홀딩스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표적 플랫폼 브랜드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문제는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계속될 것 같다는 것이다. 곧 있을 국정감사에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물론이고, 쿠팡·배민·야놀자 등 플랫폼 기업 대표들이 대거 소환될 분위기다. 카카오는 무려 5곳의 상임위에서 출석 요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플랫폼에 대한 규제의 칼날은 비단 빅테크 뿐이 아닌 플랫폼 산업 전반으로 향하는 느낌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플랫폼피해 단체 간담회’를 개최하며 기존의 빅테크 플랫폼뿐 아니라 아직 싹도 자라지 않은 플랫폼까지 대상으로 ‘플랫폼 때리기’를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잠재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이익조차 변변히 나지 않고 있는 플랫폼이다. 이번 국감에서 플랫폼들은 국회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 속에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것이고 코로나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등골을 빼서 자신의 배를 불리는 부도덕한 탐욕의 상징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이들 플랫폼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산업 위축은 불을 보듯 예상이 된다. 테크 기업이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만났다. 플랫폼 브랜드의 심각한 위기다.  
 

한국은 플랫폼이 지켜낸 유일한 정보 독립국

9월 7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이동주 의원 주최로 열린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골목상권 보호 대책 토론회'. [사진 유튜브 캡처]

9월 7일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이동주 의원 주최로 열린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 플랫폼 불공정 근절 및 골목상권 보호 대책 토론회'. [사진 유튜브 캡처]

 
‘네쿠카라배’라는 말이 있다. 대학의 응원 구호 같기도 한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IT 기업들의 첫 글자를 따서 정보통신 분야 취준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인기회사를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네이버, 쿠팡, 카카오, 라인, 배달의 민족이 주인공이다. 미국의 큰 기술 기업(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을 일컫는 ‘FAANG’ 의 한국판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요즘은 여기에 ‘당근마켓’과 ‘토스’, ‘야놀자’ 까지를 포함해 ‘라쿠카라배당토야’ 라고 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미국,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토종 플랫폼이 미국의 플랫폼을 누르고 절대적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플랫폼브랜드이기도 하다. 구글이 검색시장을 장악하고 있지 못한 나라는 세계에서 단 세 나라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플랫폼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니 당연하고, 러시아 또한 외국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정부의 지원 없이 구글과 당당히 경쟁해 검색시장을 주도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검색시장뿐 아니다. SNS 시장에서도 미국의 페이스북을 필두로 미국의 SNS가 전 세계 1~5위를 휩쓸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카카오 같은 자국 SNS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 또한 중국을 제외하면 텔레그램을 가진 러시아 정도가 유일하다. 배달앱 시장도 배달의 민족이 장악하고 있는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최근 독일계 글로벌 배달플랫폼인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었지만 배민의 경쟁력 역시 독보적이다. 그러나 동영상 플랫폼 시장을 보자. 독자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유튜브’와 중국의 ‘틱톡’이 한국 시장조차 석권하고 있다.  
 
플랫폼이 경쟁력이 없으면 언제든 어떤 시장에서든 이런 일은 벌어진다. 플랫폼을 위축시킨다고 디지털 혁명을 통해 메타인지(디지털 기술이용에 익숙한 세대들에 의해 발달 된 기존인지 이상의 확장된 인지작용)가 형성된 세대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디지털 ‘욕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 혹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플랫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욕구’는 채워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빅테크 플랫폼들은 자본과 시장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공룡 플랫폼들이 들어 와도 당당히 이겨낸 경쟁력을 가진 훌륭한 기업들이다.  
 
글로벌 플랫폼의 위협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고, 덜 걷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정보에 대한 주권의 문제다. 미국빅테크 중심의 플랫폼 제국주의와 맞서 토종 플랫폼들이 정보 주권을 지켜낸 것이다. 이들 기업이 시장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한국도 다른 나라들과 같이 미국과 중국 플랫폼 기업들에 의해 장악됐을 것이다. 가정이지만, 그런 상황에도 정부와 여당은 과연 지금과 같은 플랫폼 때리기가 가능할지 매우 궁금하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보호를 위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상황 속에서 아마도 그들 국가 눈치를 심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 세계의 산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격랑 속에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 기업가치 상위 10개 기업 중 9개가 플랫폼 기업이다. 정부와 여당의 ‘플랫폼 때리기’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2년 전 우리 사회를 들썩거리게 했던 ‘타다’ 논쟁을 기억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렌터카 기반 택시호출 서비스였다. 미니밴을 고급 리무진 형태로 서비스하며 택시의 서비스 기준을 기존과는 확 다르게 바꾼 혁신을 도입해, 사용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회원을 170만명까지 늘리고, 카카오 택시 호출서비스 경쟁자로 부상했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26만명에 달하는 택시 운전자들의 극렬한 반대 속 사용자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된 채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시행되고 ‘타다’는 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카카오 모빌리티 서비스는 단숨에 택시 호출시장의 90%를 점유하면서 독점플랫폼이 돼 오늘의 문제를 키웠다. 규제의 역설인 셈이다.
 

무분별한 규제가 또 다른 독점을 만든다

타다 금지법으로 운영이 중지된 '타다'. [중앙포토]

타다 금지법으로 운영이 중지된 '타다'. [중앙포토]

 
왜 그럴까? 사용자의 욕구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채워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부와 여당은 플랫폼 기업 피해 단체들을 국회로 불러 그들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카카오와 네이버 논쟁을 계기로 정치권은 그간 공정위가 준비해온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통과시킬 기세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플랫폼이 연대 책임을 지고, 자체알고리즘에 의한 맞춤 광고도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적용대상은 연 매출 100억 이상이거나 거래액 1000억 원 이상인 온라인플랫폼이다.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 이름도 낯선 ‘29cm’(온라인 편집숍), ‘지그재그’(온라인 패션몰) , 오늘 회(회 배달 서비스)와 같은 성장 잠재력은 있으나 크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업계는 이 법이 통과되면 이제 막 태어난 송아지 머리에 황소 굴레를 씌우는 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플랫폼 규제법 대상 기업은 구글을 포함한 빅테크기업 5~6개 정도다. 유럽도 10개 미만, 일본의 경우는 5개가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80개 플랫폼 기업이 대상이 된다고 한다. (코리아 스타트업포럼 자료) 더구나 이 법안의 모델이 된 유럽 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은 자체 플랫폼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은 EU가 미국의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온플법’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중소 플랫폼들을 규제하는지 알 수 있다. 카카오로 비롯된 플랫폼 논란이 산업 전체의 위축을 몰고 오고 마침내 교각살우(矯角殺牛) 식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하는 시각이 기우이길 바란다.
 
브랜드전략의 관점으로 볼 때 플랫폼 브랜드들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디지털 혁명이 만드는 기술의 진보가 플랫폼의 압축적인 성장을 가능케 했지만, 사회와의 공존을 위한 문화를 만드는 데는 확실히 소홀했다. 그들이 만들어 온 기술혁신만큼 기업문화를 혁신시키지 못한 것이다. 자신들도 의식하지 못한 채 훌쩍 어른의 덩치로 커버린 플랫폼들이 그에 걸맞은 책임을 갖게 하자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중심의 정책이 미국 플랫폼 중심의 정보 제국주의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만큼 잘 성장해온 우리의 플랫폼 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정책 당국의 규제 동기가 눈앞에 다가온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지 않아야 한다. 국민의 눈은 날카롭고도 정의롭다. 눈앞의 정파적 이익보다 국가의 미래를 살피는 진정성이 담겨야 할 것이다.
 
※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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