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몰리는 회사채 시장①] 신용등급·부채·산업동향 살펴봐야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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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칫돈 몰리는 회사채 시장①] 신용등급·부채·산업동향 살펴봐야

상반기 회사채 발행 110조원 돌파, 지난해 보다 23.2% 늘어
A등급 이하는 비우량, 대한항공 BBB+ 회사채 2700억원 발행

 
 
◆ 스페셜리포트
① 신용등급·부채·산업동향 살펴봐야
② 증권사 경쟁에 값싸진 회사채 수수료
 
지난 2013년 9월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동양그룹은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3개사의 채권과 채무가 모두 동결됐고, 이들이 발행한 B등급 회사채, 기업어음(CP)에 투자한 4만여명의 투자자는 회사채 투자 원리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총 피해액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재무구조와 자금 사정이 부실한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를 샀다가 투자금을 모두 날린 셈이다. 
 
이처럼 회사채에 투자할 때 기업의 재무상황 등을 파악하지 못한 채 투자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지금처럼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110조13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9조3592억원) 대비 23.2% 증가했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금융채가 71조5825억원(1145건)으로 37.3% 늘었고, 일반 기업이 발행한 일반회사채도 30조7820억원(284건)으로 10.8% 확대됐다. 
 
회사채는 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중·장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회사채가 최근 1년 동안 20조원 넘게 늘어난 건 이례적으로, 예년(3조~5조원) 수준을 크게 웃도는 결과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에 대비한 선제적 자금 확보 등의 이유로 회사채 발행이 늘었다”고 진단했다. 금리가 오를수록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한 기업들이 서둘러 채권 발행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신세계·KCC 등 13곳 회사채 발행 예정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8월 30일 사상 최저(0.5%)였던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1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세 등을 이유로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졌다. 저금리 채권 발행의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모양새다. 회사채 투자 수요인 기관들이 연말 북 클로징(장부 마감)을 앞둔 점도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부추기는 요소가 됐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기업부터 A등급 이하인 BBB+등급 등 비우량기업까지 다양하다
 
지난달엔 제약·바이오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종근당 공모 회사채 발행 대열에 처음으로 합류했다. 그간 제약·바이오사들은 회사채가 아닌 은행 대출, 메자닌 채권(CB, BW 등)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임상 결과나 신약 개발 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서 회사채 투자자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일정 수준의 신용도를 갖춘 기업 중심으로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신용등급 A+)는 지난 9월 3일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발행 예정 규모는 3000억원이었지만 사전 수요예측에서 1조571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발행 금액을 늘렸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로서의 우수한 시장 지위와 사업 역량, 수주 확대와 매출 증가 등 수익성 개선 추세를 투자자들이 주목했다는 분석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확정된 CMO 수요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안정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지속적인 상품 도입, 해외진출 등으로 외형성장이 두드러지는 제약사들이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아 회사채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채권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출 추이, 현금흐름 등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위사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중에도 16개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신세계, 대한항공, 풀무원식품, KCC, 디티알오토모티브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증권,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금융사들도 각각 1000억~2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예정돼있다.  
 

만기가 긴 회사채보다 짧은 회사채 투자가 유리

다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업황이 좋지 못한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지난달 28일 신세계와 대한항공은 나란히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했다. 이 중 신세계는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58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투자자 수요 큰 만큼 신세계는 2400억원 규모로 회사채를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도 회사채 2000억원 발행 수요예측에서 322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2700억원 규모로 회사채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다. 신세계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각각 AA, BBB+로 차이가 있다. A등급 이하인 BBB+등급 기업의 회사채는 투자 위험성이 높은 비우량 회사채로 분류된다. 이 밖에도 10월 8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예정하고 있는 JTBC스튜디오의 신용등급(BBB0)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에 증권가 전문가들은 회사채에 투자할 때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업황 전망 등을 고루 살피는 등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1조7000억 원대 피해를 유발한 ‘동양그룹 사태’는 비우량 회사채 투자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동양 사태는 2013년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 4만여 명의 투자자가 원금 손실 피해를 본 사건이다.
 
회사채 만기도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재무구조가 같은 조건이라면, 만기가 긴 회사채보다 짧은 회사채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수익률이 너무 높다면 의심할 필요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우량 등급 회사채는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 신용위험 증가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크다”며 “같은 신용등급에 비해 수익률이 너무 높으면 위험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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