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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한국 상륙, 당신은 어떤 OTT를 해지하겠습니까

흥행 콘텐트 IP에 저렴한 요금제…시장 지각변동 예고한 디즈니
멀티 구독도 한계…토종 OTT 제로섬 게임 살아남을 수 있나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한국 OTT 시장에 디즈니플러스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연합뉴스=로이터]

넷플릭스가 주도하는 한국 OTT 시장에 디즈니플러스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연합뉴스=로이터]

넷플릭스(1만4500원), 웨이브(1만3900원), 티빙(1만3900원), 시즌(1만3200원), 왓챠(1만2900원), 쿠팡플레이(2900원), U+모바일tv(9900원)…. 한국에서 운영 중인 주요 OTT 서비스를 최고 해상도로 볼 수 있는 요금제로 모두 구독한다고 가정해보자. 한 달에 총 8만1200원이 소요된다. 1년이면 97만4400원, 적지 않은 비용이다.  
 
11월 출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9900원)까지 추가 구독하면 연 109만3200원을 내야 한다. 이 밖에도 유튜브 프리미엄(1만450원), 부분 유료 콘텐트를 운영 중인 카카오TV 등을 더하면 지갑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국내 이용자 평균 1.3개 OTT 서비스 구독  

물론 실생활에선 이런 비용을 다 내는 이용자를 찾기 어렵다. 각각의 OTT가 서비스하는 콘텐트 분야가 방대하고 종류도 다양해 ‘멀티 구독’, ‘교차 구독’이 유행하고 있지만, 앞서 살펴봤듯 모든 OTT를 한꺼번에 구독하면 지출이 만만치 않아서다.  
 
업계에선 통상 2~3개의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콘텐트를 누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OTT 이용자는 평균 1.3개의 서비스를 구독(2019년 11월 기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OTT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가정 역시 구독하는 OTT는 평균 2.8개로 추산됐다(스태티스타 조사).  
 
딜로이트의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47%가 “구독 서비스의 수를 늘리는 걸 미루고 있다”고 응답했다. 더 많은 서비스의 구독이 항상 더 많은 만족도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국내 OTT 시장의 성장한계를 보여준다. 업체별로 뺏고 뺏기는 구독자 쟁탈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서비스를 선택하면, 다른 서비스의 구독 매력이 떨어지는 ‘승자독식’ 시장인 셈이다.  
 
국내 OTT 시장의 경쟁 구도는 11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상륙을 계기로 새롭게 짜일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마블,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인기 IP를 바탕으로 지난 2분기 1억160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다.  
 
넷플릭스(2억900만명)에 이어 글로벌 OTT 중 두 번째로 많은 가입자 수다. 디즈니플러스의 콘텐트는 국내에서도 충성도가 꽤 높다. 한국에선 월 이용료는 9900원, 아이디 하나로 최대 4명까지 동시접속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2~3개의 OTT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 소비자가 디즈니플러스를 추가로 구독하기 위해선 나머지 서비스를 해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입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선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 시장의 경쟁력은 질 높은 오리지널 콘텐트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로 갈린다. 해당 플랫폼에서만 독점적으로 볼 수 있어야 ‘락인 효과(lock-in effect)’를 노릴 수 있어서다.  
 
국내 OTT 사업자 역시 이 효과를 절감하고 독점 콘텐트 투자에 사활을 걸었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2025년까지 5조원 투자를 공언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운영하는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원을 콘텐트 제작에 쏟는다. 시즌을 운영하는 KT는 2023년까지 ‘4000억원+α’ 투자를 예고했다. 독점 콘텐트는 자체적으로 제작해야 하므로 막대한 실탄이 불가피하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 한국에 들어온다.[사진 디즈니플러스]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오는 11월 한국에 들어온다.[사진 디즈니플러스]

문제는 이런 투자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느냐다. 기본적으로 구독경제 비즈니스는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 ‘전환 비용’이 없다. 혁신이 없으면 언제라도 소비자가 떠나갈 수 있다. 견고해 보이는 오리지널 콘텐트의 락인효과는 새 플랫폼, 새 콘텐트의 등장으로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결국 계속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콘텐트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OTT업계 관계자는 “업계 최강으로 꼽히는 넷플릭스도 ‘D.P’, ‘오징어게임’ 등이 흥행하기 전인 올해 상반기엔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다”면서 “콘텐트 투자에 잠깐이라도 소홀하면 소비자가 언제든 구독을 해지할 수 있는 게 이 시장의 냉정한 논리”라고 설명했다.  
 

국내 OTT 서비스 적자 벗어나기 어려울 듯  

토종 OTT 업체들은 ‘K콘텐트 한류 열풍’을 노리고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해외에서 경쟁할 토대를 갖춘 기업은 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다. 내수 시장에서도 토종 OTT 대부분은 글로벌 업체와 견줘 콘텐트 경쟁력이 높지 않다. 이제 막 독점 콘텐트를 하나둘 선보이는 단계다.   
 
특히 좁은 시장과 부족한 자원 등을 고려하면 토종 업체가 콘텐트 투자 실적으로 글로벌 기업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건 불가능하다.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진출로 이들 업체가 지금의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는 게 더 요원해졌다는 얘기다. 
 
전호겸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서울벤처대학원대학)은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같은 파격적인 콘텐트에 수백억원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이미 막대한 수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징어게임이 지금 같은 흥행 가도를 밟지 못했더라도 넷플릭스엔 별 타격이 없었겠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는 토종 OTT가 이런 투자를 벌이고 실패했다면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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