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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여론 압박에 한발 물러선 금융당국, 가계부채 전쟁서 후퇴?

고승범 금융위원장 "전세대출 및 총량규제 유연하게 적용"
전문가들 "전셋값 안정화 대책 없인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 [연합뉴스]
전세자금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하는 등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예고했던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피해를 앞세운 여론의 비판에 결국 백기를 든 모양새다.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의 압박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5~6%)도 용인하기로 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을 제외한 종합적인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계속 엄격한 관리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갈지(之)자 행보가 가계부채 급증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승범 "은행 총량규제 유연하게 적용하겠다" 

14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자 교육플랫폼 '알투플러스' 오픈 기념회 축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전세대출 증가로 인해 6%대 이상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하더라도 용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연말까지 전세대출에 있어서 총량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위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하며 실수요자 대출 규제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업계는 최근 대출 규제로 인해 발생한 비난 여론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도 나서 실수요자 대출의 원활한 공급을 요구한 것이 고 위원장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전세 대출과 잔금 대출이 일선 은행 지점 등에서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주문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투자자 교육 플랫폼 '알투플러스' 오픈 기념회에 참석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대출 月 6조원씩 증가…"부동산 추격매수 지속될 것"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가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멈출 줄 모르고 늘어나는 가계대출을 막지 못할 경우 금융권의 부실 리스크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 테이퍼링 우려 및 중국 부동산시장 불안과 함께,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빚투(빚을 내 투자)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가계부채의 부실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또, 현재 은행마다 차주별 DSR을 적용하고 연 소득에 따른 대출 한도 규정,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7000억원으로 8월 말보다 6조5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규제에도 8월 증가 규모(6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오히려 증가액이 커졌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이 조만간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발표해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는 방안이 구체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보증기관 보증으로 전셋값(임차보증금)의 최대 100%까지 대출이 가능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민간 전문가들도 같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강민석 박사는 최근 열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지속가능한 주택정책 모색' 세미나에서 DSR 산정 시 전세대출을 포함해 전세자금으로 시장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공적 기관의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보증을 주거 취약계층으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도 "주택가격 상승의 근본적 원인은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한 갭투자 증가 탓"이라며 "정부의 전세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없다면 현재와 같은 무리한 추격 매수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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