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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 경제학①] “잘 꾸민 쇼핑백 하나, 샤넬백 안 부럽다?”…리폼 열풍에 중고시장 ‘들썩’

코로나19로 불황 이어지자 리폼 시장 ‘활짝’
중고 플랫폼에서 3000원~5만원에 팔리는 쇼핑백
‘업사이클링’ VS ‘허례허식’…소비자 반응 엇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불황이 이어지자 명품 쇼핑백 리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구찌]
 
#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샤넬 쇼핑백과 루이비통 쇼핑백을 각각 2만원에 구매했다. 출퇴근용 서류가방으로 리폼해 들고 다니기 위해서다. 김모씨는 “사회초년생이라 수백만원대 명품 가방을 사는 건 꿈도 못 꾼다”며 “최근 TV에서 연예인들이 명품 쇼핑백을 리폼해 만든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예뻐 보여 저렴한 비용으로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명품을 구매하면 공짜로 달려오던 종이 쇼핑백이 새로운 가방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쇼핑백뿐 아니라 구매한지 오래된 명품 가방이나 운동화도 ‘리폼’을 통해 또 다른 아이템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TV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리폼 가방을 자주 들고 나와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인식되며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중고시장 가득 채운 쇼핑백…가격은 3000원~5만원까지 다양 

10월 14일 기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올라와있는 명품 쇼핑백 판매글은 883개다. [사진 번개장터 캡쳐]
 
리폼 열풍을 증명하듯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유명 명품 브랜드의 쇼핑백 판매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격은 3000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하다. 10월 14일 기준 번개장터에 ‘쇼핑백’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본 결과 883개의 판매글이 올라와있다. 세계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쇼핑백은 물론 구찌, 페라가모, 보테가베네타 등의 쇼핑백이 화면을 꽉 채웠다.
 
한정판 명품 쇼핑백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 각 플랫폼 캡쳐]
당근마켓에서 구매한 지 오래된 명품 가방을 리폼용 가방으로 추천하며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 당근마켓 캡쳐]
 
쇼핑백의 가격은 크기와 상태에 따라 다르게 책정돼있다. 판매글을 살펴본 결과 손바닥 정도 크기의 작은 명품 쇼핑백은 3000~5000원 정도에, A4용지 정도 크기의 쇼핑백은 8000~1만원에, 그보다 큰 대형 쇼핑백은 1만~3만원 정도로 가격이 책정돼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정판’ 쇼핑백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책정돼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정판 쇼핑백은 명품을 구매하면 담아주는 브랜드 로고가 박힌 일반 쇼핑백과 다르게 브랜드 내에서 이벤트성으로 제작한 것으로, 해당 시기에만 받을 수 있는 쇼핑백이다. 실제로 당근마켓에서는 브랜드별 한정판 쇼핑백이 판매상품으로 올라와있고 일반 쇼핑백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쇼핑백 외에도 구매한지 오래된 가방을 리폼용 재료로 판매하고 있는 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리폼 인기에 교육 강좌 생기고 DIY 키트 판매까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명품 쇼핑백 리폼 가방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 번개장터 캡쳐]
 
사실 명품 쇼핑백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건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과거에도 크기, 상태, 가치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돼 판매됐다. 하지만 요즘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오고 있는 쇼핑백의 모습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최근 중고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쇼핑백 중에는 종이 가방 형태가 아닌 진짜 가방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물에 종이 가방이 젖지 않도록 폴리염화비닐(PVC)로 감싸져 있고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손잡이까지 부착돼있다. 가격은 종이로 된 쇼핑백 가격보다 비싼 2만~5만원대로 판매되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는 명품 쇼핑백 리폼 DIY 키트 구성품. [사진 네이버쇼핑 캡쳐]
 
실제로 일부 공방에는 명품 쇼핑백을 리폼하는 법을 알려주는 강좌까지 생겨났고, 직접 집에서 혼자 만들어볼 수 있는 DIY 키트 판매 시장도 등장했다. DIY 키트는 2만원대에 판매되고 있고 구성은 손잡이와 꾸미기용 스카프, 지퍼, PVC 등으로 이뤄져있다.
 
판매 업체에 DIY 키트 후기를 올린 한 네티즌은 “바느질로 무늬를 만들어야 하는 퀼트 가방보다 빠른 시간에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며 “명품 가방을 새로 장만한 기분이 든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만드는 재미는 있지만 생각보다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리폼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불황이 이어지자 비싼 명품 대신 쇼핑백이나 기존에 갖고 있던 제품을 이용해 새 느낌을 내려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보복소비에 나선 소비자로 인해 명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브랜드 로고가 박힌 쇼핑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해석도 있다.
 

단순한 ‘유행’으로 전시 위한 소비 변질 우려도…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2'에서 배우 채정안이 명품 쇼핑백 리폼 가방을 들고 나온 모습. [사진 유튜브 캡쳐]
 
명품 쇼핑백 리폼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최근 패션업계에서 트렌드가 된 업사이클링의 일환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고 개성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도 보이지만, 일부는 “중국의 유행을 따라하는 허례허식에 불과하고 PVC 때문에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 소장은 “쇼핑백 리폼을 업사이클링 활동으로 볼 수는 있지만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PVC는 재활용이 안 되고 소각했을 때 다른 플라스틱에 비해 유해가스가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되는 재질”이라며 “쇼핑백 리폼 가방은 오래 쓸 수 없어 오히려 쓰레기를 더 양산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PVC가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버려질 수 있는 제품을 활용한다는 것은 환경에 도움 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행동이 단순한 ‘유행’이 돼 전시를 위한 소비로 변질될까 우려된다”며 “환경을 위한 행동이 오히려 소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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