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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점포' 카카오뱅크는 저비용 은행?…"주담대로 역전 가능성"

6월 이후 이익경비율(CIR) 시중은행 대비 '비교 우위'
중·저신용 대출 및 주담대 출시 후 판관비 급증 우려

 
 
카카오뱅크 본점. [사진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비대면·무점포 전략을 기반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가운데, 지난 6월 들어서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중은행보다 영업이익경비율(CIR)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비용·고효율' 경영을 수치로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향후 중·저신용 대출 확대 및 주택담보대출 출시 등을 계기로 CIR이 크게 높아지는 '고정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카뱅, 빠른 순이익 증가로 경영효율성 큰 폭 개선 

20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6월 말 기준 CIR은 44.42%로 같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5대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CIR은 48.91%, 하나은행 49.86%, KB국민은행 52.30%, 우리은행 54.96%, NH농협은행 56.85%, 케이뱅크 131.63% 등이다.  
 
CIR은 은행의 대표적 경영효율성 지표로 은행이 벌어들인 영업이익 중 판관비로 지출되는 비율을 뜻한다. CIR 수치가 낮을수록 은행이 영업이익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카카오뱅크의 CIR은 올해 3월말까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과 같았지만 6월 들어 두 은행보다 낮아지며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나타냈다. 
 
카카오뱅크의 눈에 띄는 CIR 개선은 순이익의 가파른 성장에서 비롯됐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4월 출범한 후 1년 반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당기순이익 11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6% 증가한 규모다. 이미 지난 한 해에 기록한 순이익(1136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이같은 순이익 급증은 플랫폼 기반의 대규모 모객 효과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 8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계좌개설 고객은 1502만명, 서비스 이용 고객은 215만명 등으로 총 고객 수가 1717만명에 달한다. 
 
금융 모바일 앱 부문에서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1400만명(닐슨 미디어 디지털 데이터 기준)으로 은행업계 1위를 기록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서비스의 완결성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인 결과라고 자평했다.  
 

중금리대출 확대 및 주담대 인력 보충 과제…"비용증가 불가피"   

하지만 업계에선 카카오뱅크의 진짜 경영은 '지금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손쉬운 고신용대출을 통해 고성장을 이뤘다면 앞으로는 깐깐한 심사와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신용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신용자(신용점수 701~850점) 신용대출 잔액 비중은 전체의 8.5%에 그쳤다. 반면 고신용자(신용점수 851점 이상) 신용대출 비중은 88%로, 7개 시중은행(80.2%)보다 7.8%포인트 높았다.
 
이런 이유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인터넷은행에 중금리대출 확대를 촉구했고, 카카오뱅크도 당국의 요청에 따라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올해 34.9%, 내년엔 42%, 2023년엔 44%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주담대 시장에 진출할 경우, 상품 특성상 100% 비대면으로만 이뤄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심사 인력과 서비스 보완은 필수적이다. 주담대 관리 비용뿐 아니라 중·저신용자 대출을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연체율 상승과 이로 인한 대손 상각 규모가 급증해 비용이 더 빠르게 늘어날 개연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도 1000명이 넘는 인력과 고비용 임금구조로 인해 판매관리비가 업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관리비 지출 증가로 경영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별 판관비의 증가율은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모습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판관비는 총 120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45% 급증했다. 하나은행(10.42%), 국민은행(7.29%), 신한은행(3.17%)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관리비 규모에선 임직원이 1만명이 넘는 시중은행과 비교할 수 없지만, 당국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영업 환경 변화와 카카오뱅크의 향후 주담대 영업 진출을 고려할 때 판관비 증가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주담대 영업을 시작하게 되면 아무래도 직원들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주담대는 신규보다 사후관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직원이 1000명이 넘어선 상황에서 더 많은 직원들을 뽑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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