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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발전 위해 만든 혁신도시, 주변 도시 쇠퇴만 부추겨

10.5조원 들여 10개 혁신도시 건설했으나
외지 인구 유입보다 주변 지역 흡수 부작용
부산·전북 제외한 8곳은 인구계획에 미달해
“양질의 일자리 함께 만들어야 인구유입 촉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광주·전남혁신도시. 지난 2007년 착공 당시 배밭과 논이었지만, 16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3만명이 넘는 주민이 살고 있다. [중앙포토]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위치한 광주·전남혁신도시. 지난 2007년 착공 당시 배밭과 논이었지만, 16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3만명이 넘는 주민이 살고 있다. [중앙포토]

10조원 넘는 돈이 들어간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이 애초 계획했던 인구 유입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주변 지역의 인구를 빨아들여 혁신도시가 주변 도시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부작용도 발견됐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 및 정책 방향’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건설한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만드는 데 10조5000억원이 소요됐다. 전북 혁신도시 건설에 가장 많은 1조5851억원을 투입했고 대구에는 1조5292억원이 들었다. 이 밖에 광주·전남(1조4734억원), 울산(1조1090억원), 충북(1조623억원), 경남(1조469억원) 등에 1조원을 웃도는 사업비가 쓰였다. 경북(9444억원)과 강원(9212억원) 혁신도시에도 1조원에 가까운 돈이 쓰였다. 이 밖에 부산에는 4493억원, 제주에는 3473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인구를 분산하고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계획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보고서는 부산과 전북을 제외한 혁신도시는 애초 계획인구를 달성하지 못했고 가족 동반 이주율 또한 낮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부산과 전북 혁신도시만 목표 달성률 100%를 넘겼고, 나머지 8개 혁신도시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진천·음성의 충북 혁신도시는 계획인구 대비 80%도 충족하지 못했다. 가족 동반 이주율도 혁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40%대(지난해 6월 말 기준)에 그쳤다. 진천·음성으로 가족을 데리고 이주한 사람이 정부 목표치를 한참 밑돌았다는 뜻이다. 전국 혁신도시에서 가족 동반 이주율이 80%를 넘은 곳은 제주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은 수도권에 몰려있는 공공기관을 전국 각지로 이전해 운영에 드는 직‧간접 비용을 절약하고 저성장 지역을 키우는 균형 발전 정책이다. 이 계획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수립됐다. 당시 전국 409개 공공기관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346개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있었는데, 이중 절반가량인 153개 기관을 개별 이전하거나 혁신도시로 옮겼다. 이 작업이 지난 2019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충북혁신도시 이전을 마지막으로 완료됐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후 초기(2014~2016년)에는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관찰됐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시‧도 간 이동보다 시‧도내 인구 이동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문윤상 KDI 연구위원은 “혁신도시가 주변 지역으로부터 인구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이는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식기반산업의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혁신도시의 경우 제조업과 지역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은 많이 늘었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분야에서는 눈에 띄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 연구위원은 “고용 창출 지표가 양의 값(플러스)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증가하지 않았다”며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에 한계를 보인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 특성산업과 연계상승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공공일자리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산은 금융업과 영화 산업, 강원은 의료 등 관련 산업이 이전하며 지역의 인적 자원과 연계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 연구위원은 “고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변 대도시의 기반산업과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의 공공기관을 해당 혁신도시에 우선 배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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