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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위기' 달러보험, 규제 칼날 비켜갔지만…인기 회복은 '기대난'

금융당국, '환차손 보상'에서 '불완전 판매 관리'로 규제안 완화
2016년부터 급성장…환율 하락·불완전 판매 우려로 판매 위축 불가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시장에서 퇴출위기에 몰렸던 달러(외화)보험이 기사회생했다. 금융당국이 기존 추진하던 보험사의 '환차손 보상 의무' 도입 대신 '불완전판매 관리'로 규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여서다. 이로써 달러보험은 앞으로도 정상 판매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 기조로 향후 환율 하락이 전망되고 있어 달러보험 인기가 이전같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앞으로 금융당국이 달러보험 불완전판매 감시를 집중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험사들의 영업 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
 

규제 완화해준 당국, 달러보험 '기사회생'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고 과다 수수료를 억제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외화보험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구체적인 개선안은 다음 달에 발표될 예정이다.  
 
외화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이 모두 달러나 위안화 등 외화로 취급되는 상품을 말한다. 외화를 기준으로 상품이 운영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라 납입보험료와 수령보험금이 변동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외화보험은 70~80%가 달러로 이뤄진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달러보험으로 불리는 편이다.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달러종신보험, 달러연금보험, 달러저축보험 등 종류도 다양하다.
 
[자료 금감원]
[자료 금감원]
 
외화보험은 일부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2000년대 초·중반부터 판매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탄 것은 2017년부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외화보험 계약자 수(판매 11개사 기준)는 2017년 1만여명 수준에서 지난해 16만여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수입보험료도 2015년 900억원대에서 2019년 9690억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수입보험료가 7575억원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외화보험 전체 수입보험료는 2019년분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년간 외화보험이 급성장한 배경은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원했던 보험사들은 돈이 되는 외화보험시장에 너도나도 진출했다.  
 
특히 보험사들은 외화보험을 ‘환테크(환율+재테크)’ 상품으로 홍보하며 적극적인 판매에 나섰다. 환율 변동에 따라 받을 보험금이 높아질 수 있는 점을 집중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달러 가격이 치솟아 보험사들의 영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결국 이 과정에서 환차익 피해를 본 가입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올 초부터 금융당국은 외화보험 가입자를 원칙적으로 달러 소득자 등 달러 보험금 ‘실수요자’로 제한하는 한편, 보험사가 환차손 부분을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보험사의 외화보험 불완전판매 강화 쪽으로 가닥이 잡혀졌다.  
 
외화보험 판매 규제 시 일부 보험사들은 심각한 영업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등은 전체 상품에서 달러보험 판매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환차손 보증비용을 마련하라는 규제안에 대해 생보사들의 반발이 매우 거셌고 금융소비자들의 외화보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도 있었다"며 "금융당국이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 개선안 방향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달러보험 인기, 시들해지나

이처럼 올 초부터 진행된 당국의 외화보험 규제는 사실상 완화 쪽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화보험 중에서도 달러보험 판매 성장세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0.4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1170원대로 내려왔다.[연합뉴스]
 
하반기 미국의 국채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달 6일, 달러 환율은 마감 기준, 1196원대까지 상승했다. 장중에는 1200원대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22일 기준, 1170원대로 내려왔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환율보고서에서 "글로벌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초래한 우려들은 대부분 올해 4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약화될 것"이라며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리스크도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명확한 일정이 발표된 이후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말 기준, 112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또 원/달러 환율 하락은 달러보험 가입 유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달러보험은 장기적으로 5~10년 후 보험금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가입하는 보험상품이라 당장의 환율 하락이 손해를 본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환율 하락시기에 달러보험 가입을 주저할 수 있다.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기조에 접어든 점도 부담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 8월 0.75%로 상승했고 다음달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 국내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약세를 보여왔다.
 
보험사들이 외화보험 판매를 자제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환차손 보상책 등 강력 규제책을 대부분 제외하고 불완전판매 관리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규제 완화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불완전판매 관리로 규제를 완화해준 만큼 보험사의 외화보험 판매가 또 문제화되면 더 강력한 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미 올 상반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은 당국의 규제 강화 분위기가 이어지자 외화보험 판매를 포기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달러보험 불완전판매 관리를 위해 일선 영업현장 단속을 강화한다해도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파는 법인보험대리점(GA) 관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2020년 외화보험 관련 민원 80% 이상이 GA 판매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어 "보험사들이 예전처럼 경쟁적으로 달러보험을 팔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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