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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거부하는 재건축 조합원, 사업지연 책임 있나?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철거 미뤄지며 추가비용 발생…대법원 “손해배상 책임 있다”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를 비롯한 한강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저는 서울 소재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입니다. 해당 아파트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서 현재 이주가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그 전부터 재건축을 반대하던 조합원 몇 명이 이주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철거가 지연되면서 사업 진행이 예정보다 늦어져 재건축 조합에 추가 금융비용을 비롯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향후 추가분담금 등 조합원들의 부담 또한 증가할까봐 걱정이 되는데요. 이주를 거부하는 조합원들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났으니 재건축 사업이 큰 고비를 넘기고 이주, 철거 및 시공 등의 절차 진행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네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겠습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사업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별도로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만들어 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계획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각 단계별로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더불어 조합원으로서 이주(및 인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사업 추진에 차질을 초래하고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재건축 조합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반대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그동안 하급심의 판단이었습니다. 하급심에선 재건축 조합에 발생한 손해와 반대 조합원들의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죠.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소송을 제기하고 이주를 거부한 반대 조합원에게 그로 인해 재건축 조합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4다88093판결 참조). 즉, 반대 조합원들의 이유 없는 이주 거부행위에 제동이 걸린 것이죠.
 
그리고 반대 조합원들이 배상해야 할 손해 범위에 대해서도 명시했습니다.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가 되면 조합원들로서는 조합에 각 아파트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면서 ”기본 이주비와 사업비에 관한 대출금에 대하여 인도의무가 지체된 기간 동안의 이자와, 이주비를 신청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같은 기간 동안 조합이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이자를 합한 1일 1500여만 원이 손해이므로 이에 각자 지체일수를 곱한 액수가 손해배상금액”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이 사례에선 인도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반대 조합원들의 책임을 20%로 제한했습니다.  
 
정리하면 정당한 이유 없이 이주를 거부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조합에 인도하지 않으면 이로 인해 조합이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 이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주를 거부하는 조합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재건축 조합이라면, 반대 조합원들에게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파악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는 뱅가드 법률파트너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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