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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업 확대' 공언한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와 경쟁 본격화

삼성,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 ‘제2 반도체’로 낙점
미국·유럽 현지 공장 건설 혹은 M&A 검토 나서
셀트리온·SK그룹은 이미 해외 투자 단행

 
 
삼성바이로직스 송도 3공장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외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미국과 유럽에서 공장을 짓거나 인수합병(M&A)를 검토 중이다. 글로벌 시장을 발판으로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과 바이오 사업을 확장 중인 SK와의 경쟁도 따돌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2일(현지시간) 존림 사장은 미국 의약품 전문매체 피어스파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투자할 기회를 주시하고 있다”며 “그린필드(현지 공장 설립 등 직접 투자방식)와 인수합병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자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할 적절한 시기가 언제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필드·M&A 방식 모두 검토…글로벌 입지 강화 포석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과 유럽에 대한 직접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요를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걸로 풀이된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직접 공장을 세워 위탁생산(CMO),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공장 건설을 늘리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023년에는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4공장(25만6000ℓ)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1조7400억원을 투입한다. 4공장까지 가동되면 총 생산능력이 62만ℓ로 늘어나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CMO 시장의 30% 점유가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5·6공장의 건설 계획도 발표했다. 2022년 착공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는 두 생산시설에 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백신 및 유전자‧세포 치료제(GCT) 등 차세대 CDMO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송도에서 CMO 3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 3분기 매출 4507억원, 영업이익 1674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서까지 생산설비를 갖추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CDO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 센터를 개소하며 해외 진출 기반을 닦은 바 있지만 연구센터가 아닌 해외 M&A나 현지 공장 건립은 아직까지 진행한 적이 없다.
 

경쟁사 해외 진출 이미 시도…GCT 분야 경쟁 치열할 듯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근 움직임은 셀트리온과 SK그룹 등 국내 대형 바이오 업체들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한다. 셀트리온은 앞서 글로벌 대형 M&A를 성공적으로 마친 경험이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5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문개발업체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지분투자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신약 개발 전략의 일환으로 보기도 했다. 주력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경쟁 역시 치열해지며 레드오션으로 전환하고 있고,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바이오신약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행보나 성과가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
 
셀트리온은 앞서 중국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중국 우한시와 협약을 맺고 12만ℓ급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중단된 상태다. 셀트리온은 올해 3월 중국법인 대표를 선임하는 등 지속적으로 우한시와 협의하며 중국 진출을 다시 준비 중이다.
 
SK그룹 역시 바이오의약품 분야 글로벌 경쟁력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는 2017년 BMS(Bristol Myers Squibb)사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AMPAC)을 차례로 인수했다. 이후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설립하며 글로벌 CMO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SK는 지난 3월엔 SK팜테코를 통해 프랑스 GCT CMO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하며 기존 합성의약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바이오의약품으로까지 확대했다.  
 
SK는 제조·품질관리기준(GMP)시설을 직접 짓기보다 GMP 시설을 M&A하는 방식으로 생산 캐파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북미, 유럽 지역의 로컬 GMP 시설을 토대로 CMO 사업을 영위하며 현지에서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 기업의 퍼스트 밴더로 성장해나가는 계획이다.
 
SK 홀딩스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중 가장 혁신 분야로 평가되는 GCT 사업을 미국과 아시아로도 확대, 육성할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SK팜테코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유해 이포스케시의 글로벌 입지를 강화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여 대량 생산을 통해 환자의 GCT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GCT 분야를 새로운 먹거리로 판단하고 바이오 분야에서 CDMO 사업을 강화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창출하겠다고 선언만큼 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진출에 앞서 국내에서도 사업 확장에 나선 상황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유전자 의약품에 특화된 복합제조시설을 건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곳에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아데노바이러스 백신 등 유전자 기술 기반 의약품과 유전자 의약품 원재료를 복합 생산하고 유전자 전달 플랫폼 연구개발을 수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 인력이 필요한 GCT 치료제 분야는 소수의 글로벌 CMO 선두 기업 외에는 쉽게 진출하지 못하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며 “기존 바이오 제품 생산 영역과 달리 설비를 운영하는 생산 전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자체적인 육성 노력을 통한 시장 진입은 거의 불가능하여 M&A를 통해 사업을 진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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