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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리브랜딩의 새 이름, ‘메타’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위기의 탈출 전략인가, 메타버스시장의 선점전략인가

 
 
마크 저커버스 메타 CEO가 페이스북의 새로운 이름 '메타'를 소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세계최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이 ‘메타(META)’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브랜드를 바꾸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전격적인 리브랜딩에 많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기대하는 쪽은 메타버스를 브랜드의 비전으로 제시하며 아직 산업으로써의 규모와 정의조차도 애매했던 메타버스의 세계관을 확장하며, ‘인터넷의 다음 단계’라는 명확한 개념을 제시했다고 환호했다. 더불어 향후 5년간 1만명의 메타버스 관련 개발자를 고용하며 지금까지 8년 동안 ‘리얼리티랩’을 통해 기술 개발에 쏟아부은 300억 달러 이외에 앞으로 1년간 최소 1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임을 명확히 해, 메타버스 산업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며 박수를 쳤다. 
 
반면 우려하는 쪽은 갑작스러운 리브랜딩 배경이 최근 페이스북이 연이은 내부 고발로 인한 브랜드의 위기를 덮기 위해 전략적 고려 없이 너무 성급하게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브랜드의 비전일 뿐 핵심적인 비즈니스는 여전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나오고 있고 메타버스 관련 기술에 투자했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없어 실체가 없는 것을 브랜드화 한 것에 대한 우려인 것이다. 실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관련 제품이나 프로그램과 관련해 오큘러스의 가상현실 HMD(Head Mounted Display)인 ‘퀘스트2’와 얼마전 서비스를 시작한 ‘호라이즌 워크룸’ 외에는 변변한 실체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크 저커버그의 새로운 브랜드 ‘메타’의 도입에 대한 대중과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었다. 90분간의 주커버그 프리젠테이션 직후 폭락한 주가가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내부 문건 유출, 하우건 폭로 등의 브랜드 위기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를 통해 프랜시스 하우건이 '페이스북은 자회사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치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사진 화면캡처]
브랜드의 위기라는데, 페이스북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지난 10월 초, 전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메니저인 프랜시스 하우건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하원에 수백 건의 내부 문건을 유출하면서 이른바 ‘페이스북 페이퍼’가 만들어지고 이를 토대로 뉴욕타임즈와 CNN, 월스트릿트저널을 포함한 미국 주요 언론 17개사가 컨소시엄까지 만들어 ‘페이스북’의 문제를 시리즈로 폭로하는 일이 벌어졌다. 
 
월스트릿트 저널은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것(특히 10대 소녀들에게)을 내부 연구를 통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서 게시물이 충분한 ‘좋아요’ 수를 얻지 못할 경우, 어린 사용자들에게 불안을 초래함은 물론, 우울증과 자살 충동 등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하우건은 CBS의 유명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 “공공의 이익과 페이스북의 이익 간에 충돌이 있었고 페이스북은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을 했다”며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 게시물이 올라온 사실을 알면서도 삭제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미 상원 청문회에 나가서는 “페이스북 서비스는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사회적 분열을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CNN은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선동 구호인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가 페이스북에 의해 확산되자, 이 게시물을 자진 삭제키로 했지만 이를 멈추기는커녕, 늦추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내부 고발자인 하우건은 또 페북이 2018년 자체 알고리즘을 바꾸었는데 상당한 부작용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폭로 문건에 따르면 페북은 당시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경우 추천 게시물이 더 잘 노출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비슷한 사람끼리 좋아하는 게시물만 소비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강화 되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용자 간에 의미 있는 상호작용(meaningful social interaction)을 표방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분노하는 사회적 문제를 만들었고 이 문제는 정치분야에서 부작용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정당들은 페북을 통해 분노를 자극하는 감성적인 선동전략을 구사하게 되고 여론이 과격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을 유럽의 정당 사례를 들어 자체 분석하기도 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가입자는 각각 27억, 12억으로 세계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세계 최대의 SNS이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로써 페이스북은 도덕성의 잣대보다는 ‘장사속’의 잣대로 모든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이 고발의 핵심이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은 주가가 폭락하고 청소년을 보호하기보다 폭력과 혐오를 조장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하우건은 심지어 이러한 부도덕한 의사결정의 최상부에는 마크 저커버그가 있으며 그가 사임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창립이래 17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래서 이번의 리브랜딩도 비판적 관점에서는 식당의 간판만 바꿔 달았을 뿐 주방장은 그대로인 상태로 살짝 메뉴만 바꾸겠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일면이 있다.
 

애플·안드로이드 OS 뛰어넘는 새로운 운영체계 설립 

페이스북 로고 앞에 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중앙포토]
순수한 브랜딩의 관점에서 새로운 브랜드‘메타’를 보자. 페이스북은 지난 10월 28일 VR‧AR 관련 연례행사인 ‘커넥트 2021’을 열고 새로운 사명이자 브랜드인 ‘메타(META)’를 런칭했다. 여기서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1시간 20분에 걸친 키노트 영상을 통해 지금까지 연구해 왔던 그들만의 메타버스 SNS인 ‘호라이즌’을 선보였다. 
 
회의실 형태인 ‘호라이즌 워크룸’ 집 형태인 ‘호라이즌 홈’, 아바타 형태로 사람들이 교류하는 ‘호라이즌 월드’를 소개하며 지금까지 나온 메타버스 플랫폼을 총망라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가 말한 대로라면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단계가 분명하다. ‘호라이즌’에서는 현재의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AR‧VR을 통한 3D는 물론, 홀로그램을 통해 사용자가 가상의 공간에서 존재감을 느끼며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마치 지금까지 나온 메타버스 기술의 종합판으로 보인다. 
 
게임 창작 메타버스 ‘로블록스’, 게임 메타버스 ‘마인크래프트,’ 지난 2006년~8년 잠깐 동안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2D 가상공간 ‘세컨드 라이프’, 엔비디아가 협업 및 물리적으로 정확한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위해 구축한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 그리고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모두 모아 놓은 느낌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현실과 가상세계의 연결 매체다.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의 매체가 모바일 혹은 모니터라면, 페이스북은 일반 안경 형태의 ‘나자레(Nazare)’라는 혁신적 디스플레이다. 그들이 전세계 1천만대 가까이 보급한 VR(가상현실)용 HMD(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퀘스트2’를 만든 오큘러스가 개발 중인 일반 안경처럼 생긴 디바이스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안경을 통해 홀로그램으로 각종 화면과 3D그래픽으로 만든 콘텐츠를 본다. 손가락으로 터치하고 홀로그램을 보며 현실 속에서는 곁에 없는 친구를 아바타로 불러내 카드게임도 하고 운동도 같이한다. 사무실의 동료와 공장 현장의 동료가 설비를 보며 가상공간에서 같이 회의를 하며, 멋진 해변에서 휴가 중인 건축가는 설계된 건축물의 3D 도면을 받아보고 현장의 3D 홀로그램에 놓아보며 그 적합성을 시뮬레이션한다. 게임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되어 실제 아이템을 손으로 만지고 마치 몇 년 전 tvN이 제작해 인기를 끌었던 현빈, 박신혜 주연의 드라마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같은 일이 벌어진다. 대학에서는 어려운 환자 수술실습을 VR을 통해 배우는 등 교육적 용도의 활용도 무궁무진하다. 
 
물론 이곳에서는 NFT를 이용한 커머스를 비롯한 모든 경제 활동도 현실 세계와 똑같이 벌어진다. 저커버그는 이러한 미래를 위해 메타버스 콘텐츠 창작 생태계를 만들고 1억5천만 달러의 예산을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페이스북의 새 브랜드 ‘메타’속에서 개인 창작자는 물론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 메타버스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누구나가 참여하는 생태계를 만들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10년 안에 10억 명의 인구가 메타버스를 사용하고, 수조 달러의 디지털 커머스 생태계가 구축되며, 수백만 개의 크리에이터와 개발자 일자리가 생기는 것을 희망”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17년간 40억명의 사랑을 받아온 페이스북이라는 사명을 버리고 ‘메타’라는 브랜드을 택하는 또 다른 궁극의 이유가 있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단숨에 뛰어넘는 새로운 OS(운영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대체하는 메타버스의 도래가 예상되면서 새로운 OS를 통해 이들 두 거인들을 넘어서는 플랫폼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주커버그는 오큘러스 스토어에 3D뿐 아니라 다양한 2D 앱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앱을 저렴하게 사용하고 개발자와 공유 하는 수수료(fee)를 지금의 애플이나 안드로이드보다 적게 받아 생태계를 발전 시키겠다고도 했다. OS를 통해 지금의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메타’가 그리는 미래가 매우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현실화된 기술도 있지만, ‘메타’가 보여준 미래는 실현시키기에 1~2년의 세월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그러나 브랜드 관점에서 보자면 ‘메타’의 론칭을 계기로 저커버그는 그들이 가야 할 로드맵을 분명히 보여줌과 동시에 자본과 기술을 가진 세계 최대 빅테크 기업의 하나로써 메타버스의 세계관을 확고히 정의하고 산업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행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커버그가 계산한 대로 미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의 부도덕한 브랜드 문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 없는 상태로 새로운 브랜드 비전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브랜드는 인격체와 같고 그 인격체를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이기 때문이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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