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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파월 연준 의장 재지명으로 어떤 경제 시나리오를 펼치려는걸까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 (36)]
경기·물가 불확실성에 높은 금리변동성 전망
물가 높지 않고 경제 호황인 ‘골디락스’ 기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에 제롬 파월(68) 현 의장을 재지명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재지명하고, 진보 성향의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를 부의장으로 지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 파월이 바이든에게 신임을 받은 것은 세계의 금융대통령으로서의 그의 입지가 굳건하게 된 것을 의미한다. 영예로움 못지않게 그에게 지어 준 짐 또한 크다고 생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에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를 다시 실시했다. 고용지표가 중요시되고 물가에는 평균물가제가 도입되었다.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은 2020년 코로나로 물가가 하락했으니 2021년 기저효과로 물가가 급등해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2020~2022년 3년 치를 평균해서 2%가 넘으면 금리를 올린다는 의미로 파월은 이미 2022년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을 시장에 알렸다.
 
그의 말은 지켜질까?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에너지·주거비·재화가격 강세로 6개월 연속해 빠르게 상승해 31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우며 통화정책 조기 정상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항공료 외의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공급 제약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주거비가 CPI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32.6%)으로 공급제약 완화 이후에도 물가 불안은 상존한다.
 
그래서였나? 전 세계적으로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23일 비축유 방출 방침까지 밝혔다. 친환경에너지를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 시기에 유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미국 정부는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들어 석유, 가스회사들이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지를 조사할 것을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요청했었다. 높은 유가로 이익을 늘리고 있는 에너지 회사들의 불법적인 가격 유지 행위가 있는지 조사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조 바이든이 파월에 기대는 주문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동시에 더 나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으로 근로자에게 혜택을 주는 강력한 노동시장을 만들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지명을 두고 원만한 상원 인준 가능성, 인프라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공화당과의 협력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파월의 노트에는 인플레이션 대응과 고용회복 외에 어떤 긴급 해결 과제가 리스트에 담겨 있을까. 금융시스템의 복원력과 안정성 유지, 기후 변화,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리스크 대응, 결제시스템의 현대화 촉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파월 연임으로 강한 미국 경제가 부각된 것인지 미 달러화가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테이퍼 텐드럼 부재 속의 12월 FOMC에 쏠린 눈 

시장에서는 다음 달 예정된 FOMC 점도표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9월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18명의 위원 중 9명이 내년 중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건물. [AFP=연합뉴스]
 

통상 금리 인상 속도는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서와 점도표(dot plot)에서 통화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FOMC 참가자의 금리전망치의 중앙값으로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특정 시기까지의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찍어 제시하는 지표이다. FOMC는 회의 후에는 성명서와 함께 점도표(dot plot)를 제시하거나 기자 회견을 실시도 하기도 한다.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남은 이벤트가 제한된 가운데 금융시장의 관심은 12월 예정인 FOMC로 옮겨간 상황이다.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개시에도 연준이 조기 금리 인상에는 선을 그은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공급망 차질 같은 불확실성이 큰 만큼 12월 FOMC가 내년 경제 운용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1월 초 연준이 테이퍼링 개시를 선언한 후에도 시장이 이를 충분히 숙지하여 예상에 부합했기에 과거와 같은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이 없어 안도했다. 테이퍼 탠트럼이란 미국의 양적완화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신흥국 자산 가치가 폭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지해오던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신흥국 통화와 채권,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폭락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파월의 질서 있는 통화정책 정상화는 칭찬할만하다.
 
시장은 이제 12월 14일과 15일에 예정된 FOMC에서의 점도표 및 발언에 관심이 고조되어 있다. FOMC 직전 2주간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전후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 다가왔다. 지난 9월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18명의 위원 중 9명이 내년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위원들은 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올해 0.1%, 내년 0.3%. 2023년 1.0%로 제시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년 첫 금리 인상이 단행된 후 2023년 3회의 추가 인상이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는 파월이 말한 2022년까지 금리인상은 없다는 것과 상이하다. 미국 국채금리는 모든 만기에서 상승했으나 단기물에서 상대적으로 더 크게 오르며 장단기 수익률 곡선은 평탄화 양상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은 5년물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나,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는 연준의 인내심 있는 정책기조와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하락세이다. 장기적 침체(Secular Stagnation)를 주장했던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준의 정책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실질금리의 하락세는 금융시장이 향후 수년간 경기부진과 일본화(Japanization)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는 증거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가가 고점을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주택수요는 낮은 모기지 금리, 인구통계학적 요인과 맞물려 강세인데 주택공급 부족은 건설인력, 토지 부족으로 심화하고 있다. 주거비는 경직성을 보이며 강세를 지속해 서민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 가능성은 낮지만 노동공급 부족 지속 시에는 임금상승이 외식, 여흥, 숙박과 같은 소비자물가 전반에 파급될 위험도 노출되어 있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가 전년동월비 13.5% 상승했다. 브라질의 10월 소비자물가도 10.7% 상승했다. 신흥국 물가불안도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방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준은 11월 말 테이퍼링 개시에도 불구 금리인상은 인내심을 갖고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으나 당초 예상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더 광범위하고 지속적일 확률이 점증하고 있는 만큼 물가위험 관리를 강화할 소지가 크다. 그래서 대통령까지 나서 물가인상을 경계하고 있다.
 
높은 물가상승이 11월 이후에도 지속할 경우 테이퍼링 속도도 가속되어 컨센서스(2022년 6월)보다 빠른 시기에 테이퍼링이 종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은 전고점을 하회하고 있어 ‘높은 물가수준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인식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에 대한 위험관리 강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시장은 이미 내년 말까지 2회 금리인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연준의 정책 대응이 2023년일 경우 너무 늦다는 시각도 부각되고 있다. 11월 10일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금리인상 기대도 확대되어 2022년 6월까지 정책금리 인상 확률은 28.4%에서 38.2%로 증가했고, 2022년 12월 말까지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50.8%에서 61.7%로 상승했다. 10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여부 판단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다수지만 정책대응 실기 시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미국 장·단기금리, 인플레이션에 달려

금리인상은 내년 말 1회 또는 내후년에 시작되지만 경기회복세 지속에 금리인상 사이클 고점은 2.5% 수준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2019년 9월 18일 미국 당시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를 반영하면서 장기금리는 완만하게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당분간 경기와 물가 향방의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만큼 높은 금리변동성이 예상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연준과 주요 투자은행(IB)의 기본 전망은 물가 수준이 장기적으로 크게 높지 않고 미국 경제가 호황인 골디락스 경제를 제기한다. 물론 높은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이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골디락스 경제가 사실이면 글로벌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미국 경제만 호황이라면 그 호황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 내외이다. 이를 상회하는 회복세가 지속되고 공급망 병목도 완화되면서 인플레가 2~3%에서 안정화되는 것을 현재 연준과 다수 IB가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금리인상은 내년 말 1회 또는 내후년에 시작되지만 경기회복세 지속으로 금리인상 사이클 고점은 2.5% 수준으로 시장은 전망한다. 통상적으로 예상한 1.5% 내외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내년 장기금리 상승 압력 하에 중·단기물은 안정화되면서 장·단기 금리 차의 확대가 전망된다. 다른 시나리오는 없을까.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높은 물가압력이 지속되는 동시에 부양효과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최근 헝다 그룹 사태, 성장률 하향 조정을 맞고 있는 중국 경제의 하방위험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완만한 형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상을 상회하는 물가압력으로 연준은 결국 내년 중반부터 금리를 인상하고 연말까지 추가 1~2회 인상되고 경기회복 기간이 짧아져서 고점은 1.5% 수준에 그칠 소지가 핵심 내용이다.
 
이 경우가 현실화된다면 조기 금리인상 전망에 따라 단기금리가 추가 상승하고, 장기금리는 인플레 압력지속과 성장세 감속요인이 상쇄되어 소폭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경기가 과열될 상황은 없을까? 줄기차게 오르는 미국 주가를 보면 (조정이 있기도 하지만) 겁이 나기도 한다. 경제가 완전한 정상화 과정에서 과열되고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는데 혹시 연준은 늦장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닐까?
 
주식시장만 바라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연준의 뒤늦은 대응으로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무시할 수 없다. 물론 현재 연준이 금리인상을 인내한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점차 물가위험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미국 경제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파월 의장의 혜안을 그려 본다.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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