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응답하라 1997?'…경매법정은 여전히 멈춰있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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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응답하라 1997?'…경매법정은 여전히 멈춰있다

사람 붐비지만 음성로만 진행 상황 알 수 있어
"법원이 더 나은 환경 제공 위해 나서야"

 
 
서울남부지방법원 전경[사진 김두현 기자]

서울남부지방법원 전경[사진 김두현 기자]

 
"경매로 시선이 모이고 있다"
 
1~2년 사이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경매로 시선이 모인다는 말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경매의 인기가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기자가 직접 가본 경매법정은 여전히 1998년에 멈춰있는 듯했다.
 
24일 찾은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법정은 시작 전부터 수백여 명의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경매로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열린 경매법정은 남부3계와 4계가 동시에 열리면서 133개 물건의 경매가 진행됐다. 오전 9시 50분 이날 남부지법에서 진행되는 사건번호가 적혀있는 경매 매각기일부가 게시판에 붙었다.
 
법정 앞에 있는 사람들은 매각기일부를 보기 위해 게시판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각자 자신이 입찰을 희망하는 물건의 사건번호가 표시돼 있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매각기일부에 사건번호가 없다면 당일 경매법정에서는 경매가 진행되지 않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 A씨는 “매각기일부에 물건이 올라와 있는지 확인을 꼭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또 "매각기일 아침에 경매 물건이 취하·변경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데 현장에서만 확인해야 하는 점이 매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건만 보고 지방에서 멀리 온 사람들은 매각기일부에 사건번호가 당일 아침에 빠진 걸 확인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직접확인하니 사실이었다. 29일 열리는 경매법정에서도 오전 10시 기준으로 당일 아침 취하·변경된 경매 물건은 14건에 달했다. 이날 이미 취하 변경된 129건 중 10%를 넘는 물건이 경매 당일 아침에 취하·변경된 것이다.
 
24일 경매법정에서 배부받은 입찰봉투, 기일입찰표, 매수신청보증봉투[사진 김두현 기자]

24일 경매법정에서 배부받은 입찰봉투, 기일입찰표, 매수신청보증봉투[사진 김두현 기자]

 
10시가 넘어가자 경매법정이 열리고 입찰봉투, 기일입찰표, 매수신청보증 봉투가 배부됐다. 순간 경매법정은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의 눈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일부는 입찰가 작성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또 다른 일부는 혹시 다른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물건에 많이 몰리진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 등이 눈에 띄였다. 
 
경매법정 곳곳에서는 낙찰을 희망하는 물건의 사건번호, 입찰 가격 등을 쓰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경매는 집행관이 사건번호를 호명하면 해당 물건에 입찰을 희망하는 입찰 봉투를 낸 사람이 앞으로 나가 줄을 서는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경매법정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았지만, 오롯이 법원 집행관이 호명하는 소리에만 집중해야만 했다. 남부지법 경매법정 어디에도 경매 진행 사건번호를 알리는 전광판이 없어 법원 집행관의 호명을 듣지 못하면 원하는 경매 입찰을 놓치는 환경이었다.
 
경매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지만, 경매 낙찰을 희망하는 수요자에 대한 배려는 부족해 보였다. 마치 과거를 배경으로 한 '응답하라 1997' 드라마가 경매법정에서 펼쳐지는 듯했다. 
 
경매지표 변화추이

경매지표 변화추이

 
경매의 인기는 점점 느는 추세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낙찰률은 최근 1년 동안(2020년 11월~2021년 10월) 40.1%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34.6%) 대비 5.5%포인트 상승했다. 지지난해 같은 기간과(33.7%) 비교하면 6.4%포인트 상승했다. 경매 평균 응찰자 수도 올해와 지난해에는 4.1명으로 같은 수를 유지했지만, 지지난해 같은 기간 3.7명과 비교하면 소폭 늘었다.
 
특히 20·30세대의 경매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사실도 법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경매법정에서는 어림잡아 300명 정도의 사람이 모였는데 이중 20·30세대의 비중은 족히 30%는 넘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법원 관계자는 “최근 경매법정에서는 체감될 정도로 20·30세대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경매 전문가도 “과거 경매법정에는 임대수익을 노리는 직장 은퇴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들도 적극적으로 입찰에 나서는 모습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인기와 관심도 날로 늘지만, 변화 없는 경매법정

경매법정은 응당 경매 수요자들에게 나은 경매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가서 본 경매법정은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다고 볼 수 없었다. 또한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계좌개설, 원격 진료 등 '언택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사회의 현 모습과 경매법정의 모습은 매우 동떨어져 보였다.
 
법원은 경매 환경 개선에 적극적이 않은 모습이다. 한 경매 전문가는 “문제점과 개선점에 대해 법원에 민원을 넣어도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수”라며 “법원은 경매 집행관들에게 경매법정의 환경 개선을 일임하지만 경매법정 집행관들의 임기가 짧게는 6개월에서 보통 1년 정도이다 보니 짧은 기간에 변화를 주기에는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매 집행관들에게 요구하기보다는 경매의 시행 주체인 법원이 직접 경매법정 서비스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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