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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툴젠 출격, 차세대 바이오 주도주 되나 [IPO공시로 본 유망株]

오는 10일 코스닥 이전 상장,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5489억원 예상
유전자 교정 시장, 향후 10년 간 10배 성장…제넥신·올릭스 주목

 
 
코넥스 대장주 툴젠이 오는 10일 코스닥에 입성한다. 이전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5489억원(공모가 7만원 기준)이다. 툴젠은 지난 2015년부터 여러 차례 코스닥 진입을 시도했으나 최대주주와 2대 주주의 미미한 지분율 격차로 인한 경영권 불안, 핵심 기술(유전자 가위)의 특허권 부당 취득 의혹 등을 이유로 번번이 실패했다. 올해는 그간 제기된 문제를 모두 해결한 뒤 나선 4번째 상장 도전이다.
 
툴젠은 지난 1999년 설립된 유전자 교정 전문기업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유전자가위는 DNA(유전자 염기서열)를 원하는 만큼 자르고 붙이는 방식으로 유전자를 교정하는 기법이다. 암이나 혈우병 등 인간의 난치·유전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동·식물 등의 유전자를 개량하는 데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BIS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유전자 교정 기술 시장은 2019년 8억4620만 달러에서 오는 2030년 108억2510만 달러(약 12조7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향후 10년간 10배 정도 확대되는 셈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6.86%에 달한다.  
 

차세대 바이오 핵심 분야는 ‘유전자 가위’ 기술

 
툴젠은 현재 코넥스 시장에서 시가총액(8일 기준 7055억원) 1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기업이다. 주요 사업 분야는 유전자교정 플랫폼 기반 특허 수익화, 유전자교정 기술 적용 치료제 개발, 유전자교정 기술을 통한 동식물(종자) 품종 개량 등이다. 대부분의 사업은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가진 기업은 미국의 에디타스 메디신과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스위스의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한국의 툴젠 등 4곳뿐이다. 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특허를 미국, 유럽, 중국, 호주, 일본 등 9개국에서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지만,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선 역대 최저 경쟁률을 기록해 흥행에 참패했다. 공모가도 희망범위 하단(10만원)보다 30% 낮은 7만원으로 결정했다. 툴젠 측은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를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아직 남아있는 ‘특허 분쟁’ 리스크를 배경으로 꼽는다. 툴젠은 현재 미국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특허를 두고 UC버클리 연구팀(CVC), 브로드연구소와 저촉 심사에 휘말려있다. 어느 곳이 기술 최초 발명자인지 가리고 있는 셈이다. 통상 툴젠과 같은 바이오기업의 가치는 핵심기술 특허 유무 하나에도 큰 영향을 방기 때문에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특허 분쟁 중인 툴젠에 섣불리 투자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다만 증권가에선 툴젠 주가의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목받을 차세대 바이오 핵심 분야로 유전자가위가 꼽혀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간 코로나19 사태로 백신 관련 종목만 주목받았는데, 중장기적으론 유전자가위 등 비(非) 코로나19 관련 종목으로 관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봤다. 장세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유전자가위 특허 저촉심사 결과 등 변수로 단기 주가 변동성은 클 수 있지만, 심사가 끝나고 특허 원천성을 확보한 이후의 성장성은 매우 높을 것”이라며 “내년에 임상 진입하는 신약 프로젝트(DGK K/O CAR-T) 등에서 성과를 보여준다면 기업가치가 재평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장폭 큰 유전자 치료제 시장, 수혜주 주목해야

 
시장에선 툴젠 상장이 올해 들어 수익률이 부진했던 제약·바이오주의 반등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자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 7일 3710.34로 마감됐다. 지난해 말 종가 5517.31과 비교하면 32.75% 하락했다. 특히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은 최근 두 달 새 주가가 16.33% 빠졌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40.29%다.
 
툴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종목은 최대주주(상반기 말 기준 지분 16.49% 보유)인 제넥신이다. 백신개발 기업인 제넥신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은 -49.19%다. 다만 시장에선 미래 성장성이 크다고 평가받는 자회사 툴젠 상장으로 제넥신도 기업가치 동반 상승효과를 누릴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최근 동물실험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보여준 점도 투심을 회복시킬만한 요소다. 제넥신은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61% 오른 6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툴젠 상장 임박 등이 호재로 작용해 이달에만 주가가 8.65% 뛰었다.  
 
툴젠과 함께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올릭스(자회사 엠큐렉스와 협약)도 증권가에서 꼽는 제약·바이오 유망주다. 장세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전자 치료제 시장의 성장폭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단기적으로 만성질환으로 적응증을 넓히고 있는 리보핵산간섭(RNAi) 치료제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개발 기업인 올릭스는 RNAi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 4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RNAi 플랫폼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향후 관심을 가져야 할 종목으로 올릭스와 툴젠을 나란히 제시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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