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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못 벌고 규제 심하고"…한국서 짐 싸는 외국계 은행들

뉴욕멜론은행, 국내 사업 확장하다 축소로 노선 급선회
씨티은행도 국내 소매금융 철수 속도↑
경쟁력 약화 따른 수익 악화, 금융당국 경영 간섭 등이 원인

 
 
서울 여의도 금융가 [연합뉴스]
 
대형·소형 가릴 것 없이 외국계 은행의 '탈(脫)한국'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현재 소매금융 철수에 들어갔고, 최근에는 글로벌 수탁은행인 뉴욕멜론은행이 한국 사업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은행업계는 국내 은행들의 급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와 여전히 관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내 금융환경을 외국계 은행 철수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국내 사업 확장하던 뉴욕멜론은행, 주요 업무 정리하기로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제22차 위원회를 열고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의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이 은행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1988년 서울지점을 설립해 일반 자금 및 사업 자금 대출 영업 등을 해왔다.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지역 35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뉴욕멜론은행은 국내에서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외화 자산운용 및 관리, 글로벌 자산의 이동 및 보관에 필요한 종합적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사업자금 대출 영업도 진행했다. 서울에 지점과 투자자문회사, 전주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뉴욕멜론은행은 2000년대 들어와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었다. ▲2006년 서울 자산운용사무소 설립 ▲2008년 한국 최초 3자간주식담보부 차입거래의 담보관리 시행 ▲2010년 자산운용 자회사 일임투자자문업 인가 ▲2014년 투자자문업으로 재인가 ▲2019년 전주사무소 개설 등을 추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의 신탁 업무가 폐지됐다"면서 "기업수신 기능은 남아 있어 완전히 문을 닫거나 철수한다는 건 아니지만 기능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등 외국계銀 '탈한국' 추세 강해져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외국계 은행 사업 축소 및 철수는 최근 들어 늘어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씨티은행이 지난 10월 소비자금융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사업 정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카카오뱅크와 제휴해 발급해오던 '카카오뱅크 씨티카드'의 신규가입을 중단하기로 했고, 19개 신용카드의 갱신도 불가하다고 전했다. 앞으로 여·수신 상품의 신규 가입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3위 은행인 노바스코셔은행도 지난 10월 서울지점을 폐쇄했다. 이 은행은 1978년 서울지점 설치 후 기업금융 중심으로 영업해왔지만, 글로벌 재편 등을 이유로 한국에서 발을 빼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2017년에 골드만삭스, RBS 바클레이스 등이 한국지점을 폐쇄했고 2013년에는 HSBC가 국내 소비자금융을 청산했다.  
 

업계 경쟁서 밀리고 당국 간섭 심해진 영향

은행업계는 외국계 은행들이 갈수록 국내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릴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경영 간섭이 계속되면서 철수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감소했다. 지난해 총 순이익은 1875억원으로 2019년 대비 36.2% 줄었다. 이번에 사업 축소 결정을 내린 뉴욕멜론은행도 2020년에 적자를 내는 등 수익성 악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국내은행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4%(1조1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업계는 금융당국의 은행 규제 강화도 철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각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정했고,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조기 시행하기로 밝혔다. 최근엔 기업대출의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 연장, 예대마진차 모니터링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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